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영상' 온라인서 인기.. 패배 아닌 새 출발로 인식
"용기가 부럽다" 공감·응원
"용기가 부럽다" 공감·응원
"지금 이 영상은 사표 내러 가는 모습입니다. 퇴사 1분 전!"
한 젊은 여성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회사 사무실에 들어간다. 그다음 "방금 팀장님께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퇴사 방송'의 한 장면이다. 최근 직장인이 자신의 퇴사 과정을 영상에 담아 인터넷에 올린 영상이 인기다. 몇몇 영상의 조회 수는 수만 회에 이른다. 이를 본 직장인들은 '용기가 대단하다'며 댓글을 단다.
지난달 유튜브엔 '회사 그만뒀습니다'라는 제목의 12분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대학 교직원이 2년간 일했던 학교에 사표를 낸 뒤 마지막 출근날 근무 풍경을 셀프 카메라로 담았다. 동료들이 케이크를 선물하며 '퇴사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과 연말 정산 환급 영수증을 출력하는 모습이 나온다. 퇴사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있다. 대형 노무법인 일을 그만두고 곧 세계 여행을 떠난다는 이모(25)씨는 최근 올린 영상에서 "조직 생활에서 나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퇴사 후 평소 좋아하던 스포츠 경기를 보며 자축하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방송도 있다.
퇴사 영상엔 '용기가 부럽다' '대단하다'는 직장인들의 댓글이 수백개 달린다. 한 네티즌은 '나도 3년째 퇴사를 맘에 품고 있는 직딩(직장인)이다. 곧 그 기분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상사에게 혼난 후 이 영상을 보고 사표 던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이들이 많다.
'퇴사 방송'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이들은 대부분 2030세대다. 퇴사를 패배로 느끼던 이전 세대와 달리 새로운 출발로 삼겠다는 것이다. 취업 자체가 힘든 시대에 이런 퇴사 방송은 자칫 '철없는 놀이'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직장인들에게 퇴사는 무엇보다 절실한 얘기"라고 말한다. 고된 직장 생활에 퇴사를 떠올려보는 수많은 동년배들에게 '퇴사 경험자'로서 실질적 조언을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퇴사 후 재취업을 못하는 냉혹한 현실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퇴사·이직이 잦아진 2030에게 퇴사는 피하기보단 잘 계획해야 하는 결정"이라며 "소셜 미디어 세대들이 그런 결정에 대해 다수와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