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새해부터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법정 구형량을 대폭 높인다. 성폭행이나 미성년자 납치 등 강력범죄가 결합된 살인죄는 무기징역 구형을 기본으로 한다. 극단적인 인명(人命) 경시 성향이 나타난 경우 사형 구형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이 같은 내용의 ‘살인범죄 처리 기준 합리화 방안’을 1일부터 전국 검찰청에서 시행한다고 밝혔다. 살인죄 구형량을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구형 기준을 사건별로 자세하게 나눈 게 골자다. 대검 측은 “엄정하고 통일된 구형으로 살인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형을 선고할 법원에도 분명한 의견을 제시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살인죄에 대해 선고하는 형량은 집행유예부터 사형까지 천차만별이다. 범행 동기나 전과 유무 등 양형에 고려해야 할 사유가 범죄별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2009년 살인죄에 대해 첫 양형 기준을 만든 뒤 2011, 2013년 두 차례 법정형 선고 기준을 수정했다.
하지만 현재의 처벌 수준으로는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살인범죄를 억제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국민일보가 대검과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2017년 6월 5일 1·2·3면 참조)에서도 국민 10명 중 8명은 살인범죄의 양형 기준과 법정형이 모두 낮은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검사(51.8%)뿐 아니라 변호사, 교수 집단의 절반가량도 ‘법정형 처벌 수준이 낮다’고 했다.
검찰의 새 구형 기준에선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나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더 엄중하게 처벌한다. 금전적 이익을 노린 경우나 보복, ‘묻지 마’ 살인도 가중처벌 요소로 고려한다. 살인이나 폭력 등 동종·이종 전력도 가중 요소다. 다만 살인 피해자가 가해자를 학대하는 등 피해자에게도 귀책사유가 있거나 생활고에 기인한 범행은 감경 요소로 참작한다.
검찰은 매년 약 50명의 피해자가 살인 전과자에 의해 무고한 생명을 잃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살인범죄는 연간 1000여건 발생하는데 그 가운데 가해자가 살인 전과자인 비율은 2006년부터 10년간 평균 6%로 나타났다. 대검 측은 “살인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뿐 아니라 재범 가능성이 있는 살인 전과자를 사회에서 더 오래 격리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우리 법원의 살인범죄 통상 형량은 징역 10∼16년 수준이다. 독일에선 2010년부터 5년간 살인 범죄자의 24.3%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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