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대 자금을 갹출받아 세웠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주도자와 관련 핵심 인물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미심쩍은 자금 운용 정황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씨는 막후 실력자였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 CF감독은 미르재단의 이사진 선임 등을 좌지우지했다. 또 ‘박근혜 가방’을 만든 가방제조업체 ‘빌로밀로’ 대표 고영태(40)씨는 올해 초 설립된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국내 ‘더블루K’와 독일 ‘The Blue K’를 관리하며 K스포츠재단의 자금 일부를 최씨 모녀에게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최씨와 고씨는 20년 나이 차이가 나지만 서로 반말을 주고받고 격의 없이 말다툼을 벌이는 친밀한 관계였다”고 전했다.
특히 이 전 사무총장은 “재단 사업의 목적과 조직도 등 문서를 작성해 차은택씨에게 건네면 최순실씨를 거쳐 고스란히 청와대 공식문서 형태로 다시 와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사실상 청와대의 실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차씨의 추천으로 미르재단에 들어와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간 재단 내에서 유일한 상근직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예산 사용과 관련해 이사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사들이 적극적인 예산 승인을 주문한 반면 이 전 사무총장은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절차와 규정을 지켜야 승인해 줄 수 있다고 맞서면서 의견 충돌이 잦았다는 것이다. 재단 내부의 갈등이 불거지자 지난 4월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 전 사무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중재를 시도했다고 한다.이 전 사무총장은 JTBC에 “안종범 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재단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것 같은데 원만하게 해결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단 내 갈등이 증폭되자 이사진은 지난 6월 그를 해임했다. 이어 미르재단 해체 직전인 지난 8월 최씨가 그를 찾아와 “K스포츠재단은 입단속이 됐으니 당신이 수습을 맡아 달라”며 입단속을 요구했다고 한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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