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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February 25, 2017

이재용 잡은 특검, 청와대 문턱서 멈추나... ‘박근혜 7시간’ 규명, 우병우 수사 등 미완에 그쳐… 청와대·여권, 헌재 선고 앞두고 ‘시간끌기’ 총력

2월 23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수 특검, 이규철·양재식·박충근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 김기남 기자
·‘박근혜 7시간’ 규명, 우병우 수사 등 미완에 그쳐… 청와대·여권, 헌재 선고 앞두고 ‘시간끌기’ 총력


특검의 칼날은 결국 청와대 문턱에서 꺾일까. 삼성그룹 79년 역사상 첫 총수 구속 사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반환점을 돈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마지막 과제는 사건의 몸통 격인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탄력을 받게 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수사는 결국 시간에 발목이 잡힐 듯 보인다. 특검의 수사기한 만료가 2월 28일로 다가왔지만 연장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난해 말 출범한 박영수 특검팀은 ‘성역없는 수사’를 내걸고 두 달여간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중요한 고비 고비마다 발목을 잡은 것은 법률적 제약과 시간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수사의 큰 산을 넘었고, 이밖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정유라 학사비리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의 수사에서 성과를 냈다. 장관급 인사 5명을 줄줄이 구속시키며 역대 특검과 비교해서도 정권 심장부를 정조준했다. 이는 특검의 수사대상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규모가 그만큼 전방위에 걸쳐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다만 시간의 제약으로 손대지 못한 의혹들도 수두룩하다. 일단 삼성그룹 외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SK와 CJ는 복역 중이었던 총수 사면, 롯데는 면세점 인·허가 등 그룹 현안 해결을 위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냈다는 의혹이 있지만 삼성에 시간을 쏟느라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는 진척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이른바 ‘7시간 의혹’에 대해서도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사실상 결론이 났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법적 제약으로 끝내 불발됐고,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도 청와대의 ‘버티기’로 2월 24일 현재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학사비리 의혹의 경우 특검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한 핵심 인물들을 줄줄이 구속했지만 정작 특혜의 주인공인 정씨의 송환이 불발되며 직접조사가 무산됐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미완에 그쳤다. 특검이 남은 수사기간 동안 우 전 수석의 혐의를 보강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하지 않는다면 영장 재청구는 사실상 어렵다. 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과 특별감찰관실 해체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특검은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거나 검찰에 사건을 이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수사단계에서는 기소를 하더라도 재판에서 무죄 확률이 높고, 검찰에 이첩했을 때는 검찰 조직의 ‘제 식구 감싸기’가 작동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가뜩이나 ‘친정 조직’에 대한 특검의 소극적인 수사가 구속영장 기각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병우 라인이 건재한 검찰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여권, 계산된 ‘판 깨기’?
특검 수사기한 종료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권은 막판 시간끌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특검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2월 23일 결국 무산됨에 따라 결국 특검 연장의 마지막 키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쥐게 됐지만,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당초 야 4당은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특검법 개정안을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방안을 요구해 왔지만 결국 여야 합의 실패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황 권한대행은 2월 16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관련법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일주일이 넘도록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늦어도 21일까지는 결정해 달라는 야당의 요구도 거부했다.

황 대행이 이렇듯 시간을 끄는 이유는 헌재의 3월 13일 이전 탄핵 인용 결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특검의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경우, 탄핵심판 선고가 유력한 다음 달 13일쯤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다면 박 대통령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상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될 수 없지만, 인용 결정이 나면 박 대통령은 일반인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총리를 지낸 데다 ‘반기문 카드’가 물 건너간 이후 범여권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황 대행 입장에서는 보수층 여론을 의식해 특검 연장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의 시간끌기는 더 처연하다. 대통령 탄핵 여부를 다투는 헌재 심판정에서 “예수도 십자가를 졌다”(서석구 변호사), “국회는 힘이 넘치는데 약한 사람은 누군가, 여자 하나다”(김평우 변호사) 등 대통령 법률대리인이 ‘박근혜 약자론’까지 설파했다. 헌재 재판부가 2월 27일 최종변론 일정을 못 박으며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장의 퇴임일인 3월 13일 전 선고를 예고한 상황에서 대통령 변호인단의 본격적인 ‘판 깨기’ 전략이 가동된 셈이다. 강일원 주심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부터 무더기 증인신청, 다투지 않기로 진작부터 합의했던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까지 뒤늦게 문제 삼는 등 노골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김평우 변호사의 ‘내란 선동 발언’ 등 재판부에 대한 막말도 심리 지연을 위한 계산된 전략에 가깝다. 이 재판장의 퇴임 전 ‘8인 재판관 체제’에서는 재판관 2명이 기각 의견을 내도 탄핵이 인용되지만, 7인 체제에선 2명이 기각하면 대통령이 직을 유지한다.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도 헌재의 심판 결과에 대한 ‘불복’도 불사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사수전에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탄핵심판 결정 전 박 대통령의 하야설까지 떠돌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받고, 보수층의 동정여론 역시 자극해 대선 전 여론을 반전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특검 대면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특검 수사가 종료되고, 헌재의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이 나기 전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면 조기 대선국면에서 검찰도 박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할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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