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태현 기자 = 최순실씨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을 앞두고 추진된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에 개입한 것과 관련해 유재경 주미얀마대사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01.31. holjjak@newsis.com |
증거 들이대자 유 대사 당황하며 "최씨 개입 인정"
특검팀 이르면 1일 최씨 강제구인 조사 방침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미얀마에서 31일 오전 급거 귀국한 유재경(58) 주미얀마 대사는 자신의 인사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인천공항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잇따라 "사람 잘못 봤다"면서 취재진을 향해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가 조사실에 들어가고 나서 2~3시간 뒤 특검팀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최씨가 추천해서 미얀마 대사가 됐다는 사실을 유 대사가 인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특검팀은 도대체 어떤 증거와 진술로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든 것일까.
특검팀 관계자는 "최씨가 유 대사 임명에 관여했다는 것을 우리가 다 알고 불렀다"면서 "조사실에 앉자마자 수사관들이 증거를 들이대니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삼성과 관련된 진술도 있고 여러가지로 우리가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특검팀은 유 대사를 조사하기 전 이미 최씨의 인사개입에 대한 상당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씨와 유 대사가 여러차례 만난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은 삼성그룹 관계자 등의 조사를 통해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씨가 삼성 임원 출신을 미얀마대사로 추천하고, 관련 사업에 개입하려고 했던 정황을 특검팀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 대사는 특검팀에 출석하는 순간까지도 이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으며, 특검 수사관들이 관련 증거를 들이대자 당황하며 결국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사를 통해 또 다른 최씨의 인사 개입이 드러난 셈이다.
【인천공항=뉴시스】이영환 기자 = 유재경 주미얀마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미소짓고 있다. 유 대사는 귀국과 동시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전날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유 대사를 상대로 최순실씨가 미얀마 공적 개발 원조 사업 과정에서 개인적 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017.01.31. 20hwan@newsis.com |
유 대사는 삼성전기 유럽본부장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근무했으며, 글로벌마케팅실장 등을 지내다가 미얀마 대사로 '깜짝 발탁'됐다.
대기업 출신 인사가 외교관으로 임명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데다가, 유 대사가 미얀마 대사로 임명된 지난해 5월은 삼성이 최씨에 대한 각종을 지원을 해주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 때문에 최씨가 삼성그룹을 '지렛대' 삼아 미얀마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개입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특검팀은 최씨를 상대로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상태이며, 최씨의 재판일정을 고려해 강제구인 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2월1일부터 3일까지 최씨가 출석하는 재판 일정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2월1일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최씨가 미얀마 K타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지분을 차명으로 받는 등 이권에 개입하려고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결국 K타운사업이 무산됐지만 최씨는 이미 해당 기업의 지분을 받아 챙겼기 때문에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 대사는 뇌물을 받는 등 이권을 챙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사법처리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유 대사의 피의자 신분 전환은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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