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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December 23, 2017

"홍준표가 누구에게 용돈 받아 썼는지 안다" [여운환, 홍준표를 쏘다⑩] 분위기 좋았던 첫 만남, 그리고 이어진 반전

지난 1991년 홍준표 당시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에 의해 조직폭력단 '국제PJ파 두목'으로 기소됐던 여운환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이틀간 총 7시간에 걸쳐 자신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이에 있었던 '사나웠던 운명'을 숨가쁘게 털어놨다. <오마이뉴스>는 18회에 걸쳐 그 '사나웠던 운명의 증언'을 풀 스토리로 연재한다. <오마이뉴스>는 여 대표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홍 대표의 해명과 반론을 듣고자 수차례 접촉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다만 홍 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그것은 검찰(검사)이 불의한 깡패세력을 소탕한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오마이뉴스>는 이후라도 언제든지 홍 대표의 반론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다 [편집자말]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 그래서 결국 홍준표의 103호 검사실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는데 인상이 어땠나?
"인상이 아주 나빴는데, 내 마음은 '저 친구하고 친하게 지내면 나쁠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자기 말 그대로 '검사가 하기 어려운 일을 서슴없이 했다'고 하니 우리는 정의가 있다고 생각할 거 아녀? 위에서 누른 디 무시하고 조사했다고 한께. 그것을 다 사실이라고 그때는 생각했제.

'저런 검사가 있어야 대한민국도 바로 설 수 있다. 건설폭력 사건도 이런 사람이나 된께 하는 거고, 수사해서 혼낼 사람들 혼내주고 경각심을 주는구나.' 박수쳐줬어. 물론 공개적으로 박수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속으로 그랬어. '홍준표에게 정의감이 있구나' 하고 홍준표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제. 근데 그 (센) 자존심과 분위기가 내가 접근해서 친해질 분위기는 아니었어."

- 그러니까 검사실에서 처음 만난 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네. 
"자기가 호의적으로 대했으니까. '오, 여 사장 어서 오소' 했으니까. 그리고 나한테 '친구하자'고 하대. 1954년 갑장이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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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홍준표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걸 알았나?
"내가 홍준표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거를 우리 기사도 몰랐어. 만약 얘기했다면 추석 때 선물 줘부러겄제. 그날에서야 한 아파트에 산다는 걸 알았어."

- 홍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는 5층 4500만 원짜리 전세를 살았고, 당신은 15층 66평짜리 자가로 살았다고 했다. 이렇게 자기는 평범한 서민이고, 조폭 두목이던 당신은 호화롭게 살았다는 점을 대비시켰다.
"그때는 서울하고 달라서 아파트는 전세나 자가나 (금액 면에서) 그렇게 큰 차이 안 날 때여. 오히려 취득세 등 세금이 나오니까 자가를 원치 않기도 했어. 홍준표야 나중에 떠나야 할 사람이니까 자가를 사기가 쉽지 않았겠지. 내가 홍준표보다 11평이 더 컸어. 방 하나가 더 있는 것인데 그때 펜트하우스라는 개념이 없었어. 글고 제일 꼭대기층을 선호한 것도 아니여. 그때 다 추첨했어.

내가 11평 더 넓은 곳에서 자가로 살든 임대로 살든, 내가 더 좋은 곳에서 산다고 고깝게 여길 이유가 뭐가 있냐고. 그런 발상 자체가 문제여. '저 사람이 범죄자다' 단정하고. 그리고 자기 아들이 우리 아들하고 친하고 집에도 왔다고 하는데, 그것도 다 거짓말이여. 그 아들이 우리 집에 와본 적도 없고, 우리 아들도 기억을 못해."

-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한 친구의 아버지는 검사고, 한 친구의 아버지는 조폭두목이라는 서사구조.
"드라마 <모래시계> 보면 최민수랑 검사랑 친구드마. 홍준표도 자기가 거기 나온 검사처럼 해놨잖아. 홍준표는 각본이나 써야제 검사 하다가 사람 여럿 잡아불고."

"내가 진짜 조폭두목이라면 왜 선처해줄라고 했나?"

- 홍준표 자서전을 보면 당신을 처음 본 것을 이렇게 묘사했다. 자기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벤츠가 들어왔고, 덩치가 큰 사람이 차에서 내려서 차문을 열어주고 인사를 했다고. 그리고 나서 관리실에 문의해서 그 사람이 여운환이라는 것을 알았고, 다음날 검찰에 확인해보니 국제PJ파 두목으로 광주·전남을 평정했다고.
"그 아파트 구조가 베란다에서 차가 들어오고 나간 것을 볼 수 없어. 아파트 들어가는 입구는 뒷문이여. 근데 베란다는 반대편에 있어. 또 건장한 청년? 내 기억으로는 내가 기사에게도 문을 한 번도 못 열게 했어. 막 뛰어와서 열라고 하면 '창피하게 왜 그러냐?'고 핀잔을 줬어. 드라마 보면 부하가 깡패 두목의 차문을 열어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거를 보여줄라고 지어낸 거여. 아파트 구조를 누구보다 더 지가 잘 알 건데. 암튼 소설가가 딱 어울리는 사람이야."

- 당신의 책에서 "홍준표 검사와 나 사이에 오간 일들에 대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까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나는 그와 둘 만이 아는 일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고 기술했는데 "그와 둘 만이 아는 일들"은 무엇인가?
"둘만이 아는 이야기라는 것은 홍준표가 나한테 막 했던 이야기여. 교도소 면회 와서 한 이야기. 내가 조폭 두목을 인정하면 바로 고등법원에서 석방시키겠다고 한 것, 나와 남충현 부장을 이간질 시킨 것 등 비하인드 스토리가 몇 가지 있어. 자기가 누구한테 용돈 받아서 썼는지도 알아. 그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 당신이 아는 사람에게 홍준표가 용돈을 받았다고? 
"수사비로 받았다고 하더라고. 거절할 수 없었다고. 그런데 그런 것까지 얘기하면 본질이 흐려져서 그럴 마음은 없고."

- 당신이 프랑스에 출장 가 있을 때 홍준표가 당신을 범죄조직 수괴 혐의로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는데.
"만약 구속하려고 했다면 나를 못 나가게 해야 할 거 아녀? 자기 책에서 세 가지를 제안했다고 했잖아. 광주를 뜨든지, 조직원에게 칼을 맞아불든지, 사업을 접든지. 근데 내가 거절했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이미 자기가 나를 폭력배 두목으로 조사하고 있었다는 거 아녀. 그럼 못 나가게 해야지. 그런데 내가 나가게 하고 들어온 뒤에서는 책잡힐 거 같으니까 나중에 수배하고, 사전구속영장 받고, 신문에 터뜨리고."

- 수배하기 며칠 전에 이미 홍준표를 만났지 않나? 
"10여 일 전에 만났제."

- 그때 분위기는 어땠나?
"아주 좋았제. 12시 넘어도 마누라가 항상 밥 차려준다면서 늦게 같이 들어가자고 했어. 그런데 내가 약속 있다고 해서 나와 부렀지."

- 그럼 완전히 반전이네. 10여 일 전에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는데 10여 일 후에 수배 때리고, 사전구속영장 청구하고.
"반전이고 뭐고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정도였어.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가 없어. 자기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그럼(구속할 거였으면) 왜 나를 부르나? 저녁 늦은 시간에. 자기 책에서 세 가지를 제안했다고 했는데 왜 나한테 제안하나? 폭력배 두목한테 말이여. 바로 구속해야지. 제안 중 한 가지를 받아들이면 선처한다는 거 아녀? 왜 폭력배 두목한테 그런 제안을 하냐고. 그 엄청난 범죄자한테. 검사가 그렇게 권한이 센가? 지가 요구한 말만 잘 들으면 구속도 안하고 지 맘대로 선처해주게. 그것도 조폭두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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