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 원전 건설사업과 연계된 ‘군사지원’ 협의 논란
약속 수준 따라 심각한 외교·군사·경제 문제 생길 수도
임종석실장 방문 전 해군 정보작전참모부장 등도 방문
청와대 “이전 정부 계약과 임실장 방문 관련 없다”
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목적은 이명박 정부 때 양국이 협의한 ‘군사지원’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과거 아랍에미리트가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사업자 결정을 앞두고 우리 정부에 높은 수준의 군사협력을 요구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특전사 파병 외에는 관련 내용이 공개된 적이 없다. 만약 아랍에미리트와 대립 중인 이란 등 주변국을 자극할 만한 군사지원이 합의됐다면 복잡한 중동 정세와 맞물려 외교 문제는 물론 수출과 기업 활동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일 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랍에미리트 논란과 관련해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에 걸쳐 있는 문제가 있다. 원전 마피아와 방산 마피아가 결탁한 특이한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원전 수주의 대가로 맺었지만, 국회에 보고되지 않은 군사 엠오유(MOU·양해각서)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아랍에미리트가 지난 대선 뒤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전사 파병은 군사 엠오유의 일부분이다”라고 밝혔다. 원전 수주(2009년 12월)와 파병(2011년 1월) 당시 한나라당 국방위원이던 한 야당 의원도 “이면합의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2009년 12월27일 원전 수주 발표 직전 상황을 돌이켜 봐도, 양국이 원전 수주와 연계해 광범위한 ‘군사지원’ 논의를 한 정황은 뚜렷하다. 당시 공사를 따낼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쪽은 아랍에미리트와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맺고 있던 프랑스로 알려져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공군기지 건설과 프랑스산 전투기 제공 등을 제안한 바 있다.
그해 11월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왕세제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했고, 뒤이어 11월17~20일, 23~26일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점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김태영 당시 장관은 2010년 11월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아랍에미리트는 최초에 과도한 요구를 했고, 파병을 포함해 40개 정도 질문을 했다”며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당시 원전 수주는 프랑스 쪽 ‘카드’에 대적할 군사지원 약속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아랍에미리트로의 방산 수출 규모가 파병 뒤 1조2천억원(2011~2016년)으로 30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그간 아랍에미리트와의 군사협력은 특전사 교육훈련 제공과 국산 무기를 활용한 원전 방호 및 우리 국민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방산업계 쪽은 무기 수출 규모만 보면 ‘그 이상'이라고 평한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무기 수출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온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중동지역은 워낙 민감해 무기 수출을 하더라도 정부 승인 없이는 공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어떤 계약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임 실장의 방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임 실장 방문(12월9~12일) 전인 지난해 11~12월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과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다는 보도를 인정하며 “해외 파병부대 격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하얀 성연철 박병수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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