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30일 국정원에선 무슨 일이…
남재준 국정원장 허락하에
검찰, 13시간 넘게 압수수색
최근 국정원 재조사 과정서
가짜 사무실 등 조작 드러나
“국가기관이 이럴 줄 몰랐다”
남재준 국정원장 허락하에
검찰, 13시간 넘게 압수수색
최근 국정원 재조사 과정서
가짜 사무실 등 조작 드러나
“국가기관이 이럴 줄 몰랐다”
국가정보원이 2013년 정치·대선개입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을 때 ‘기만전술’로 수사팀을 농락한 의혹과 관련해 당시 김진홍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24일 검찰에 불려나왔다. 압수수색 현장 안내를 맡았던 김 전 단장은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증거 위변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박근혜정부 국정원이 조직적·계획적으로 수사방해를 한 것으로 보고 국정원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013년 4월 18일 구성된 국정원 정치·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은 발족 12일 만인 30일 국정원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8년 만이자 사상 두 번째 국정원 압수수색이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수사팀 전력 대부분이 투입됐다.
윤석열(사진) 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 박형철 부팀장(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직접 현장을 지휘했고 검사 5명과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 요원 10여명 등 모두 25명이 국정원에 진입했다.
압수수색은 댓글 작업 범행 장소인 심리전단실을 중심으로 13시간 이상 진행됐다. 다만 국정원은 형사소송법상 군사·기밀 장소에 해당돼 사전에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통보하고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검찰은 김 전 단장 등 국정원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지정된 장소만 수색할 수 있었다. 다른 장소를 살펴보려 하면 국정원 측이 ‘보안시설’을 이유로 막아섰다. 심리전단 사무실이라고 안내된 곳에 들어갔을 때는 수사팀도 이상한 낌새를 챘다고 한다. 평소 쓰지 않던 사무실에 그냥 책상만 갖다 놓은 듯 사용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검사가 사무실 책상 주인이 누구인지를 묻자 국정원 측은 “규정상 직원 명단은 알려줄 수 없다. 심리전단은 주로 외근을 하기 때문에 정해진 책상 없이 직원들이 아무데나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한다”는 식의 변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사무실도 수색하겠다는 수사팀과 제지하는 국정원 직원 간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핵심인 메인 서버는 국정원 측의 완강한 거부로 접근하는 데 실패했다.
검찰은 당시 확보한 자료를 기반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3명을 기소했다. 그런데 최근 국정원 재조사 과정에서 심리전단 직원들 입에서 4년 전 압수수색 때 검찰을 속였다는 진술이 나왔다.
심리전단 사무실이라던 곳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만들어놓은 ‘위장 사무실’이고, 국정원 측이 내준 문건들도 조작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국정원 상부에서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거짓 진술·증언을 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급히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 진상 파악을 요청했다. 당시 수사팀 소속의 검사는 “국가 정보기관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상부의 지시에 따른 조직적 범행으로 보고 남 전 원장과 당시 서천호 2차장을 출국금지했다. 조만간 이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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