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낯부끄러운 행보가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타국에서 자국의 정부를 욕보인 것도 모자라, '자체 핵무장' 운운하다 면박을 당하는 등 '나라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감사에 한창인 여의도 정치권은 26일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들려온 홍 대표의 소식에 술렁였다. '문재인 정부가 못하는 외교, 우리가 하겠다'며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홍 대표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한국정부를 향한 '색깔론'을 설파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을 움직이는 전문가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전술핵 배치 안 해주면 스스로 핵무장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 '우리를 위협하는 거냐'는 타박까지 들었다고 하니, 여야를 막론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국까지 가서 문재인 정부에 "친북좌파" 색깔공세 퍼부은 홍준표
벙 찐 여의도 국회…
"두 귀를 의심했다" "어느 나라 야당 대표냐" "근본없는 수구집단"
벙 찐 여의도 국회…
"두 귀를 의심했다" "어느 나라 야당 대표냐" "근본없는 수구집단"
문제가 된 홍 대표의 발언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주최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에서 나왔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준비된 연설문을 통해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현재 한국 정부의 주류"라며 "친북좌파 세력 때문에 대한민국 안보와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북한의 위협보다 두려운 위기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 한복판에서 자국 정부를 향한 색깔공세를 퍼부은 것이다.
아울러 그는 "많은 한국민들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안보 정책에 불안감과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홍 대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공언한 문재인 정부를 겨냥, "좌파세력들이 전작권 환수가 마치 자주국방의 길인 듯 선동하지만 저와 많은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1야당 대표가 미국의 국가전략 설계·입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문가들 앞에서 '반정부 이간질'을 한 셈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홍 대표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두 귀를 의심했다"며 "국감 와중에 외국에 가서 벌인 일이 현 정부를 원색 비난하고, 외교적 혼선과 한미동맹의 균열을 부추기는 것이라니 참으로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에서도 "홍 대표는 어느 나라 야당 대표냐"는 성토가 나왔고, 정의당은 "근본 없는 수구집단"이라고 힐난했다.
"'한미동맹' 위해서라도 전술핵 배치해야 한다"던 홍준표
느닷없는 "전술핵 안 되면 '자체 핵무장'" 엄포
느닷없는 "전술핵 안 되면 '자체 핵무장'" 엄포
홍 대표는 간담회에서 '한미동맹'과 '전술핵 재배치'를 뗄 수 없는 것으로 규정했다. 한미동맹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조속한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북한 핵무기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인 연합방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홍 대표가 갑자기 '전술핵 재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스스로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는 "저와 자유한국당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최후의 수단으로 독자적 핵무장에 나설 의지도 갖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한미동맹'이 안보의 근간이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를 고리로 동맹을 강화하고 안보위기를 함께 타개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던 홍 대표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자신의 뜻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독자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홍 대표는 "미국 각 정당의 지도자 여러분은 물론, 외교 일선의 전문가와 석학 여러분도 저와 자유한국당의 노력에 힘을 더해달라"고 부연했다.
"핵무장으로 위협하냐? 그게 진짜 목표냐?" 타박 듣고…
가만히 듣고 있던 미국 측 참석자들은 홍 대표의 '좌충우돌' 연설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미국 현지에서 홍 대표를 동행 취재 중인 '연합뉴스' 등 방문기자단의 보도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홍 대표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이들은 '자체 핵무장'까지 할 수 있다는 엄포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거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스탠리 로스는 "전술핵 재배치는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토비 달튼은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면 오히려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거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며 "자체 핵무장도 미국의 우방국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핵확산 전문가인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소장도 "전술핵 재배치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그는 홍 대표가 '자체 핵무장' 엄포를 놓은 것에 대해서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겠다며 또다시 위협을 가하는 것 같다"며 "자체 핵무장이 당신의 진짜 목표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홍 대표는 "강도가 집에 들어왔는데 경찰서가 집 옆에 있는 것과 수백km 떨어져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하겠느냐"고 강변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못하는 외교, 우리가 하겠다'며 미국까지 날아간 홍 대표로서는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꼴 같잖은 게 미국을 협박하냐'는 것 같더라" 투덜댄 홍준표
이와 관련해 홍 대표는 특파원 간담회 자리에서 "'꼴 같지 않은 게 미국을 협박하는 거냐'는 느낌이 들었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그는 "(그래서 제가) '우리는 죽고 사는 문제다. 경제 제재가 문제가 돼서 (핵무장을) 못할 것 같으냐'고 했다"고 자랑하듯 소개했다.
홍 대표는 '홍 대표의 핵균형 논리대로라면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본이 핵을 가지려고 하면 가지라고 해라. 일본에 (핵이) 있고 없고가 무슨 상관이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초 방한에서 북한에 대해 엄포가 아닌, 실질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메시지를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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