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이미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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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정치적 슬로건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 우선'이다. 영어로는 'America First'인데 '우선'보다 '먼저'라고 풀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미국인의 이해가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는 게 트럼프 정책의 뼈대이기 때문이다. 그 스스로 취임사에서 "무역, 세금, 이민, 외교 문제에 대한 모든 결정은 미국 노동자들과 가정이 혜택을 받도록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성공회 신학자로 평화주의를 주장해왔으며, 미국 보수 기독교계의 폭력성과 부도덕함을 고발해온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트럼프의 슬로건이 종교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하우어워스는 지난 27일 미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지에 "그리스도인들이여, 속지 마라, 트럼프는 깊은 종교적 확신을 갖고 있다"(원제 : Christians, don't be fooled: Trump has deep religious convictions)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트럼프가 위험천만한 종교적 확신에 차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기고문 가운데 일부다.
"트럼프는 무척 경건하고, 그의 종교적 확신은 위험천만할 정도로 깊다. 그러나 그의 신실함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반영이 아니다. 미국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그의 이해가 신실함을 이루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자신의 취임식을 '애국적 헌신의 날'이라고 선포했다. 애국적 헌신? 그리스도인들은 특정한 어느 나라가 아닌 하느님께 헌신한다. 그러나 그는 미국 국민들이 가장 위대하다는 또 다른 자기 확신을 끌어들여 이 같은 선포를 정당화했다. (중략) 트럼프는 미국이란 나라와 서로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미국 국민들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설교자들 대부분은 주류 복음주의자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펜테코스트파(20세기 미국에서 시작된 근본주의 분파- 글쓴이)에 속한 TV 설교자들로 이들은 소위 '번영 복음'을 설파했다. 번영 복음이란 하느님은 사람들이 부유하고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는, 논쟁의 소지가 다분한 신학적 믿음을 말한다. (중략) 트럼프의 경제적 성공은 하느님의 축복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지지자들이 그의 세 번의 결혼과 낙태 옹호 전력, 그리고 참회 거부 등 복음주의자들에겐 전통적으로 흠결로 여겨졌던 것마저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게끔 만들었다."
트럼프의 자기 확신, 전제정치 부를 수 있어
하우어워스는 트럼프를 진정한 그리스도교인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보다 미국인들의 정서를 건드려 이득을 얻었다고 본다. 하우어워스의 말이다.
"오랫동안 미국인들은 하느님과 국가를 동일시해왔다. 트럼프는 이 같은 정서에 기대 이득을 취했다. 난 트럼프가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여기리라는 데 의심하지 않는다. 단 그가 생각하는 교회는 미국이다."
하우어워스는 트럼프의 자기 확신을 '우상숭배'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종교적 확신은 파국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트럼프의 취임사는 우상숭배의 충격적인 일단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 정치 기반은 미국에 대한 완전한 충성이 될 것이고, 이 같은 충성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한 충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분명 일종의 구원을 설명하는 신학적인 주장이다. (중략) 트럼프의 복음주의적 신앙관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에 대한 완전한 충성을 통해 서로에 대한 충성을 재발견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성서 구절을 인용하면서 미국인들이 단합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역사는 이 같은 '하나됨'에 대한 도전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제정치를 경험하게 했다고 가르친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오바마케어' 수정,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거침없는 행보를 취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이란·이라크·시리아 등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최소한 90일 동안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우려를 금치 못하는 상황이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트럼프는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라 테러로부터 미국을 안전하게 하는 일에 관한 것'이라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하우어워스의 경고대로 트럼프의 정치적 신념이 종교에서 비롯됐다면 그의 행보가 전제정치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하우어워스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던진다. 그의 제안은 이렇다.
"그리스도인들은 세계 모든 사람들로 구성된 교회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연대는 트럼프에 맞서 '아니오'라고 말할 역량을 키워준다. 최소한 미국 내 그리스도인들이 오래도록 유지해왔던 관념, 즉 미국과 하느님을 동일시하는 관념과 결별하기 시작한다고 해서 잃을 건 별로 없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가보면 그리스도인, 특히 보수 개신교 교인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미국과 하느님을 동일시하는 트럼프의 신념과 무척 유사하다. 즉, 절대자와 박 대통령을 동일시한다는 말이다. 아래 인용할 하우어워스의 지적은 트럼프는 물론 박 대통령을 열렬히 신봉하는 한국 보수 개신교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유효하다.
"그리스도인들은 특정한 어느 나라가 아닌 하느님께 헌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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