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단체에 우리 정부가 1백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사실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드러났습니다. 아직 개소식도 안한 민간단체에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나랏돈을 지원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문준모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의 내년도 예산안입니다.
세계시민센터 지원 명목으로 100만 달러, 11억 3천만 원이 편성돼 있습니다.
예산을 어떻게 쓸지, 구체적인 내역도 없고 사업 계획도 빈 곳 투성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지원방식은 해외경상이전. 조건이나 반대급부 없이 경비를 지급한다는 뜻입니다.
이 단체의 정식 명칭은 세계시민을 위한 반기문 센터로 반 전 총장이 지난 8월 4일 오스트리아 빈에 설립한 걸로 돼 있습니다.
어떤 곳인지 홈페이지 주소를 검색했더니 없는 페이지로 나옵니다.
취재 결과 반기문 센터는 오스트리아에 협회로 등록만 했을 뿐 사무소 개소도 못 했고 이사진이나 직원도 제대로 꾸리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단체 완성 전에 국고 지원부터 신청한 겁니다.
[이시형/국제교류재단 이사장 : 정확한 이름은 저도 기억을 못 하는데, 비엔나하고 몇 군데 설립을…본부를 비엔나에 두고, 지부를 여기저기 설립한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국제교류재단의 사업 시행지침에는 외국 단체나 기관은 지원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재단 측은 외교부의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제교류재단 관계자 : 외교부의 요청을 받아서 이사장님께 말씀드렸었고 이사장님이 시간이 급하니 예산에 편성을 하고 구체적인 내역은 나중에 받자라는 식으로 우리가…]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8월 김동연 경제부총리까지 만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국감에서도, 예산안 보도자료에서도 반기문 센터 지원 내용은 쏙 빠졌습니다.
[외교부 당국자 : 사업들을 다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는 거고, (반기문 센터 지원사업에) 불필요한 상처를 낼까 봐…]
외교부는 오스트리아, 쿠웨이트 정부도 지원을 약속했다며 반 총장의 외교적 역량을 국가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 장관과 반 전 총장과의 인연에 따른 보은성 예산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어 다음 달 시작되는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될 걸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설치환, 영상편집 : 정성훈, CG : 장성범)
문준모 기자moonj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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