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출판금지 가처분 재판서
“통상적인 업무수행 일환일뿐
집회 열어달라 지시는 안 했다”
靑 선긋기 불구 논란 증폭 예상
지난해 8월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심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청와대 행정관의 대한민국어버이연합 관제 데모 지시 의혹과 관련 ‘통상적인 업무 수행으로 협의를 한 적은 있다’는 행정관 측 공식 입장이 나왔다.
행정관 측은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집회를 지시했다는 시사저널 보도는 부인했지만 청와대와 어버이연합 간 커넥션을 두고는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이건배) 심리로 진행된 시사저널 1384호 출판금지 가처분신청 심문기일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허현준 행정관과 시사저널 간 공방이 이어졌다. 허 행정관의 법률 대리인으로는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대리기사 측 무료 변론과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해 유죄 판결을 받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양승오 박사 측 변론을 맡았던 김기수 변호사가 나섰다.
김 변호사는 “시민소통비서관실 주요 업무가 시민사회와 정부 간에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버이연합을 상대로) 통상적인 업무수행을 한 적은 있으나 문자 메시지로 집회를 열어달라 또는 열라는 지시를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업무 연장선에서 협의를 했다, 의논을 했다와 지시를 했다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시사저널 보도는 허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시사저널은 지난 22일 “허 행정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한 집회를 월요일(1월 4일)에 열어달라고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허 행정관은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 해당 의혹이 실린 시사저널의 출판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신청은 시사저널 소재지 관할인 서부지법으로 이첩됐다.
관련 보도가 나간 뒤 청와대 측은 시사저널 보도에서 제기된 관제 데모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청와대 지시는 없었다. 행정관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심문 과정에서 허 행정관 측이 어버이연합과의 협의 자체를 인정해 논란은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측 변호인도 허 행정관과 추선희 사무총장의 권력관계에서 양측의 소통은 지시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측 박응석 변호사는 “일개 시민단체에게 청와대 행정관의 권고나 제안이 있었다면 일종의 지시로 읽혀지는 것이 상식”이라며 “지시라는 단어를 쓰지만 않았을 뿐이지 조율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또 “집회는 시민사회가 의견 개진할 통로인데 청와대가 여기에 관여했다면 민주주의사회에서 크게 문제가 된다”며 “이는 사적 명예훼손 문제가 아니라 공익적 차원의 문제”라며 보도는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허 행정관 측은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것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이냐는 ‘지시’라는 두 글자에 있다”면서 “99% 진실이더라도 1% 거짓말을 섞으면 허위보도다. 집회 지시는 과거 권위정부 시기에나 있을 일”이라고 항변했다.
김 변호사는 심문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허 행정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에 뭐 하러 어버이연합을 보내겠나. 오히려 정부 업적을 깎아 내리는 일”이라며 “도리어 나가지 말라고 말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29일까지 추가로 증거자료를 제출 받고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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