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식 금감원장이 의원 시절 선관위 질의 및 답변 내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불거진 이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계속 반복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땡처리'다. 김 원장이 19대 국회 임기 말 남은 정치자금을 반납하지 않고 물 쓰듯 써 '땡처리' 했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은 그런 방식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는 있지만 불법 행위는 아니며, 다음 회기에도 의원직을 유지하지 않고 임기를 마치는 국회의원들의 관행이었다고 주장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오마이뉴스>는 19대 국회의원들의 2016년 정치자금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했다. 이 가운데 낙선하거나 경선에 탈락, 혹은 20대 국회에 출마하지 않은 143명의 정치자금 사용백태를 분석해 소위 '땡처리' 흔적들을 모아봤다. 그 결과 대표적인 사례들은 김 원장의 사례와 그대로 닮아있었다.
[땡처리 외유] 19대 임기 말 해외 시찰 비용 TOP 5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를 며칠 앞두고 자신의 후원금으로 2016년 5월 20~27일 독일·스웨덴·네덜란드로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차금법상 지출하고 남는 경우 국고 반납조치를 해야 함에도, 이를 안 하고 삥땅치는 땡처리 외유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0일, 김 원내대표는 긴급기자회견까지 열며 김 원장이 '땡처리 외유'를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김 원장 일행이 쓴 정치자금은 총 1300여만 원이다.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것은 신경림 새누리당(비례대표) 의원이다. 신 의원은 총 1938만 433원을 썼다.
신 의원은 2016년 3월 2일 '정책현안 해외시찰' 항공료 명목으로 692만 5500원을 지출했다. 행선지는 미국이었다. 이 시찰에는 보좌직원도 함께 했다. 같은 날 보좌직원 항공료로 462만 5600원을 지출했다. 이 밖에도 보좌관 워싱턴·시카고 숙박비로 293만 5303원, 워싱턴·시카고 렌트비에 173만 7255원, 통역비에 284만 7485원 등을 지출했다.
그 다음은 최재천 무소속 의원이다. 그는 2016년 2월과 4월 각각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참석 등을 이유로 1464만 3400원을 지출했다.
3위가 앞서 김 원내대표가 폭로한 김 원장 사례다.
4위는 이에리사 새누리당(비례대표) 의원이다. 이 의원은 2016년 3월 호주체육단체간담회 출장으로 500여만 원을, 4월 미국한인체육간담회 출장으로 300여만 원을 써 총 803만 2764원을 지출했다.
그 다음이 조명철 새누리당(비례대표) 의원이다. 그는 중국 출장비로 340만 3077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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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퇴 압박받는 김기식 '묵묵부답'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업 신뢰구축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땡처리 퇴직금] '문고리 3인방'도 받았네
김 원장이 야당으로부터 지적 받은 또 다른 땡처리는 임기 말 퇴직금 등 격려금 정산, 즉 '정치자금으로 내 식구 챙기기'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별금 형식의 퇴직금은 개인 계좌를 통한 지출은 무방해도 정치자금 계좌에서 이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16년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143명의 의원 중 78명(약 55%)이 정치자금으로 퇴직금 및 상여금을 지급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4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더불어민주당 22명, 무소속 8명, 국민의당 5명, 정의당 2명 순이다. 이들이 퇴직금 및 상여금으로 쓴 정치자금의 총액은 10억2846만 여 원으로, 1인당 평균 약 1319만 원을 쓴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보좌진 상여금 및 퇴직금을 정치 자금으로 가장 많이 지출한 의원은 현역 의원이기도 한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이다. 김 의원은 정치자금에서 임기 말 보좌진 격려금과 퇴직금으로 총 1억 2280만 원을 지출했다. 2016년 전체 지출액 4억 5860여만 원의 26%에 상당하는 수준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복이었던 이른바 '문고리 3인방'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땡처리 퇴직금'을 받았다. 현재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비서관은 지난 2012년 대선이 끝난 직후인 크리스마스이브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각 300만 원씩 '퇴직 위로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는 '후원회 기부금'으로 들어온 '선거비용 외 정치자금'이었다. (관련 기사 : '문고리'에 퇴직위로금, 박근혜의 '내 식구 챙기기')
이번 6.13 지방선거에 충남도지사로 출마하는 같은 당 이인제 전 의원은 2880여만 원 상당의 상여금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 수원 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미경 전 의원도 2570만 원을 같은 목적으로 사용했다.
나성린(4250만 원), 서용교(3664만 원), 노철래(3600만 원), 김희정(2800만 원) 등 당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재원 의원 다음으로 상여금 지출액이 많은 의원은 7200만 원을 지출한, 현재 국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었다. 같은 당 노영민 전 의원도 같은 목적으로 4550만 원을 지급했다. 정진후 정의당 전 의원도 3200만 원을 직원 상여금으로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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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기식 금감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정치자금의 쌈지돈화] 차량수리비에서 양장연설문집까지... 막판에 돈 쓰는 법
김 원내대표가 12일 "정치자금이 김기식 명의로 돼 있더라도 그 성격상 김기식 개인의 쌈짓돈이 아닌 공공 자금"이라고 말한 것처럼, 정치자금은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돈이다. 그래서 쌈짓돈처럼, 내 돈처럼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2016년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공공자금'으로 보기 힘든 몇 가지 사례들이 눈에 띈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2월 11일 4차례 강원랜드호텔에서 19만 원가량을 정치자금으로 썼다가 취소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임기 종료를 보름 앞둔 2016년 5월 11일 차량 외부 수리비, 차량 내부 수리 및 시트 교체 비용으로 900여만 원을 썼다.
19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국회를 떠나게 된 의원들은 '의정활동 백서' 및 '의정보고서'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는 곧 지출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공지출'로만 보기엔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조해진 무소속 의원은 의정보고서와 의정활동백서 제작에 6731여만 원을 썼다.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은 '양장연설문집'과 '의정활동기록 화보집'을 제작했다. 여기에 4400여만 원이 들어갔다.
'통 큰 지출'도 보였다. 신경림 의원은 임기 종료(2016년 5월 29일)를 며칠 앞둔 5월 24일~26일 3일 동안 3400여만 원을 지출했다. 하루에 1100만 원 꼴로 쓴 것이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같은 같은 당 의원 후원과, 단체 후원, 소규모연구용역, 직원격려금, 의정보고서 제작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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