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진·외교안보팀, 틸러슨 대북 대화론 지지
군사옵션 등 '투트랙' 전략으로 변화 '모양새'
군사옵션 등 '투트랙' 전략으로 변화 '모양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불장군식으로 대북 군사옵션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그의 핵심 참모, 외교·안보팀, 의회 등이 일제히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과 외교·안보팀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북한과의 대화 시도를 지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는 상반된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 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군사옵션 준비와 대북 대화 시도 등 투트랙의 전략이 동원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실세로 떠오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12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북한 문제에 대해 “당장 그 위협은 관리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상황이 지금보다 심각해지면 외교가 통하기를 기대하자”고 말했다. 켈리 실장은 북한에 대해 “매우 좋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개발해왔고, 매우 좋은 핵 재진입 수단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우려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그 나라가 (미국) 본토에 도달할 (핵미사일) 능력을 갖출 수 없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켈리 실장은 북한이 아직 핵탄두 장착 ICBM 개발을 완결한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기에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존 켈리(오른쪽) 백악관 비서실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미국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이날 “외교 정책은 한반도를 비핵화하기 위한 활동의 거대한 부분”이라고 말해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이 오는 16∼19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한국에서 18일 열리는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에 참석해 북한 문제 대책을 협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초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한다. 이 같은 굵직한 외교 일정으로 인해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 중대한 도발을 하지 않으면 일시적인 대화 분위기 조성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민주당은 대북 군사옵션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발목잡기에 나섰다. 미 상원 외교위 간사인 벤 카딘(메릴랜드),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등 민주당 상원의원 11명은 아시아 지역을 순방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 서한에서 “현재의 북한 위기를 전쟁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외교 노력을 전개할 것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의원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과 2∼3개의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의원들은 “틸러슨 장관이 말한 ‘예비적 대화’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또는 다른 형식의 후속협상을 염두에 두면서 협상 여건을 조성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미국 민주당 하원원내대표는 이날 미국이 먼저 공격을 받지 않는 한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권한을 제한하는 ‘선제공격 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46년 제정된 현행법은 대통령에게 선제 핵 공격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 조항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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