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아바타', '행동대장'을 넘어 '브레인'으로까지 불렸던 장시호. 최근에는 '특검 도우미', '국민 조카'가 됐다. 신기한 일이다. 그는 왜 특검에 태블릿PC를 제출했을까. 지난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장시호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그리고 올림픽 스타들을 집중 조명했다. 하지만 다시 궁금해졌다. 장시호 그는 누구인가? 왜 이모를 저격하는 스나이퍼가 된 것인가?
◇ 장시호 "최순실 빨간 금고 있다" 폭로
언론의 추측이 난무했다. 그래서 장시호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현재 그는 수감 상태. 우리는 변호인과 장시호 지인을 통해 어렵사리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간 알려진 것과 다른 이유. 그리고 미처 몰랐던 사실들이 장씨 의 입을 통해 나왔다. 특히 특검이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한 '빨간 금고'의 존재를 처음 폭로했다. 이 금고의 존재는 장시호 수행비서 유모 씨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이밖에도 유 씨는 취재진에 다량의 비밀 업무 파일들을 건넸다. 파일 중 일부는 장시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 장시호 옥중 인터뷰 재구성
질> 왜 폭로에 나선 것인가? 답> 처음 검찰 조사를 2번 받을 때까진 부인했는데, 더 이상 거짓말을 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과 엄마(최순득)를 생각하라는 검사님 말씀도 마음을 움직였다. 엄마가 현재 암 말기인데 내가 감옥에 있을 때 돌아가시면 너무 슬플 것 같다. 하나뿐인 아들을 맡아 키워줄 사람도 없다.
※ 변호인과 수사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최순득은 검찰에 출두해 최순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내 딸만은 좀 살려 달라"며 눈물로 부탁했다고 한다. 최순실 또한 울면서 "걱정마. 언니"라고 했는데 최순득이 나간 즉시 입장을 바꾸고 "영재센터는 장시호 것"이라 진술했다고 한다. 장시호는 이 사건을 전해 듣고 입장을 바꿨다.
질> 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답> 2015년 1월엔가 이모(최순실), 김동성 선수랑 식사를 같이 했다. 김동성은 내가 대학생 때부터 친구라서, 이모도 알고 있었다. 10년 만에 만난 그 자리에서 이모가 "내가 서울대 출신들을 모은 영재학원 같은 걸 계획 중인데, 동계스포츠 영재를 키우는 걸 해보면 어떠냐"고 김동성에게 제안했다.
※ 변호인에 따르면 장시호는 최순실과의 공범 관련 혐의는 인정하고 있다. 다만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3억 원 횡령에 대해선 회계상 처리 실수라고 부인하고 있다. 이를 입증할 서류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질> 최순실 소유의 금고는 몇 개인가? 답> 3개로 기억한다.
질>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도 금고에 있었나? 답> 태블릿PC는 금고가 아니라 정유라 명의로 얻은 강남 주상복합 집 안에 있었다. 거기 이모의 개인용 PC 옆에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 내가 브라운스톤에 갔을 때 이미 대부분의 짐이 치워진 상태였다. 이모가 개인 PC도 가져가라고 했는데, PC는 그냥 놔두고 왔다.
※ 최순실은 태블릿은커녕 PC 사용도 못한다고 주장했지만, 거처에 PC가 있었고 특검이 압수수색을 통해 PC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됨. PC 안의 내용물도 상당히 유력한 증거가 될 전망이다.
질> 금고가 사라졌다. 행방을 알고 계신가? 답> 이모 지시로 이모의 운전기사 방 과장과 미승빌딩 관리자 문모 씨가 운반했고, 방 과장이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방 과장은 특검 조사에서 금고 파기를 인정하는 진술) 나도 (이모 지시로) 금고 안의 물건들을 은닉했었다.
질> 빨간 금고도 있었다고 하는데? 답> 이모의 빨간 금고는 존앤룩씨앤씨(테스타로싸 커피숍 운영), 더스포츠엠, 더운트라는 회사로 계속 옮겨졌다. 금고가 알려진 것처럼 많은 게 아니라 계속 이동한 거다. 이 빨간 금고는 마지막으로 하남 물류센터로 옮겨졌던 것으로 안다.
질> 빨간 금고 안에 무엇이 있었나? 답> 빨간 금고 안에는 차은택 포레카 지분 관련 서류, 인사 관련 서류, VIP 한식순방 서류가 있었다. 또 정유라 이름으로 전세권 설정이 됐던 주상복합 아파트에는 내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 이모의 유언장, 청와대 선물 쌀 등이 있었다.
※ 특검은 가장 핵심적인 빨간 금고를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한 걸로 전해졌다. 장시호 수행비서 유모씨의 증언에 따르면 존앤룩씨앤씨 사무실 안에 비밀의 방이 있었는데 금고까지 가려면 3번의 잠금문을 통과해 야 했다고 한다. 금고 시건까지 더하면 4중 보안이었던 셈이다. 최순실은 이 금고의 위치를 계속 바꿨던 것으로 보인다. 직원 중 이 금고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은 장시호를 제외하면 최순실 자금 담당으로 알려진 엄슬기 팀장이 유일했다는 게 유 씨 주장이다. 엄 씨는 현재 잠적 상태다.
질> 댄스 스타 B씨를 이모가 도운 적 있나? 답> B씨는 이모에게 춤을 가르친 분이다. B씨가 무슨 행사를 하는데 이모가 문체부 후원을 받는 걸 도와줬다. 후원 금액은 2천만 원으로 기억한다.
※ B씨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문체부 지원은 본인이 발로 뛰어서 받은 것"이라 반박했다. 당시 센터 관계자 C씨는 "B씨가 감사의 표시로 장시호에게 핸드백을 이모한테 전해달라고 한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장시호의 수행비서 유모 씨는 "댄스 영재도 키워보자는 얘기가 당시 있었다"며 B씨로부터 영재센터 설립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질> 태권도복 디자인 교체를 시도했나? 답> 아주 러프한 수준이었지만, 대략적인 새 도복 디자인 안을 만든 적 있다.
※ 장시호 수행비서의 비밀 파일에는 오방색과 한글을 적용한 새 태권도복을 기획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 세계 태권도인은 약 1억 명. 1벌당 가격은 8만원 선이다. 한 번만 교체되더라도 약 8조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미르나 K스포츠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실로 엄청난 이권이다.
장시호의 옥중 증언을 바탕으로 한 빨간 금고 추적. 그리고 장시호 수행비서의 비밀파일 전격 폭로는 12일 밤 9시 40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방송된다.
스포트라이트팀 봉지욱 기자 b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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