농식품부, 1일부터 닭고기 원가공개
생닭 원가로만 치킨값 연동 시켜 불만 팽배…가격 왜곡
프랜차이즈업계 "임대료, 인건비 고려해야…가맹점주 위해 가격 인상"
생닭 원가로만 치킨값 연동 시켜 불만 팽배…가격 왜곡
프랜차이즈업계 "임대료, 인건비 고려해야…가맹점주 위해 가격 인상"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나주석 기자]"2000원짜리 닭이 왜 2만원짜리 치킨으로 10배 뻥튀기 될까요?", "2000원짜리 닭을 튀겨 2만원에 팔아도, 우리는 고작 3000원을 손에 쥡니다."
지난 1일부터 닭고기의 단계별 유통가격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닭고기 가격공시제'가 시행되면서 '치킨값 폭리' 논란이 뜨겁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이번 가격공시제를 계기로 그동안 치킨 가격을 둘러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닭고기 원가를 확인한 이후 치킨값이 비싸다며 더욱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 그러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2만원에 팔아도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결국 프랜차이즈 가맹본사가 치킨값 폭리의 '주범'이라는 낙인이 제대로 찍히게 됐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치킨값에 임대료, 인건비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지만 향후 가격 인상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가에 10배 곱하면 '치킨 값'=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1일부터 전날 거래된 닭고기 가격을 다음 날 오후 2시에 공개하는 닭고기 가격공시제 시행에 들어갔다.
공시되는 가격은 총 3가지다. 생계유통가격(육계전문유통업체가 농가에서 살아있는 닭을 구매 유통하는 평균가격), 위탁생계가격(하림, 마니커 등 닭고기 전문기업 계열사가 농가에서 살아있는 닭을 구입하는 평균가격), 도매가격(대형마트, 프랜차이즈 등에 판매하는 일일 평균가격)이다.
즉, 소비자들은 이제 닭고기 전문기업에 농가가 생닭을 얼마에 판매하는지, 또 이렇게 생닭을 받은 기업이 프랜차이즈 등에 얼마에 넘기는지 알 수 있다. 닭고기 전문기업과 계약하지 않은 농가가 업체에 넘기는 가격도 확인할 수 있다.
8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가 공개한 닭고기 가격(7일 기준)을 살펴보면 생계유통가격(닭 사육농가) 900원, 위탁생계가격(가공업체 납품) 1402원, 도매가격(프랜차이즈 등 유통) 2517원이다. 닭고기 도매가격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계열화사업자들로부터 도축된 닭고기를 납품받을 때 지불하는 가격으로, 치킨 원가인 셈이다.
결국 2000~3000원대에 납품받은 닭고기가 치킨 가공 및 조리 단계를 거쳐 소비자들에게는 10배 가까이 뛴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다.
◆'억울한' 프랜차이즈 "가격 뻥튀기 안한다"=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격 뻥튀기' 논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 가격에는 닭고기 원가보다 인건비, 임대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닭고기 가격공시제로 업계 전체가 '가격 뻥티기'하는 것처럼 보여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생닭이 치킨이 되기까지 '농가→가공ㆍ유통업자→프랜차이즈본부→가맹점'의 순서를 거친다. BBQ와 같은 프랜차이즈업체가 하림이나 마니커와 같은 육가공업체로부터 닭을 공급받으면, 이후 업체는 염지한 뒤 진공포장해서 가맹점에 넘긴다. 이때 원가가 4000원~6000원선. 가맹점에서 튀기는 비용과 인건비, 임대료 등을 모두 계산한 후 소비자에 공급하면 최소 1만4000원~1만6000원에 이른다는 것. 결국 가맹점이 갖는 마진은 2000원~3000원선이다.
업계들은 불만이다. 소비자들이 치킨값을 마주할 때 원가만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치킨값에서 닭고기 원가보다 광고비나 임대료, 인건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면서 "닭고기 가격공시로 자칫 업계 전체가 매도되고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폭리'는 프랜차이즈 본부 '낙인', 육가공업계와 갑-을 '옥신각신'=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델 등 마케팅 경쟁과 '본사 배부르기' 식의 경영 방식이 비싼 치킨값의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해 BBQ 128억원, 교촌치킨 147억원, 굽네치킨 98억원 등 주요 업체들은 광고 및 판촉비 명목으로 100억원 내외를 썼다. 가맹점 폐점이 잇따랐지만 지난해 주요 업체 매출은 교촌치킨 2911억원(전년 대비 +13.0%), bhc 2326억원(+69.1%), BBQ 2198억원(+1.8%) 등에 달했다.
프랜차이즈업계와 육가공업계와의 '갑-을' 관계에 대한 시각차도 있다. 육가공업계 관계자는 "대량 소비처를 확보해야 하는 입장에서 하루에 수만 마리를 가져가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귀한 고객으로 계약의 주도권은 그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치킨 가격 인상이 생닭 납품가격과 연동된다면 메리트가 있겠지만 상관이 없다"면서 "오히려 인상에 따른 소비감소로 거래량만 감소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프랜차이즈업계는 육가공업체가 취하는 이익에 주목하고 있다. 고기용 닭을 생산ㆍ가공하는 국내 육계시장은 수직계열화가 94% 이상 진행된 상태. 이에 닭을 키우고 잡아서 파는 전 과정을 기업이 주도해 많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하림과 같은 육가공업체들이 사료 사업도 하면서 시장의 닭값을 형성하고 있고, 우리는 쫓아갈 수 밖에 없다"며 "갑-을 관계를 놓고 보면 그들이 확실히 갑의 입장에 있고,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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