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실장은 이날 케냐 출장을 위한 경유지인 에티오피아에 도착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눈만 뜨면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몰려드는 청탁을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고 정성껏 듣고 설명하려 애썼다”며 “하지만 결과가 요구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반드시 인간적 배신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날이 느는 것은 주변의 서운함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실장은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청탁이 끊이지 않는다는 고충도 토로했다. 그는 “뉴스를 보면 뻔히 사법처리가 되는 사안들을 가지고 와서 자기만 특별히 처리해 달라고 한다”며 “남의 민원은 청탁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자신의 청탁은 정당한 민원이라고 우긴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전화가 오고 전화를 받는 자체가 지긋지긋하다”며 “사람의 아픔이 담긴 민원보다 욕심만 가득 담긴 청탁에 토할 것만 같다. 서운함과 배신만 남는 사람 사이가 정말 무섭다”고 토로했다.
박 실장은 “제 입 즐겁자고 제 손으로 기름진 음식을 먹은 적도 드물고 제 몸 건강하자고 보약 한번 챙겨 먹지 못했다”, “철마다 옷을 바꿔 입지도 못했고, 어쩌다 보면 양말은 구멍 나기가 일쑤였다”, “시골 동네에서도 다 가는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도 한번 못 가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통장은 여전히 빈 통장 그대로”고 했다.
박 실장이 해외 출장 중에 이 같은 글을 올린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정치권에서는 박 실장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원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박 실장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 부정청탁을 거절했다가 상대방이 불륜 의혹 등을 제기해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박수현 “욕심만 가득 담긴 청탁에 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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