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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ne 6, 2017

김현철 서울대 교수 "중산층 총체적 붕괴가 밀려온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원희복 선임기자
요즘 재계에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사람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는 “중산층이 곧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무서운 예언을 하며, 사장님들 앞에서 “법인세를 올리고 부유세를 신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경제관료 앞에서는 “당신들 책임을 미루지 말라”고 일갈한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리더”라고 혹평한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그는 경영학자다. 호텔 조찬모임에서 사장님들을 상대로 점잖게 경영 노하우나 최신 마케팅 이론을 강의할 법한 그가 왜 이렇게 무서운 독설을 날리며 심지어 통일문제를 강조하고 있을까. 실제 그는 일반인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경제관료들에게 인기 있는 강사다. 그는 ‘삼성 임원을 움직인 교수’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그의 강의는 CEO들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 만한 사람만 아는 ‘비결서’처럼 전파되고 있다.
의사 출신 노스트라다무스가 무서운 예언을 한 것은(비록 틀렸다 하더라도) 흑사병으로 자신의 가족이 몰살되는 비참함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일본에서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처참함을 직접 체험하고 공부했다. 따라서 김 교수의 예언은 단순한 예언이 아닌 직접 경험한 ‘체험’이고,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이고, 이것은 곧 매우 빨리 우리 앞에 닥칠 ‘현실’이다. 김 교수는 “지금 일본이 어떻다는 것을 단편적으로만 알 뿐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연·고대에 경영학자가 200명 정도 있다. 그런데 그들의 96%는 미국에서 공부했고, 나머지가 유럽에서 공부한 학자이며, 일본에서 공부한 학자는 나 혼자뿐이다. 미국 경영학과 일본 경영학은 다르다. 기업은 만들고 파는 것이 기본이라 일본 경영학은 생산과 영업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미국 경영학은 생산은 공학의 영역으로 취급하고 마케팅·재무만 가르친다. ‘학문의 분자’(그는 이렇게 표현했다)가 다르니 일본에서 공부한 경영학자는 한국 경영학계에 설 자리가 없고, 자연히 일본 기업 전문가가 없는 현실이 됐다.”
그는 민간연구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1명, LG경제연구소 1명이 민간 일본 전문가의 전부라고 한다. 그나마 8명의 전문가가 있는 서울대국제대학원이 국내 최고의 일본 싱크탱크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한국 경제가 일본을 따라간다는 것에 동의하고, 또 알고 있지만 왜 일본처럼 됐고 일본처럼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이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대학원을 나와 청암재단(포스코) 장학금으로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나고야 상대와 츠쿠바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11년 만인 2007년 귀국했다. 일본에서 신일본제철·동일본철도·미쓰비시그룹·도요타자동차 등 많은 일본 기업체를 지도하고 자문했다. 이른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생생한 실상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것이다.
그가 내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근본 원인은 바로 ‘인구절벽’이다. 그는 “일본은 1996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우리는 20년 시차를 가지고 내년부터 인구가 준다”면서 “인구가 줄면 어떤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올해부터 1가구 1자녀 정책을 버렸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젊은 인구가 줄면 술집이 문을 닫고, 커피숍, 노래방도 줄고, 미용실도 준다. 일본도 거리의 상점 하나하나가 비더니 나중에 통째로 사라졌다.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내수기업 중심으로 매출이 준다. 매출이 줄면 기업은 임금과 고용에 손을 댄다. 이미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개인과 기업 소득이 줄면 정부의 세입이 줄고 재정적자가 확대된다. 이 악순환이 무서운 복합불황, 곧 잃어버린 20년이다. 지난 60년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태가 곧 닥친다.”
김현철 교수는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 만에 가까스로 하락기조에서 상승기조로 바뀌었다면서 아베 신조 총리가 60%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 원희복 선임기자
그 결과는 참담하다. 팽창기에 건설한 신도시는 유령도시가 됐다. 큰 아파트 단지에 몇 집밖에 살지 않아 관리비로는 엘리베이터를 운행할 수 없다. 노인들이 힘겹게 아파트를 걸어서 올라 다닌다. 노숙자와 빈집문제는 물론, 노인파산, 고독사, 노인범죄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벌어진다. ‘1억 중산층’, 즉 전체 가구의 중산층을 실현했다는 일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소득구조는 ‘양파형’으로, 두꺼웠던 중산층의 상당수가 하층으로 전락한 표주박형으로 변했다. 그는 일본의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인 우리나라를 바짝 쫓아왔다고 말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고, 국민소득 3만5000 달러인 일본은 아래층이 무너지니 중산층이 긴장하면서, 경제가 급속도로 무너졌다. 까딱 잘못하면 한계가계로 떨어지는 것이 불안한 중산층은 소비를 안 하고 싼 것을 찾는다. 가성비를 찾고, 가격파괴 얘기가 나온다. 햄버거 60엔, 이발료 1000엔, 식당 2800엔…. 싸지면 좋겠다고 하지만 이건 본격 디플레이션이다. 디플레이션은 병이다. 일본 붕괴 직전에 나타났던 그 현상이 우리에게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50% 가까운데, 일본처럼 인구절벽·소득절벽의 전철을 밟으면 노인빈곤율이 70~80%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그 무서운 현실이 닥칠 것을 모르고 앉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준비는 일부 기업만 하고 있지, 개인도 가계도 국가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다.”
기업은 알아서 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경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는가.
“문제는 정치인들이다.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우리도 압니다’라고 말한다. ‘알면서 왜 대비하지 않나’라고 물으면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는가’라고 대답한다. 의원들은 자신의 임기 때 (재앙이) 닥치지 않으니 외면하는 것이다. 내가 19대 의원들에게 ‘나토(Not Action Only Talk) 사령부’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의원들이 코웃음치다가 ‘짱돌(대거 낙선)’ 맞은 거 아닌가.”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이야 그렇다지만 경제관료들은 뭐하고 있나.
“세종시 공무원들에게 이런 얘기하면 ‘그 얘기 국회의원에게 해달라’고 책임을 미룬다. 그래서 내가 정색을 하고 ‘한국 경제개발 60년을 국회의원이 했냐?’고 따진다. 요즘 관료가 그 모양이다. 나중에 관료들에게 충격적 얘기를 들었다. ‘옛날에는 혁신관료들이 자부심을 갖고 한국 경제를 리드했는데, 요즘에는 정치캠프가 생겨 캠프에 줄 대고, 무능한 관료가 승진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정부가 하는 금리 낮추고, 찔끔찔끔 구조조정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하는 대책은 성장기 대응책으로, 앞으로 닥칠 저성장 시대에는 안 통한다고 단언했다. 일본이 그렇게 하다 재정만 낭비하고 20년 세월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는 생산가능 인구를 늘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인구를 단기간에 늘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한 대로 출산휴가와 직장 내 보육시설을 늘리고, 중국조선족·새터민·다문화가정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년연장법이 아닌, 노인고용할당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무능한 정치인·관료·대통령의 정책을 보고 실망, 아니 절망했다고 한다. 경영학자인 그가 이렇게 사회적 목소리 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그는 보통의 중산층, 즉 미생(未生)들은 더 이상 국가의 역할을 기대하지 말고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시간도 촉박하다고 말했다.
“경제성장기에는 국가재정이 흑자여서 쓸 여유가 있었다. 그게 복지였다. 그러나 무능한 관료와 정치인들이(리더들이) 국가 곳간도 다 비게 했다. 국가에 기댈 수 없는 시대가 온다. 엄청난 논쟁을 통해 결론을 얻어야겠지만 앞으로 국가는 한계가정과 한계개인만 살릴 수밖에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개인만 국가가 살리고 나머지 중산층은 알아서 살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럴 수밖에 없다. 일본이 최고의 재정건전 국가에서 재정적자가 GDP의 230%인 나라가 됐다. 우리 재정규모는 일본의 절반도 안 된다. 인구절벽으로 세수는 줄 것이다. 돈 많은 사람이 부유세 내고, 기업 법인세도 올려야 한다. 우리는 15% 수준인 법인세를 일본은 40%로 갔다가 다시 30%로 내렸다. 그래도 정부 재정은 쏟아지는 한계가정 챙기는 데 허덕일 것이다.”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각자도생 방법을 알려달라.
“요즘 3포(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세대, 7포세대 운운하지만 취직 안 된다는 학생들이 4000~5000원짜리 원두커피를 폼 잡고 마신다. 이거 한 끼 밥값이다. 억대 결혼식에 억대 전세? 일본은 여학생도 다 아르바이트 하고 ‘지미콘’(地味婚)이라는 거의 돈 안 드는 결혼식을 한다. 해외 신혼여행이 어디 있나. 지방 온천에 잠깐 다녀오는 것이 신혼여행의 전부다. 그리고 월세 100만원짜리에서 시작한다. 자동차는커녕 일본 젊은이들은 아예 운전면허도 없다. 나중에 결혼해 자동차가 꼭 필요하면 경차를 산다. 자동차 왕국 일본은 경차가 40~50%다. 우리는 중·대형차가 40~50%다. 우리는 부자만 버블(거품)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버블이다. 빨리 저성장시대에 맞춰 살아야 한다.”
우울하면서도 충격적인 예언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에게 무슨 비책이 있을까. 그는 이것은 곧 닥칠 현실이며, 시급하고 시간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희망을 얘기했다. 인구절벽·소비절벽을 탈피할 ‘유일한 히든 카드’로, 일본도 가지지 못한 비장의 카드라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통일이다.
“개성공단 문 닫은 것은 총체적 리더십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관료도 단견, 국회의원도 단견, 대통령도 단견이다. 통일은 무엇보다 인구절벽을 막을 유일한 카드다. 그런데 자신의 재임 중 인구·소비절벽이 안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개성공단을 폐쇄했을 것이다.”
그는 일본도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브라질에 간 일본인의 역이민을 적극 추진했지만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테러를 비롯한 유럽의 이슬람국가(IS) 테러와 이민갈등의 근본적인 요인을 바로 인구절벽을 막기 위한 이민정책이 낳은 갈등의 산물로 해석했다. 하지만 같은 민족인 우리의 통일은 인종갈등이 없는 최상의 카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통일문제를 북핵으로 접근하는 우를 범했다”면서 “통일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박근혜 대통령은 10년 앞을 못 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통일문제를 보수나 진보, 이념으로 따지면 복잡해지는데, 이건 아주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라며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 하는 보수와 진보진영의 논란도 알량한 말싸움에 불과하다. 중산층이 총체적으로 무너지는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런 현실을 냉철히 이해하고 납득할 만한 합의점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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