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감독, “우리가 대승했지만, 오늘의 스토리는 류현진이다.”
곤잘레스, “현진이도 세이브 했고, 불펜도 세이브 했다.”
켄리 잰슨, “새로운 코리안 클로저가 생겼다.”
“류현진이 불펜에 있다는 걸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이 경기가 끝난 후, 클럽하우스에서 한 말입니다. 그야말로 깜짝 등판이었습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류현진의 보직 문제가 이슈가 됐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경기 전 로버츠 감독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정해진 건 없다. 논의 중이다.”는 말로 확정되지 않았음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3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었고, 이 상황에 대해 로버츠 감독은 “상황이 주어져서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3회부터 몸을 풀었기에 4회에 투입될 거라 생각했지만, 마에다가 5이닝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류현진은 6회초 불펜에서 뛰어나왔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루틴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미리 몸을 풀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선발로 투입될 때, 40분 전부터 스트레칭을 하고, 불펜 피칭을 하는 형식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다는 의미입니다.
많이 낯선 모습입니다. 류현진의 얼굴도 조금은 굳은 표정. 하지만 류현진은 이 모든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내가 못 던졌기 때문에 선발에서 밀린 거다. 당분간 지금처럼 롱 릴리버로 투입될 것 같다. 매일 불펜에서 준비하는 건 아니고, 4일 간격으로 투입이 돼, 3~4이닝을 책임지게 된다.”
류현진의 불펜 등판은 KBO에서도 흔치 않았습니다. 현지 기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어, 그 소감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류현진은 KBO에서 불펜으로 등판한 건 9경기가 전부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전환된 보직에 류현진의 표정도 어둡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남다른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 믿는다.”고 말하며, 다시 선발로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알렸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마운드에 올랐겠지만, 6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들어온 류현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습니다.
하지만..
6이닝, 7이닝, 8이닝, 그리고 마지막 9이닝.. 이닝이 늘어날 때마다,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표정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투구 도중 류현진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도 짓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고, 무실점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류현진은 6회에 다저스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7-3 승리를 지켰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세이브입니다.
첫 세이브를 올리고, 포수 그랜달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류현진. 그는 “롱 릴리버로 등판했지만,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세이브를 올려서 좋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세이브입니다.
첫 세이브의 공을 곤잘레스가 챙겨줬습니다.
누구보다 류현진을 생각했던 곤잘레스. 공을 건네는 그의 표정에서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곤잘레스는 “현진이가 첫 세이브를 올렸으니, 당연히 챙겨줘야 하는 공이다.”고 말한 뒤, 류현진의 투구를 칭찬했습니다.
“중간에 투입된 현진이가 게임 마지막까지 정말 잘 해줬다. 공도 낮게 땅 쪽으로 잘 유도했다. 현진이가 세이브를 올렸는데, 경기만 세이브 한 게 아니라 다른 불펜도 세이브했다. 여러모로 기분 좋은 날이다.”
곤잘레스는 류현진의 호투로 다른 불펜 투수들도 휴식을 취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낯설었을 텐데 류현진이 정말 잘 던졌다며 칭찬했습니다.
곤잘레스의 표정을 보면 그의 말들이 가식이 아님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류현진에게 든든한 동료입니다.
4이닝 동안 배터리를 맞춘 그랜달도 류현진의 첫 세이브를 축하했습니다.
커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류현진은 동료들로부터 따뜻한 축하를 받았습니다. 낯설었던 등판이었지만, 동료들의 축하에 분위기는 금세 따뜻해졌습니다.
다저스 선발 투수들과의 하이파이브. 지금은 롱 릴리버로 등판해 하이파이브하는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롱 릴리버가 아닌 선발로 등판해 완봉승을 거둔 후, 이와 같은 장면이 연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오늘 우리가 크게 이겼지만, 오늘 밤의 스토리는 류였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4이닝 셧아웃, 첫 세이브… 더 말할게 없다.”며 류현진을 극찬했습니다.
그리고 로버츠 감독은 최대한 류현진의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했음을 알렸습니다.
“류현진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류현진 입장에서, 류현진 중심으로 생각하고, 편하게 가도록 노력했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사, 코치, 스텝)이 그의 몸 상태와 컨디션을 체크하고, 동의해서 진행된 상황이다. 보직 변경 이야기는 며칠 동안 진행됐지만, 가장 옳은 기회를 찾은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과 악수를 하며 승리를 기뻐했지만, 허니컷 투수 코치는 로버츠 감독과 달랐습니다.
류현진은 환하게 웃지도, 어둡지 않은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허니컷 투수 코치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 안아줬습니다.
매번 감동을 주는 허니컷 투수 코치입니다. 진심으로, 마음으로 류현진을 챙겨주고 아끼는 코치입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류현진’이었습니다. 깜짝 등판했지만,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세이브까지 올렸으니 말입니다. 경기 후, 류현진의 라커 앞은 현지 미디어와 한국 취재진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켄리 잰슨은 큰 소리로 “새로운 한국 클로저가 생겼다.”며 유쾌하게 류현진을 축하해줬습니다.
그리고 애정이 담긴 메시지도 전했습니다.
“류현진은 지난 2년 동안 많은 것들을 겪었고, 오늘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다시 시작하는 거다. 오늘 경기를 기억하고 계속 노력해서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다 보면, 다시 선발로 돌아올 거라 믿는다. 2013, 2014년의 류현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머지않아서.”
[켄리 잰슨의 인터뷰는 류현진 인터뷰와 동시에 진행 돼 현지 기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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