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박근혜 이름 팔아서 최대 앵벌이 장이 열렸다.”
정영모 정의로운 시민행동 대표가 태극기부대 집회를 비난한 말이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태극기혁명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 대표 최대집, 사무총장 민중홍, 감사 이보희 3인을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정 대표는 3일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미디어오늘과 만났다.
자신을 애국우파라고 소개한 정 대표가 보수우파단체 인사를 고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 대표는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태극기를 내세워 박근혜를 구하겠다고 집회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박근혜 이름을 팔아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더러운 짓을 하고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다.
정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국본의 입출금 내역에 민중홍 등 3인이 불법모금하고 어디에 돈을 썼는지 나와 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4조 1항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등록청에 사전 등록하도록 돼 있다. 국본은 서울청에 계획서를 접수했지만 집회와 시위를 위한 모금은 등록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반려를 당했는데도 1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했다. 더욱이 국본이 지출한 내역에는 사적 용도로 쓴 내용도 확인됐다.
정 대표의 고발 내용은 보수 우파의 대표적인 집회로 주목받았던 태극기 집회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사안을 이해하려면 태극기부대가 만들어진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태극기부대의 원조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다. 해당 단체는 지난 2016년 11월 결성돼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맞서 태극기를 내세웠고, 그 상징성으로 박근혜를 지키는 단체가 됐다. 그리고 돈이 몰려들었다.
사실 정 대표가 국본을 고발한 이유도 불법으로 수십억 원을 모금하고 그 돈을 모금 이유와 다르게 사용했던 탄기국을 고발했는데 문제가 되자 탄기국 간부가 국본으로 갈아타고 또다시 불법모금을 하는 똑같은 짓을 하는 걸 지켜봤기 때문이다.
탄기국이 지난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모금한 돈은 확인된 액수만 65억 원이다. 이중 탄기국은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쪽에서 40억원을 모금했다고 주장했고, 나머지 25억원의 돈을 불법 모금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탄기국은 박사모 명의의 통장으로 수십억원을 모금했다. ‘돈벼락’을 맞은 탄기국은 신문 광고비로 수억 원을 지출하는 등 판을 키웠고, 투자한 돈은 다시 대규모 집회에서 모금해 큰 돈으로 돌아왔다.
탄기국은 불법모금한 돈을 새누리당 창당 자금으로 썼다. 집회 시위를 목적으로 돈을 걷고 정당 창당 자금을 댄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박근혜 탄핵으로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하자 태극기부대는 새누리당 이름으로 정당을 창당했다.
정영모 대표는 탄기국의 모금 입출금 내역을 확보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지난해 11월 4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탄기국의 돈 문제는 내부에서도 갈등을 촉발시켰다. 돈을 가지고 싸우면서 사실상 탄기국이 무너졌다. 하지만 태극기부대는 포기하지 않았다. 탄기국이 거둬들인 돈의 회계를 담당했던 민중홍 사무총장은 탄기국이 해체되고 난 후 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이하 국대위)의 사무총장을 맡았고, 국대위를 거쳐 지난해 4월 16일 정식 창립한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이 됐다.
불법으로 모금하고 정당 창당 자금으로 사용해 문제가 된 책임자 민중홍이 또다시 태극기부대를 만들고 돈을 관리했던 것이다.
정 대표는 “탄기국 시절 태극기 집회를 열면 돈벼락이 쏟아지는 걸 봤다. 탄기국 모금이 문제되니까 해체하고 난 뒤 다시 돈벼락을 맞고 싶어서 키우려고 만든 게 국본”이라며 “탄기국에서 그 돈으로 정당 만들고, 여러 개인비리, 리베이트로 받은 비용 등 온갖 지저분한 일을 하고 회계처리도 주먹구구식으로 했는데 국본에서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서울 시청앞 태극기 집회. ⓒ 연합뉴스 |
국본의 모금 입출금 내역을 보면 지난해 4월 16일부터 2017년 9월 30일까지 집회현장에서 51,091,651원, 후원계좌로 51,965,364원 등 총 1억 3백여만원을 불법모금했다.
국본은 불법모금에 그치지 않았다. 국본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단체 인사는 154회 택시를 타고 170여만 원을 지불했다. 하남시에 소재한 식당에서 모두 40여 차례를 식사를 하고 94만8천원을 지불했다. 정 대표는 “불법모금한 돈을 민중홍 사무총장이 일부 사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집회 시위 목적으로 거둬들인 돈은 각종 자원봉사자 단체 식사 명목으로 식사비용, 주유 비용, 간식 비용 등으로 쓰였다. 문화일보 광고 비용으로도 155만원이 사용됐다.
행사무대와 음향, 버스대절 비용, 현수막 비용도 뻥튀기해 쓰였다. 이면계약을 통해 돈을 지불하고 뒤로 리베이트 비용으로 돌려받았을 거라는 의혹이 나온다.
정 대표는 “5톤 영상 차량을 제일 처음엔 480만원에 빌렸는데 이후 250만원, 150만원으로 낮춰서 지불한다. 원래 빌릴 수 있는 비용이 낮았던 건데 그럼 그 차액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며 “영상 촬영을 하는 프로덕션과 거래 내용을 보면 수의 계약을 했고 미지급금이 5천여만원에 이른다. 영수증 제출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명예직인 감사에게 국본통장에서 350여만 원을 인출해 지급한 내역도 확인됐다.
정 대표는 “아스팔트 집회 현장에서 집회 주최자에게 직접 돈 뭉텅이를 줬는데 입금하지 않은 의혹도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탄기국은 전국에서 인원을 동원하기 위해 신문에 광고하고 후원금 문자 발송부터 시작해서 모금을 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아서 수십억원을 끌어모았고, 그 단체의 사무총장 민중홍이 탄기국이 무너진 뒤에 다시 시작해보려고 국대위 통장으로 들어온 돈을 쌈짓돈으로 해서 이렇게 장난을 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극기부대의 집회가 매주 토요일 대도시 시장 주변에서 열리는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게 정 대표 주장이다. 정 대표는 “특정 시간과 장소에 보수층의 모금이 몰릴 것으로 보고 매주 토요일 오후 7일장에 열리는 도시를 찾아가 집회를 여는 식”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탄기국을 고발할 당시 수사당국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집회 때 들어온 수천만 원 단위의 뭉텅이 돈에 대해 출처를 조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수사가 미진해 적당히 넘어가면서 또다시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태극기부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사회적으로 태극기 집회 주최자는 적폐청산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태극기 집회는 척결돼야할 집회다. 박통팔이 앵벌이 집회일 뿐이다. 사람이 100명도 안 모였는데 영상촬영비용만 수백만원을 쓰고...이게 무슨 놈의 애국 집회냐, 앵벌이 집회지”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단군 이래 박근혜 이름을 팔아서 최대의 앵벌이 장이 열렸고 태극기 단체들이 집회 시위를 왜곡 변질시켜버렸다”며 “비리 척결에 좌우가 없다. 우파가 우파를 고발한다고 하지 말고 당신이 비리가 있느냐 없느냐만 얘기를 해야 한다. 불법모금하고 사적 용도로 쓴 혐의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을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태극기 단체는 아스팔트를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탄핵 정국 당시 조원진 의원은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지지발언을 했다. 사진=민중의소리 |
정 대표는 또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탄기국이 모은 불법모금액 일부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나선 조원진 의원의 대선 공탁금으로 불법 전용됐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대선 공탁금 3억원 자체가 박사모 통장에서 나와서 새누리당으로 건너갔다. 박사모 회장이 정광용이고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정광용이다. 3억원의 출처를 조원진 의원이 과연 몰랐겠느냐. 자신이 대선에 나갔으면 집 담보 대출을 받아서라도 치러야지 왜 불법전용된 돈을 사용하느냐”고 비난했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0614#csidxbc4232e2cfbf5a980efe30d95008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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