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스노든의 말 한마디에 세계가 뒤집혔다. 미국국가안보국(NSA)에서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을 사찰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를 감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 밝혔지만 거센 반발에 직면해 결국 사과했다.
비슷한 사건이 한국에서도 벌어졌다. 2012년 12월 대선이 한창일 때 국가정보원 직원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간첩 조작 사건 등 각종 무리수를 둔 국정원은 해체해야 한다는 국민의 거센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대적인 쇄신을 하지 않는다면 국정원은 국민에게 완전히 외면받을 것이다.
국정원이 쇄신해야 하는 이유는 마땅히 해야 할 임무를 저버리고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적국의 활동을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때에 따라서 국내에 적과 관련된 인물 혹은 정보를 찾아내 범죄를 예방할 뿐이다. 즉, 주적이 북한이기에 국정원은 북한의 활동에 방점을 찍어 운용됐어야 맞다.
하지만 선거에 개입해 야당 측 후보를 조직적으로 비난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긴 셈이다. 게다가 잘 근무하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모는 어처구니없는 사건 마저 벌어졌다. 계속된 헛발질은 국정원이 쇄신해야 한다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가 시스템이 마비됐다. 이 와중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미치광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으며 중국은 헤게모니를 거머쥐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런 상황에선 각국의 정보를 습득해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정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 공작이 아닌 국익의 최전선 역할을 수행할 때 국정원은 비로소 빛난다.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또 앞으로 닥쳐올 퍼펙트 스톰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은 개혁의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완전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분명 대북 첩보전을 비롯한 정보 수집 활동은 국익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 정보기관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쇄신할 뿐 해체를 하진 않는 이유다.
따라서 국정원의 현 기능을 대외 업무에 국한하는 개혁을 실행해야 한다. 대내 업무를 배제하는 이유는 제2의 선거 개입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국내에 잠입한 스파이나 종북 세력을 감시하는 곳은 국방부의 기무사령부나 감사원이면 족하다. 날씬해진 국정원은 보다 효율적으로 첩보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진정한 보수는 원칙을 지키며 끊임없이 개혁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의 말이다. 한국의 현실에 대입해 보수를 국가의 심부름꾼으로 대체해도 앞뒤가 맞는다.
국익을 위해, 그리고 국민을 위해 발로 뛰는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수술대에 올라서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망가진 국정원을 국민의 국정원으로 되돌리려면 결국은 전격적인 쇄신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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