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1일 종교인소득 과세 관련 '소득세법시행령' 수정 입법을 예고했다. 이번 수정안의 핵심은 종교활동비의 비과세를 유지하되 종교인소득 중 비과세소득인 종교활동비 지급액도 지급명세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점이다. 그러나 수정안 발표에도 정부가 종교인에 대해 과세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11월 28일 종교활동비 비과세와 종교인 세무조사 범위를 종교인 회계에 한정토록 하는 걸 뼈대로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을 둘러싸고 가장 논란이 됐던 지점은 ▲ 종교활동비를 과세항목에서 제외한 점 ▲ 종교활동비를 종교단체의 규약이나 종교단체의 의결 및 승인에 따라 결정하도록 한 점 ▲ 종교단체는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금품 등과 그밖에 종교활동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을 구분해 기록·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세무조사 시엔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금품 외의 종교 활동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구분하여 기록·관리한 장부 등은 조사대상이 아님'을 명시한 점 등이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종교인에게 과도하게 특혜를 줘 과세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해왔다. 전국 50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종교활동비를 비과세하기로 한 데 대해 "현재 종교 단체들이 종교관련 종사자들에게 지급하는 금액의 상당부분이 위 조항에 해당되고, 활동비의 범위 또한 특정하기가 어려워 사실상 과세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또 "종교인의 소득 신고에 문제가 있어도 세무조사도 제대로 못 하게 되어 탈세를 조장함은 물론, 타 근로소득자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정부에 시행령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문제의 핵심, 비과세 되는 범위를 종교단체가 스스로 정하는 것"
진보성향의 목회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아래 목자단)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정안에 담긴 종교활동비 비과세 및 세무조사 예외 조항이 조세납부 형평성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목자단은 "우리가 종교인으로서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세무조사에 대한 제한조항은 탈세를 조장할 우려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해 볼 때, 정부가 수정안을 내고 종교활동비 지급액을 신고하도록 한 건 반대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특혜 시비는 잦아들지 않는 양상이다. 정부가 종교활동비를 비과세로 계속 묶어두는 한편 종교단체회계에 대한 세무조사는 종교인소득에 한해 조사하도록 규정한 소득세법의 취지를 감안해, 당초 입법예고안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21일 논평을 내고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시행령 개정안에는 여전히 종교인과세 소득의 범위를 종교단체가 자체적으로 정하되 신고의무가 없던 종교활동비에 대해 신고의무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활동비에 대한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세무조사를 진행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종교인 과세가 시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종교단체 스스로가 무엇이 종교활동비인지를 정하는 상황에서 특정 종교활동비가 과세 대상인지를 과세당국이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문제의 핵심은 한도 없이 비과세 되는 종교활동비의 범위를 종교단체 스스로가 정하는 것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종교활동비를 신고하는 것만으로는 기존의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비판을 이어나갔다.
종교계 시민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종교계 시민단체인 종교투명성센터와 종교인 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들은 "종교인 과세 특혜를 시정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종교인 과세 특혜로 점철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종교인 과세 특혜를 비호하는 정부 당국에 대한 국민적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예정대로라면 종교인과세 시행령은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친 뒤 연내 공포돼 2018년 1월 1일 시행된다. 이에 맞서 종교투명성센터와 종교인 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세종시에 있는 기획재정부에 수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할 방침이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 협상 상대를 잘못 고른 건 아닐까
아무리 따져봐도 종교인과세를 둘러싼 혼선은 정부가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을 대폭 수용하면서 자초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보수 개신교계는 종교인과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격렬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종교활동비에 대한 과세와 종교기관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 거칠게 반응했다. 이들은 지난달 기재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환호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개정안이 자신들의 숙원을 잘 반영해 놓았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기사 등에 따르면, 개정안이 발표되자 예장합동 교단 산하 목회자납세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이 정도면 잘한 것으로 본다"고 평했을 정도다.
이런 흐름은 지난 1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아래 개정안)의 보완을 지시하면서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이 총리의 지시가 나온 이후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기독교연합·한국장로교총연합회·전국17개광역시기독교연합회·한국교회법학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교회와종교간협력을위한특별위원회(아래 종교인과세TF)는 18일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종교 활동비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소득세법의 상위법인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교인 소득이 종교인이 소속된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이라면 세무조사도 종교단체가 아닌 종교인의 개인의 소득에 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면서 이 두 가지 원칙이 훼손될 경우 "심각한 정교갈등과 함께 강력한 조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들의 격앙된 반응은 "만일 종교 탄압의 음모가 사실로 드러나면 한국교회는 순교적 각오로 종교의 자유와 교회 수호를 위해 일사각오의 결단을 불사할 것"이라는 성명 마지막 대목에서 정점에 도달했다.
이 글에서 '보수 개신교계 입장이 옳다, 그르다'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정부가 보수 개신교계를 마치 전체 개신교의 대표성을 갖는 기구로 인정한 점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개신교계 안에서도 납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목회자나 성도들도 없지 않다. 보수 개신교계가 순교적 저항 운운하며 정부 정책에 불쾌감을 표시하자 교회개혁실천연대는 19일 반박 성명을 내고 "어찌 감히 종교의 자유, 정교분리 원칙, 저항, 순교적 각오 운운하며 공평한 종교인과세원칙을 흔들려 하는가"라고 개탄한 바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자. 정부가 밝힌 원천징수액 사례대로라면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5000만 원 이상인 종교인에겐 5만730원이 원천 징수된다. 세액만 따지만 같은 기준의 근로소득자의 원천징수액 9만9560원에 비해 적게 낸다. 개신교계로 한정해 볼 때,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목회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히려 최소 과표인 연소득 2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해 원천징수 자체가 안 되거나, 오히려 정부가 생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목회자들이 더 많은 게 개신교계의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보수 개신교 목회자들이 종교활동비에 세금을 물리면 순교적 각오로 저항하겠다고 했는데, 이들의 메시지에 공감할 목회자들은 또 몇이나 될까?
결국 정부는 목회자 중 이해집단을 상대로 의견을 듣고, 이들의 이해관계를 정부정책에 반영한 셈이다. 세금을 물리고, 세무조사를 실시할 경우 빼앗길 게 많고 부실한 회계 운영이 들통날 가능성이 높은 목회자 집단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과세 정책 마련하길 바라며
그간 보수 개신교계는 '보수 정권의 나팔수'임을 자처해 왔다. 종교인과세TF에 이름을 올린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기총과 한교연은 이명박 전 정권의 출범에 기여했으며, 박근혜 전 정권 시절엔 국정 역사교과서·개성공단 중단·12.28 한일위안부합의 등 국민적 합의와 괴리된 정책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이런 집단이 전 정권에서 입법이 된 종교인과세에 대해 '순교적 저항' 운운하는 건 참으로 괴이하다. 더욱 괴이한 건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제인 정부가 적폐나 다름없는 보수 개신교계의 눈치를 보며 종교인과세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린 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정부는 상황 파악을 미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는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종교인소득 과세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지 50년 만에 과세의 첫걸음을 뗀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는 만큼,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종교계와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송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종교인 과세를 일단 내년에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행 뒤) 보완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종교인과세 시행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식의 종교인과세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그야말로 공평무사해야 할 과세정책을 세우면서 특정 종교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실책을 저질렀다. 종교계와 국민들로부터 진심 어린 이해와 협조를 구하려면, 예수 팔아 제 잇속 채우는 나쁜 종교인들보다 진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한 목회자들을 찾아 나서고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했는데 말이다.
김 부총리가 보완을 시사한 만큼, 정부가 이번엔 제대로 된 종교인들과 접촉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과세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소망한다. 부디 정부가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 바란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11월 28일 종교활동비 비과세와 종교인 세무조사 범위를 종교인 회계에 한정토록 하는 걸 뼈대로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을 둘러싸고 가장 논란이 됐던 지점은 ▲ 종교활동비를 과세항목에서 제외한 점 ▲ 종교활동비를 종교단체의 규약이나 종교단체의 의결 및 승인에 따라 결정하도록 한 점 ▲ 종교단체는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금품 등과 그밖에 종교활동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을 구분해 기록·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세무조사 시엔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금품 외의 종교 활동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구분하여 기록·관리한 장부 등은 조사대상이 아님'을 명시한 점 등이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종교인에게 과도하게 특혜를 줘 과세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해왔다. 전국 50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종교활동비를 비과세하기로 한 데 대해 "현재 종교 단체들이 종교관련 종사자들에게 지급하는 금액의 상당부분이 위 조항에 해당되고, 활동비의 범위 또한 특정하기가 어려워 사실상 과세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또 "종교인의 소득 신고에 문제가 있어도 세무조사도 제대로 못 하게 되어 탈세를 조장함은 물론, 타 근로소득자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정부에 시행령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문제의 핵심, 비과세 되는 범위를 종교단체가 스스로 정하는 것"
▲ 진보성향의 개신교 목회자들의 모임인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은 21일 서울 정부 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종교인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
ⓒ 지유석 |
진보성향의 목회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아래 목자단)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정안에 담긴 종교활동비 비과세 및 세무조사 예외 조항이 조세납부 형평성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목자단은 "우리가 종교인으로서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세무조사에 대한 제한조항은 탈세를 조장할 우려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특혜 시비는 잦아들지 않는 양상이다. 정부가 종교활동비를 비과세로 계속 묶어두는 한편 종교단체회계에 대한 세무조사는 종교인소득에 한해 조사하도록 규정한 소득세법의 취지를 감안해, 당초 입법예고안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21일 논평을 내고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시행령 개정안에는 여전히 종교인과세 소득의 범위를 종교단체가 자체적으로 정하되 신고의무가 없던 종교활동비에 대해 신고의무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활동비에 대한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세무조사를 진행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종교인 과세가 시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종교단체 스스로가 무엇이 종교활동비인지를 정하는 상황에서 특정 종교활동비가 과세 대상인지를 과세당국이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문제의 핵심은 한도 없이 비과세 되는 종교활동비의 범위를 종교단체 스스로가 정하는 것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종교활동비를 신고하는 것만으로는 기존의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비판을 이어나갔다.
종교계 시민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종교계 시민단체인 종교투명성센터와 종교인 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들은 "종교인 과세 특혜를 시정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종교인 과세 특혜로 점철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종교인 과세 특혜를 비호하는 정부 당국에 대한 국민적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예정대로라면 종교인과세 시행령은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친 뒤 연내 공포돼 2018년 1월 1일 시행된다. 이에 맞서 종교투명성센터와 종교인 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세종시에 있는 기획재정부에 수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할 방침이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 협상 상대를 잘못 고른 건 아닐까
▲ 종교계 시민단체인 종교투명성센터와 종교인 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종교인 과세 특혜 철폐를 촉구했다. | |
ⓒ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제공 |
아무리 따져봐도 종교인과세를 둘러싼 혼선은 정부가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을 대폭 수용하면서 자초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보수 개신교계는 종교인과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격렬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종교활동비에 대한 과세와 종교기관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 거칠게 반응했다. 이들은 지난달 기재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환호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개정안이 자신들의 숙원을 잘 반영해 놓았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기사 등에 따르면, 개정안이 발표되자 예장합동 교단 산하 목회자납세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이 정도면 잘한 것으로 본다"고 평했을 정도다.
이런 흐름은 지난 1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아래 개정안)의 보완을 지시하면서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이 총리의 지시가 나온 이후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기독교연합·한국장로교총연합회·전국17개광역시기독교연합회·한국교회법학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교회와종교간협력을위한특별위원회(아래 종교인과세TF)는 18일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종교 활동비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소득세법의 상위법인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교인 소득이 종교인이 소속된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이라면 세무조사도 종교단체가 아닌 종교인의 개인의 소득에 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면서 이 두 가지 원칙이 훼손될 경우 "심각한 정교갈등과 함께 강력한 조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들의 격앙된 반응은 "만일 종교 탄압의 음모가 사실로 드러나면 한국교회는 순교적 각오로 종교의 자유와 교회 수호를 위해 일사각오의 결단을 불사할 것"이라는 성명 마지막 대목에서 정점에 도달했다.
이 글에서 '보수 개신교계 입장이 옳다, 그르다'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정부가 보수 개신교계를 마치 전체 개신교의 대표성을 갖는 기구로 인정한 점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개신교계 안에서도 납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목회자나 성도들도 없지 않다. 보수 개신교계가 순교적 저항 운운하며 정부 정책에 불쾌감을 표시하자 교회개혁실천연대는 19일 반박 성명을 내고 "어찌 감히 종교의 자유, 정교분리 원칙, 저항, 순교적 각오 운운하며 공평한 종교인과세원칙을 흔들려 하는가"라고 개탄한 바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자. 정부가 밝힌 원천징수액 사례대로라면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5000만 원 이상인 종교인에겐 5만730원이 원천 징수된다. 세액만 따지만 같은 기준의 근로소득자의 원천징수액 9만9560원에 비해 적게 낸다. 개신교계로 한정해 볼 때,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목회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히려 최소 과표인 연소득 2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해 원천징수 자체가 안 되거나, 오히려 정부가 생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목회자들이 더 많은 게 개신교계의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보수 개신교 목회자들이 종교활동비에 세금을 물리면 순교적 각오로 저항하겠다고 했는데, 이들의 메시지에 공감할 목회자들은 또 몇이나 될까?
결국 정부는 목회자 중 이해집단을 상대로 의견을 듣고, 이들의 이해관계를 정부정책에 반영한 셈이다. 세금을 물리고, 세무조사를 실시할 경우 빼앗길 게 많고 부실한 회계 운영이 들통날 가능성이 높은 목회자 집단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과세 정책 마련하길 바라며
그간 보수 개신교계는 '보수 정권의 나팔수'임을 자처해 왔다. 종교인과세TF에 이름을 올린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기총과 한교연은 이명박 전 정권의 출범에 기여했으며, 박근혜 전 정권 시절엔 국정 역사교과서·개성공단 중단·12.28 한일위안부합의 등 국민적 합의와 괴리된 정책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이런 집단이 전 정권에서 입법이 된 종교인과세에 대해 '순교적 저항' 운운하는 건 참으로 괴이하다. 더욱 괴이한 건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제인 정부가 적폐나 다름없는 보수 개신교계의 눈치를 보며 종교인과세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린 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정부는 상황 파악을 미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는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종교인소득 과세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지 50년 만에 과세의 첫걸음을 뗀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는 만큼,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종교계와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송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종교인 과세를 일단 내년에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행 뒤) 보완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종교인과세 시행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식의 종교인과세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그야말로 공평무사해야 할 과세정책을 세우면서 특정 종교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실책을 저질렀다. 종교계와 국민들로부터 진심 어린 이해와 협조를 구하려면, 예수 팔아 제 잇속 채우는 나쁜 종교인들보다 진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한 목회자들을 찾아 나서고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했는데 말이다.
김 부총리가 보완을 시사한 만큼, 정부가 이번엔 제대로 된 종교인들과 접촉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과세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소망한다. 부디 정부가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 바란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