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방위태세 한국군 중심 빠른 전환 예상"
(서울=연헙뉴스) 김귀근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의 연합방위 주도'를 언급함에 따라 한미 연합방위태세 구조가 한국군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은 상호운용 가능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및 여타 동맹 시스템을 포함하여, 연합방위를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 탐지, 교란,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연합방위를 주도한다는 말은 그간 양국 국방 당국 차원에서 있었지만,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에 이런 문구를 이례적으로 명문화한 것을 보면 앞으로 연합방위태세에서 한국군의 역할이 눈에 띄게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우리 군은 연합방위태세 주도에 필요한 능력 확충과 함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에 필요한 핵심 군사능력 확보에 국방비를 우선 투입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일 "연합방위태세를 갖추는데 한국의 역할 확대는 비용 대 효과 면에서 미국이 부담을 덜게 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확대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 맞아떨어졌을 것"이라며 "한국이 핵심 군사능력을 갖추는데 비용은 늘어나지만, 한국의 역할 확대에 부응해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도 받아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군사 도발을 억제하고 전면전에 대비하기 위한 현행 연합방위체제는 미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이를 지원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가 가능했다.
그러나 전작권이 한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넘어가면 전·평시 한반도 작전은 한국군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면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된다.
양국 국방 당국은 이에 대비해 미래사령부(가칭) 창설을 추진 중이다. 미래사령부가 창설되면 전작권을 행사하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주한미군사령관(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도록 신(新)연합방위체제가 구축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임기 내에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미는 그간 오는 2025∼2026년쯤이면 한국군이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전작권도 이때쯤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에 전작권이 전환된다면 이보다 3∼4년가량 앞당겨지는 셈이다.
물론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하고, 전작권을 조기에 전환하려는 계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군이 북한의 핵심지역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군사위성을 오는 2020년대 초반께나 임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작권을 행사할 핵심 군사역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은 한국이 문 대통령 임기 내에 하려고 하는 것에 이해하고 공감을 표시하는 의지를 공동성명에 반영한 것으로 본다"면서 "보수 일각에서는 준비가 아직 덜 된 상태에서 자주적인 시각에 의해 서둘러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우려의 시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이런 우려의 시각을 반영하듯 이번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공약을 재확인했으며,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개최를 정례화하기로 하고, 외교·국방 당국에 확장억제력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가 주요 수단이다.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된 상황에서 확장억제는 한미동맹의 핵심 억제 수단이다. 양국 외교·국방 당국의 차관급이 참여하는 EDSCG)는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협의 기구이다.
박원곤 교수는 "연합방위체제가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함으로써 연합방위태세가 확대 발전될 측면이 있다"면서 "현 정부도 '자주국방' 개념으로 접근하지 말고 연합방위체제 확대 발전 측면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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