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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인정받지 못한 고 강민규 교감 …추도 대상에서도 빠져
세월호 참사 4주기였던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엄수됐다. 261개의 ‘별’이 된 단원고 학생·교사를 포함해 전체 304명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자리였다. 정부가 주관하는 첫 행사라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고(故) 강민규(2014년 사망 당시 52세) 단원고 교감은 혼을 위로받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전날 합동 영결·추도식장 앞 추모 제단에는 단원고 학생·교사 희생자 261명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졌다. 희생자 261명은 각각 학생 250명(미수습 남현철·박영인 군 포함)과 교사 11명(미수습 양승진 교사 포함)이다. 참사와 관련돼 희생된 단원고 교사는 강 전 교감까지 정확히 ‘12명’이지만, 그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모실 자리는 없었다. 세월호 선체가 육지로 올라왔지만, 여전히 그의 명예는 차가운 바다 한가운데에 잠겨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04명 희생자에도 강 전 교감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 “304분의 희생자들께 죄인의 마음으로 명복을 빕니다”라고 조사를 낭독했다. 강 전 교감은 명복을 기원 받지 못한 것이다. 강 전 교감이 참사 희생자에서 제외된 가장 큰 이유는 선체 밖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데 있다. 행사를 주관한 정부 관계자는 “강 전 교감은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명단 261명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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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력 다해 구조 활동했던 강 전 교감
사력 다해 구조 활동했던 강 전 교감
경기도 내 교육계 한쪽에서는 강 교감에 대한 ‘재평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복수의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강 전 교감은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 등 탑승자들의 탈출을 사력을 다해 도왔다. 그는 사고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49분쯤 배가 기울자 전화로 당시 김모 교장에게 “배가 15도 정도 기울었다. 아이들을 대피시켜야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학생들이 몰려 있던 선실과 선실을 이동하며 “구명조끼를 착용하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 9시14분쯤에는 선실 비상구 쪽(배가 기울면서 사실상 천장 쪽 탈출구가 됨)으로 팔을 내밀어 학생과 일반인을 구조했다. 강 전 교감의 순직 여부를 다툰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2015년 5월·강 전 교감은 대법원에서까지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7쪽을 보면, 일부 구조활동이 나와 있다.
당뇨를 지병으로 앓던 강 전 교감은 갑자기 저혈당 쇼크로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이미 헬기로 구조돼 배 밖인 서거차도로 이송된 상태였다. 진도실내체육관으로 간 16일 오전 11시45분부터 오후 9시쯤까지 목포 해경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경찰서를 나온 뒤인 17일 오전 0시부터 차디찬 시신으로 발견된 임모·권모 군 등 여러 구의 시신 수습을 도왔다. 17일 오후에는 유족으로부터 ‘가서 물에 빠져 죽어야지. 왜 살아왔냐’는 분노에 찬 절규도 접했다. 결국 강 전 교감은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를 남긴 채 이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다음날인 18일 오후 4시5분 진도실내체육관 뒷산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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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붕괴로 '극단적 선택'
심리적 붕괴로 '극단적 선택'
강 전 교감은 인명 구조작업과 시신 수습 등을 맡다 극심한 정신적 외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리적 응급처치 상 일차적 생존자이면서 고위험군인 그는 적절한 안정화 조치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안현의 이화여대(심리학과) 교수는 당시 강 전 교감의 상태에 대해 “구조된 생존자로서 정당히 받아야 할 심리적 처치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바로 현장으로 돌아가 시신확인 등 추가적인 트라우마 경험을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심리적 붕괴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故) 강민규 전 교감의 부인인 이모(53)씨는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린다는 사실조차 통고받지 못했다. 전날 강 전 교감이 생전 좋아하던 전과 제철 주꾸미로 조촐히 상을 차린 뒤 제를 올렸다고 한다. 이씨는 “TV로 생중계되는 합동 영결·추도식을 보는데 가슴이 미어지더라”며 “(유서 속) ‘정신만 차리면 악착같이 살 수 있을 거야’라는 마지막 당부처럼 힘들어도 참고 살고 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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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 봐야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 봐야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공직자의 순직 인정 여부가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으로 결정돼서는 안 되는 것처럼, 죽음의 외형적 형태로 순직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죽음에 이르게 된 실질적 원인이 무엇인가로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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