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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제48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뉴시스> |
한국 국민 갖고 노는 미 국방부의 외교술
어찌된 일인지 한민구 국방장관이 미국에만 가면 전에 없던 협의체가 하나씩 생깁니다. 작년 10월에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여 미국을 방문한 한민구 장관은 미 국방부로부터 한국형전투기(KF-X) 4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당했습니다. 그 대신 미국은 앞으로 한국의 방산기술에 협력하기 위해 방산기술전략협력체(DTSCG)를 구성하기로 한 장관과 합의했습니다. 이미 한·미간에는 방산기술협력위원회(DTICC) 회의가 가동 중인데 동일한 성격의 고위급 협의체를 하나 더 만든 것입니다.
새로운 협의체가 구성되어 미국은 한국에 핵심기술을 더 많이 제공하였느냐? 그 반대입니다. 올 7월에 회의는 열렸지만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무기개발에 협력하지 않고 오직 자국산 무기만 팔아먹으려 합니다. 기술이전 협상 회의에 배석했던 한 인사는 “국적 포기하고 이민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굴욕감과 좌절감을 토로합니다. 그런데도 실속은 다 뺏기고 협의체 하나 만든 걸 외교적 성과라고 우리 정부는 자랑했습니다.
한·미 외교·국방 장관협의회에 이어 어제(20일) 개최된 한미 국방장관회의(SCM)을 봅시다. 애초 회의 전에는 미국이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인 폭격기나 전투기, 또는 원자력 잠수함의 한반도 상시배치나 순환배치가 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를 부풀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웬걸. 양국 국방장관 공동성명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 표현이 아예 없습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전략무기 배치해달라고 조르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의도가 없었습니다. 전략무기 배치는 미국의 의중에 따르는 것이지 한국이 감 나와라 배 나와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 대신 미국은 한국과 새로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만들기로 해주었습니다. 이미 한미 국방당국 간에는 억제전략위원회(DSC)가 가동 중인데 동일한 성격의 고위급 협의체 하나 더 만들었다고 무슨 사정이 달라질까요? 이걸 외교적 성과로 우리 정부는 또 자랑하고 있습니다. 혹세무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장관이 미국에만 가면 무슨 협의체 만들었다고 정부는 자랑하는데, 그게 어떻게 외교적 성과입니까? 이건 외교 실패의 결과입니다. 한미동맹은 수평적인 동맹이 아니라 수직적인 동맹입니다. 한국은 여전히 미국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협의체를 만들었다고 하니까 일부 언론이 우리가 나토와 같은 복합적·중층적 의사결정에 미국과 동등한 의사결정의 당사자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공동성명 어디에 그런 조항이 있습니까?
오히려 이런 장관 회의는 우리가 미국의 당번병 신세에서 아직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결과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 불만 달래고 한국의 핵무장 충동을 무마하기 위해 협의체 하나 만들어준 걸 감지덕지하는 저 언론의 행태를 보십시오. 이런 한국사회의 동맹관은 동맹이 과학이 아니라 신앙으로 전락하고 만 현실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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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제48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뉴시스> |
* 이 글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김종대 의원의 동의하에 전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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