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동선 중심으로 조직 배치
재단관계자 “최씨 재단에 안오고
심복 통해 재단관리” 보안 강조
“여기가 최순실씨 회사냐?”
기자의 질문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관리인은 짐짓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18일 늦은 오후 서울 청담동 ㅂ빌딩 4층에 위치한 더블루케이의 유리로 된 출입문은 꽉 닫혀 있었다. 빌딩 관리인은 “9월께 이사 갔다”고 말했다. ‘꼬리’가 밟혀서일까? 이사 시점이 묘하다. 최씨가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 및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무렵이었다. 더블루케이는 최씨가 회장으로 있던 회사다. 문을 닫았지만 아직까지 이 회사의 등기는 살아 있다. 등기에 최씨의 이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만, “회장으로 불렸던 최씨가 이 회사를 아지트로 삼았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한다.
‘아지트’는 최씨 활동공간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더블루케이에서 그가 설립 및 인사에 관여한 케이스포츠는 고작 1.7㎞ 떨어져 있다. 걸어선 30여분이 걸리지만, 차로는 금세다. 최씨 소유로 압구정 한복판에 위치한 7층짜리 건물에선 불과 15분 거리다. 그가 자주 다니던 운동기능회복센터(CRC)와 보석가게 베켓도 지척에 있다. 운동기능회복센터는 그가 추천해 케이스포츠 재단 이사장이 된 정동춘씨가 원장으로 있던 곳이며, 보석가게는 그가 박근혜 대통령한테 선물로 준다며 수백만원짜리 보석을 산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더블루케이를 기준으로 미르재단은 케이스포츠보다 좀 더 가깝게 위치한다. 미르재단은 케이스포츠의 쌍둥이로 출범한 곳이다. 더블루케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사택과도 가깝다. 사택은 최씨가 수십년 동안 드나들면서 가장 친숙한 공간 중 하나다. ‘최순실 타운’이라고 부를 만한 이러한 공간적 근접성은 최씨의 권력 지도를 보여준다. 이 타운엔 비선 실세로서 최씨가 누리는 권력의 ‘뿌리’가 있기도 한 동시에 그가 권력을 행사한 대상이 있기도 하다. 최씨의 사람들은 듬성듬성 심어진 이들 공간을 이어주는 ‘선’들이다. 최씨의 ‘심복’으로 꼽히는 노숭일, 박헌영씨는 공익법인인 케이스포츠에 적을 두면서 더블루케이에서도 일했다. 재단과 이 회사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들이 케이스포츠에 출근 도장을 아예 찍지도 않은 채 블루케이에 가서 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더블루케이’를 케이스포츠의 ‘자회사’로 규정했다. 최씨의 사람들은 모회사와 자회사를 오가며 결국 최씨를 위해서 일했던 것이다.
더블루케이는 최씨의 지휘소와 같은 곳이기도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재단 관계자는 “최씨가 절대 재단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는 심복을 통해서 재단 내부 사람들도 잘 모르게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관리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철통 보안을 강조했다. 비선 실세가 권력을 행사하는 게 드러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씨는 자신이 심어 놓은 사람들을 통해 케이스포츠뿐만 아니라 미르와 블루케이 등 모든 조직을 자기 중심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류이근 방준호 박종식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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