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TF’ 7명 압수수색
윤석열 지검장이 4년 전 맡았던 댓글 수사 때
위장 사무실 만들고 가짜 서류 제출
TF엔 장호중 부산지검장 등
국정원 파견 검사 3명도 포함
윤석열, 국정원 불법에 검찰 연루 분개
문무일 총장도 “참담하다”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특별수사팀을 맡았다가 수사 일선에서 배제되는 등 곡절을 겪고 4년 만에 복귀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리벤지 매치’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7일 장호중(50ㆍ사법연수원 21기) 부산지검장, 변창훈(48ㆍ23기) 서울고검 검사, 이제영(43ㆍ30기) 의정부지검 형사5부 부장검사, 2013년 당시 국정원 서천호 2차장과 고일현 국익전략실장, 문정욱 국익정보국장, 하경준 대변인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2013년 4월 댓글 공작 등 선거ㆍ정치 개입과 관련한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 당시 위장 사무실을 꾸리고 가짜 서류 등을 만들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이 부장검사를 불러 조사했고 28, 29일 잇달아 서 전 차장과 장 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법무부도 장 지검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이제영 부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각각 전보 조치하고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비지휘 보직으로 인사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날 ‘제 식구’를 상대로 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소환 조치에 나선 건 윤 지검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장 지검장 등 현직 검사들이 국정원에 파견 근무한 2013년, 국정원의 수사 방해 공작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진 바로 다음날 압수수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본보 26일자 1면)
사건 전말은 이렇다. 2013년 4월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던 윤 지검장(당시 여주지청장)은 같은 달 2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소환 조사하고 이튿날 국정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13시간 압수수색 끝에 검찰은 국정원 3차장 산하 옛 심리정보국 사무실과 전산실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인트라넷 자료, 각종 문건 등을 확보했다. 이 사건 수사를 두고 윤 지검장은 같은 해 9월 국정감사에서 검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고 다음 달 상부 보고 없이 압수수색을 집행한 점 등을 이유로 수사에서 배제됐다. 이후 윤 지검장은 지방 고검을 전전했다.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하면서 일선에 복귀한 윤 지검장은 지난8월 수사팀을 꾸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중 4년 전 국정원에 우롱당한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이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현안 TF’를 꾸려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위조된 서류를 검찰에 넘겼다는 것이다. 이 TF에는 이날 압수수색 대상자들과 김진홍 심리전단장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위장 사무실 공작으로 윤 지검장을 비롯한 당시 수사팀을 농락했던 것이다.
특히 불법 행위를 차단하고, 법에 충실해야 할 검사들이 오히려 국정원 측 불법행위에 관여된 데 윤 지검장이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지검장은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 변 검사는 법률보좌관, 이 부장검사는 파견검사 신분이었다. 윤 지검장 보고를 받은 문무일 검찰총장도 이날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수사 중인 검사들은 과거의 잘못된 일들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검찰 수뇌부의 이 같은 기류로 보아 국정원 관련 수사가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은 28일 새벽 국정원법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명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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