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 '살려달라' 외침만..사람들 떠내려가는데 구조대 감감"
"아래층 선실에 있던 일행은 못 나왔을 것".."폭우 속 강행했어야 했나 한탄"
"'가해 유람선' 구호조처도 없이 계속 항해"
"아래층 선실에 있던 일행은 못 나왔을 것".."폭우 속 강행했어야 했나 한탄"
"'가해 유람선' 구호조처도 없이 계속 항해"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어둠 속에서 물에 빠진 사람들이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3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9시 기자가 헝가리 유람선 참사 생존자들이 이송된 호텔에 도착했을 당시까지 구조된 7명 중 4명은 호텔 로비 소파에서 흐느끼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너무 울어서 눈이 빨갛게 변하거나,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의 생존자인 정모(31)씨는 전날 밤 사고 상황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또다시 오열했다.
정씨는 "물살이 너무 빨라서 사람들이 떠내려가는 순간에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29일 밤 사고 당시 정씨는 갑판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갑판에는 정씨 말고도 사진을 찍거나 하선을 준비하는 관광객 약 20명이 있었고, 나머지 10여명은 아래쪽 선실에 모여 있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 30명과 가이드 3명 등이 탑승한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인어호)'는 사고 당시 야경 투어를 거의 마치고 강폭의 중간쯤에서 거의 서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정씨는 "큰 크루즈가 접근하는 걸 봤지만 설마 그 유람선이 그대로 우리 배를 들이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큰 유람선은 한국 관광객이 탄 유람선에 살짝 부딪힌 후 다시 강하게 추돌했다고 한다.
윤모(32)씨는 "순식간에 배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침몰했다"면서 "갑판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물에 빠졌고, 1층 선실에서 쉬던 사람들은 아마 배에서 빨리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을 흐렸다.
윤씨는 다른 생존자 김모(55)씨와 모녀지간이다.
일행 중에는 외조부모, 엄마와 함께 유람선을 탄 6세 여아가 있었다고 한다.
윤씨는 "배에서 할머니와 아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봤는데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선실에 있었다면…"이라고 울먹였다.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정씨는 앞에 구명튜브를 발견했고 '저걸 놓치면 죽는다'는 생각에 남은 힘을 짜내 튜브를 잡았다고 한다.
정씨는 구명튜브에 연결된 줄을 근처에 있던 윤씨쪽으로 던져 함께 튜브에 매달렸다.
두 사람은 튜브에 의지해 조금씩 떠밀려 가면서 사람들의 머리가 오르내리는 걸 보고도 애타게 눈물만 쏟았다고 한다.
생존자 안모(60)씨는 수영을 하며 간신히 버티다 주변의 다른 유람선에 탄 선원이 내민 손을 간신히 붙잡고 안도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안씨는 "손을 계속 붙잡고 버티려고 했지만 미끄러져서 결국 떠내려갔다"면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떠내려온 물병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행사가 이런 폭우속에서 일정을 강행한 데 의문을 나타내고, 사고 후에도 전혀 구조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씨는 "그렇게 많은 관광객이 야간 유람선을 타는데 사고 대응체계는 없었다"면서 "구조대는 나처럼 어디선가 떨어진 구명튜브를 잡은 사람들이나 다른 유람선에서 붙잡고 있었던 분들을 건져내기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더욱이 가해 '선박'은 사고를 낸 후 구호조처도 없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운항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조된 생존자들은 병원 2~3곳에서 간단한 처치를 받은 후 이튿날 오전 시내 호텔로 이동했다.
이 호텔은 관광객 일행이 원래 투숙하려던 곳이다.
현지 직원이 생존자를 지원하고 있다는 '참좋은여행사' 측 발표와 달리 호텔에는 여행사 직원을 한명도 볼 수 없었다.
정씨는 "구조된 후 충격으로 정신이 없는데다 의사소통도 힘들어 병원에서 방치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눈물과 탄식을 쏟아내며 간신히 버티던 안씨 등 4명은 정오 무렵 한국대사관의 차량으로 부다페스트의 다른 호텔로 이동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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