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2일 호주 시드니 하이드공원 열린 '국제 여성의 날'에서 유학생들이 벌인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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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김종인 대표에게 항의하러 갈까 걱정이다."
26일 저녁, 1인 미디어 활동가인 '미디어몽구' 김정환씨가 자신의 SNS에 적은 우려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밀착 취재해 온 그는 지난 19일, "생애 마지막 생일이 될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는 김복동 할머니의 91번째 생일 관련 사진도 올린 바 있다.
미디어몽구와 더불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에게 우려와 함께 비난을 보낸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26일 오후 알려진 그의 발언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합의에 법적 구속력이 있지는 않다는 판단이 당의 기본적 입장"이라는 이재경 대변인의 부연도 덧붙였지만 논란이 수그러들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면담한 김종인 대표가 했다는 주문이다. 이에 벳쇼 대사는 "합의가 중요"하며 "한일이 조속히 합의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화답했다고 한다.
아무리 더민주 측에서 "외교적 차원의 진전을 위해서는 기왕 합의는 빠르게 이행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부연하고, 김종인 대표가 "소녀상 철거를 해야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얘기는 국민감정을 매우 상하게 한다"고 덧붙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4.13 총선 이후 한일간 졸속합의를 전면 무효로 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마당에 김종인 대표의 '막말'이 또다시 우려와 논란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지사. 김 대표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김 대표 발언, 청와대 밀어붙이기보다 더 충격"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면서 "필요하면 청문회를 통한 사건 진상규명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
ⓒ 남소연 |
"김종인 대표는 오늘 나온 발언에 대해 즉각 해명하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제1야당 대표직도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잘못 씌워진 감투임이 오늘로써 자명해졌으니 벗어 마땅하다."
26일 저녁, 정대협은 "12.28 졸속 합의를 빨리 이행해야 한다는 김종인 대표, 그의 야당 대표 자격 상실이 먼저 이행되어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놨다. 말미엔 "사죄"와 대표직 사퇴까지 거론했다. "'밀어붙이기' 청와대보다 더 충격이다"란 표현도 나왔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대표가 26일 오늘, 벳쇼 코로 주한일본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지만 이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으니 이행 속도가 빨라야한다는 발언을 했다. 12.28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절규해 온 피해자와 시민사회에 이 같은 김 대표의 발언은 청와대의 합의 밀어붙이기보다 더 큰 충격을 준다.
불과 2주 전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터져 나온 발언이기에 더욱 실망스럽고 절망스럽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12.28 합의가 졸속으로 타결됐다며 재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이 받은 표에는 졸속합의를 무효화하라는 국민적 여망이 담겨있었음은 자명하다. 이러한 가운데 합의를 옹호하며 그것도 모자라 빨리 이행하라는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배신적 언사가 아닐 수 없다."
정대협도 지적했듯, 김 대표의 언사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 어디 위안부 한일합의 문제 뿐이던가. 심지어 '배신적'이라기보다 (검증되지 않은) '경제민주화' 마냥 평소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서도 그는 삼일절인 지난달 1일 "일단 국가 간에 협상을 했기 때문에 그 결과를 현재로써는 고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날 "이행속도"를 운운한 것도 결국 "긴밀한 한일관계를 위한 협력"이란 평소 지론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일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리라.
"문재인은 작문하는 게 버릇인 것 같다"
▲ <채널A>가 보도한 김종인 대표의 말말말. | |
ⓒ 채널A |
"그 사람(문재인)은 작문하는 것이 버릇인 것 같다."
"그 자신이 무슨 당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세."
"문이 당 대주주? 무슨 얼어 죽을 대주주냐."
25일 <채널A>가 보도한 김종인의 '막말' 퍼레이드다. 지난주 문재인 전 대표와의 회동 이후 두 사람의 대립각이 보도되면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매체들은 '김종인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그저 보수언론의 일상적인 야당 대표 폄훼로만 볼 성질을 넘어섰다.
그의 '반말'과 '하대'에 가까운 말버릇은 물론 언론 인터뷰에서 폭포수처럼 쏟아 내는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4.13 총선 이후 당권경쟁으로 인해 흔들리는 제1야당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향은 그의 평소 언어 습관을 살렸다고 강조하는 몇몇 인터뷰 전문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김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서울 마포을 손혜원 당선자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자신을 모셔온 당 대표(문재인)에게 '헛소리 한다'고 이야기를 하나"며 "조심했어야 한다"고 공개 비판했을까.
소신과 언어는 결코 양립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김종인 대표의 지속적인 '막말'은 이미 김 대표가 스스로 "정무적 판단"으로 '컷오프'시킨 정청래 의원의 '막말'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당 대표를 비롯해 자신은 "욕심이 없다"고 하지만, "노욕"을 발휘중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도 바로 김종인 대표의 혀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김종인의 소신과 언어
소신이라면 더욱 문제다. 지난주 논란이 된 구조조정 문제도 다르지 않다. "미시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김종인 대표는 실업대책이 수반된다면 정부의 구조조정에 협력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가 전반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라"는 김 대표의 여전한 '우클릭'에 여당마저 긴장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이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25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의 근로자 이외에도 실업자가 많다. 그런 부분에는 아무 일도 안 하다가 특정 대기업에서 실업이 생기면 그걸 갖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해져야 하는 이런 풍토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실업대책은 경영진과 주주, 그리고 채권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정치권과 정부가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당 차원의 TF팀을 만들기로 한 김종인 대표와 더민주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한일합의 발언에 앞서 구조조정 발언 역시 그의 소신에서 비롯됐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운동권'이라면 무조건 싫어하고, 세월호 2주기 추모식마저도 '정무적 판단'으로 당 차원의 참석을 거부했던 김종인 대표.
보수와 중도를 끌어와야 한다는 강박과 '우클릭'으로 대표되는 평소 소신이 어떻게 구현될지, 그가 더민주의 당권을 쥘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의 소신에서 비롯된 '말잔치'가 결국 그 자신을 옥죄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대사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한 말 한 마디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줬을 상처를 떠올려 보시라. '노욕'이란 비판이 듣기 싫다면 먼저 자신부터 돌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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