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로 들어서는 남녀. 한국 불륜 인구 504만명 성인 인구의 약 25% ,성인 4명 중 1명 꼴이다. 이코노미21
심부름센터 위치추적장치 유전자감식도 덩달아 호황
불륜 열풍이 한창이다. TV드라마도 불륜이 화두가 되고 영화도 불륜 소재가 먹힌다. 과거엔 불륜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힘들어했지만 최근엔 배우자보다는 불륜 상대 애인이 변심하고 떠날까봐 노심초사다. 그만큼 불륜이 발칙해진 탓이다. 지난해 한 조사기관에서 20~30대 중반의 기혼녀 1만69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3.3%가 남편 이외에 사귀는 애인이 있다고 답했다. 애인이 있는 기혼자는 제 3자에게 능력 있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반면 애인이 없는 기혼자는 능력 부족으로 분류되는 게 현실이다. 불륜이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불륜이 뻔뻔해지면서 우리 사회에는 불륜 특수를 누리는 업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편집자주
K씨는 아내와 아들 한명을 두고 있는 가장이지만 몇 개월 전 인터넷 채팅 사이트 아이러브 스쿨을 통해 초등학교 시절 여자친구를 만났다. 그는 반가운 마음에 호감을 갖고 몇 번 만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서로 불륜의 관계가 되었다고 털어 놓았다.
도청장치와 도청장비도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다.
국회 과기정위 소속 김태환 의원은 지난 10월 이동통신 3사가 제출한 ‘이동통신사의 위치정보 조회 현황’에 따르면 ‘위치정보의 조회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난해 8월 이후 금년 6월까지 10개월간 조회된 개인 위치정보 건수는 1억 8천만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휴대전화 가입자 1인당 평균 4.5회나 위치추적을 한 결과와 동일하다. 이중 긴급구조 등으로 위치 조회를 한 건수는 전체의 1.2%(231만건)에 지나지 않았다.
인터넷채팅과 KTX
인터넷을 통해 만난 커플들 중에는 원거리 불륜 커플이 상당수 있다. 하지만 고속철도 개통이후 국내에서 원거리 교제는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은 일이다.
서울에서 옥외광고회사에 부장으로 일 하는 K씨(45).
연도별 이혼 건수 추이. 이코노미21
“인터넷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고 매신저로 대화만 나누다가 결국 고향 동창모임에서 만나게 되었죠. 초등학교 때부터 워낙 예뻐서 남학생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수십 년이 지난 뒤 만났지만 지금도 날씬한 몸매와 미모를 유지하고 있더군요.”
이때부터 K씨는 애인이 살고 있는 부산에 내려가는 일이 잦아졌다. 예전 같으면 거리상으로 봐도 엄두가 안 날 일이지만 이제는 KTX가 도와준다. 이들 원거리 불륜커플은 보통 중간지점을 만남의 장소로 택한다. 비교적 퇴근시간이 자유로운 K씨의 경우는 오후에 서울역에서 출발해 대전역 부근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물론 당일 밤 열차를 타고 귀가하는 것은 일상처럼 되었다.
그는 “몇 년 전 한 드라마 대사 중 ‘불륜이 내게 있어선 비타민일 뿐이야!’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전 그 말에 공감을 하는데 남들은 불륜이라고 말하지만 단지 생활의 활력소일 뿐입니다”라며 자신의 불륜 사실을 비교적 자세하게 털어놨다.
K씨처럼 동창모임 사이트나 싸이월드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뤄지는 불륜도 있지만 최근 매신저 프로그램을 통한 교제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MSN 매신저와 네이트온의 경우는 각각 대화상대 찾기와 연인 만들기 코너를 통해 이뤄진다. 이들 코너는 자신이 원하는 지역과 이상형을 조건검색으로 찾게 되어 있다. 상호간 친구 맺기가 이뤄지면 지속적인 은밀한 일대일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불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수다.
인터넷 외에 오프라인을 통한 불륜교제는 대부분 나이트클럽에서 이뤄지는 ‘부킹’이 출발점이다. 기혼자 부킹 명소로 이름난 경기도 일산의 T 나이트클럽. 이곳엔 손님이 피크를 이루는 오후 11시가 되면 진풍경이 연출된다. 춤을 추는 스테이지와는 달리 나이트클럽 룸에는 2차를 위한 파트너 정하기가 시작된다.
“매너 있는 남자 손님이 있는 룸은 부킹 성공 확률이 400%”라는 것이 담당 웨이터의 설명이다. 일단 파트너가 정해지는 새벽 1~2시경에는 나이트클럽 주변의 노래방이나 술집이 분주해진다. 인근 백석동의 모텔촌 역시 만원사례가 된다.
이렇게 맺어진 불륜커플은 차후 주로 낮 시간대와 저녁시간을 이용해 모텔을 출입한다. 낮 시간에만 사생활을 즐기고 밤에는 가급적이면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원칙이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되고 찜질방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모텔이 찾아낸 수익모델은 바로 ‘대실’ 이라는 운영방식이다. 낮 시간에 쉬었다가 가는 커플을 위해 편법적으로 하는 영업으로 숙박료의 절반 가격인 2~3만원을 지불하면 3시간가량 모텔을 이용할 수 있다.
숙박의 경우 12시부터 입실해서 다음 날 12시까지 24시간에 숙박료 5~6만원을 받는 것보다 3시간으로 나눠서 손님을 받는 것이 객실당 단가 이익도 훨씬 높다. 모텔이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의 경우 단골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대실 10회 이용시 무료 대실 1회’ 사용하는 쿠폰을 발행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 공중위생팀의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 관광호텔로 등록되지 않은 이 같은 일반 모텔 등의 러브호텔로 운영되는 숙박업체는 전국에 3만2433개( 2006년 6월 30일 기준)가 있다. 최근 이들 업체는 숙박 목적이 아닌 대실 손님을 위한 콘셉트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추세다.
지난해 서울 영등포에 들어선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경우 호텔 건물이 총 4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각동마다 테마를 갖춘 특색을 지니고 있다. 룸도 제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러브호텔 전국에 3만2천 곳 넘어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호텔. 4개 동이 각각 L동, I동, F동, E동으로 나뉘어져 있다.ⓒECONOMY21 사진
서울 방이동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L씨는 “요즘 손님들은 주로 숙박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잠시 들러 놀다 가려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3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 동안 방을 빌리는데 PC방, DVD룸이나 영화관, 사우나실이 마련되어 있어 젊은층 위주로 단골도 생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는 서울 도심을 벗어나 경기도 지역으로 갈수록 더욱 치열해진다. 누워만 있어도 향기에 취할 것 같은 멋진 침대, 영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예쁜 모양의 욕조, LCD 모니터, 대형 PDP로 영화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들이 넘쳐난다. 수원에 위치한 메이트호텔 로얄스위트 룸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룸 안에 수영장도 갖추고 있다.
모텔 내부의 이모저모를 꼼꼼히 따져보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메뉴판닷컴에서 운영하는 ‘호텔365’라는 사이트는 전국의 주요 호텔과 모텔의 내 외부 전경 사진을 올려놓고 이용후기까지 소개한다. 모텔 이용후기를 잘 쓴 회원에게는 무료 이용권을 주기도 한다.
이렇듯 불륜 커플이 증가하면서 가장 큰 목돈을 챙기는 곳은 바로 심부름센터다.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심부름센터를 이용하는 비용은 평균 200~300만원 선이다. 최근 심부름센터는 전국에 1천개 업소 정도가 등록되었다. 심부름센터는 특별한 허가 없이 신고만 하면 사업자 등록증이 나와 누구나 개설이 가능하다.
심부름센터는 “관 속에 누워있는 사람을 일으키는 일 빼고는 뭐든 다 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다양한 일을 대행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불륜 사실의 증거를 수집해주는 일이다. 일부 불법 업체의 경우 의뢰자로부터 돈을 받아낸 후 의뢰자의 상대방을 협박해서 더 큰 거액을 받아 챙기기도 한다.
이들이 요구하는 비용은 가지가지다. 휴대폰 통화내역을 도청할 수 있는 복사폰 제작비용으로 150만원, 몰래카메라나 도청장치 제작비용으로 200만원, 위치추적장치 등을 장착하는 비용으로 100만원에서 그 이상의 거액을 요구하기도 한다.
심부름센터에서 사용하는 위치추적장치와 몰래카메라 장비 역시 불륜 트렌드에 맞춰 기술 발전 속도가 놀라운 수준이다.
불법도청장치 탐지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몰래카메라 탐지기로는 흥신소 직원들이 설치한 몰카를 찾을 수가 없어요. 워낙에 장비가 소형화되었을 뿐 아니라 텔레비전이나 시계 같은 가전제품 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찾아낸다면 하루 종일 찾아도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몰카탐지기는 몰래카메라의 위치를 소리로 추적하는 것이 아니다. 무선 몰카에서 수신 장비에 보내지는 영상 주파수를 잡아내 영상 자체를 캡처해 내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무선몰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영리한 불륜 커플들은 아예 무선 몰카가 수신이 안 되는 3층 이상의 고층 룸을 요구하기도 한다.
불륜현장 감시를 위한 각종 도감청 장비들. 사진제공 중앙전파관리소
정통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는 최근 적발된 불법 감청설비가 날로 다양한 유형으로 나탄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벽에 내장되는 마이크형 장비는 기본이고 담뱃갑 크기의 동영상 촬영기도 이젠 기본 사양이라는 설명이다. 최근에 등장한 장비로는 도청 가능한 마우스타입과 영상만 촬영되는 안경형이 있다. 또 도촬과 도청이 가능한 탁상시계형과 휴대가 가능한 볼펜형도 있다.
중앙전파관리소의 강유신씨는 도청장비가 과거에는 일반 건전지(AAA)를 사용했으나 최근엔 소형 사이즈이며 3~4개월 사용이 가능한 수은 건전지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위치추적기 분야의 기술도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에는 차량에 설치되어 인공위성을 통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 위성측위시스템) 방식의 제품들이 위치추적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최근엔 이보다 훨씬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LBS(Location Based Service : 위치기반서비스)가 적용된다. 여기에 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 지리정보시스템)와 CDMA 모듈이 결합되면 원하는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최신 기종의 경우 번지 수까지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오차범위도 줄어들었다.
불법 도감청탐지 전문업체인 디텍티브의 서진호 대표는 “LBS 기반 위치추적장비는 차량 시동이 꺼져 있어도 차량 배터리의 40개 선중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항시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며 “월 평균 40건 정도의 탐지 의뢰 문의를 받고 있으며 매달 20~30건의 불법 장비를 찾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불법 도감청장치가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의뢰자의 70%는 여성이며 회사는 건당 20~30만원의 비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현재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업체는 정식 등록된 곳만 17개다. 그러나 많은 업체가 허가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업체 수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허청에 따르면 도청탐지 기술과 관련해 국내에 출원된 특허 및 실용신안은 1999년 이전까지 8건에 불과했으나 2003년 15건, 2004년 20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도청탐지 전문 아카데미도 등장했다. 여기에서는 도청하는 법과 찾아내는 기술을 동시에 배울 수 있다.
휴대폰 위치추적 서비스 비용 200억
이처럼 안 들키고 불륜을 강행하려는 측과 불륜을 잡아내려는 측의 요구가 상호 충돌하면서이와 관련 된 분야도 점점 첨단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불륜 열풍이 식지 않는 이상 최첨단 불법 도감청 장비업체와 이를 찾아내려는 탐지업체도 치열한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휴대폰 위치추적 서비스 현황을 들여다보면 불륜으로 인해 배우자나 연인의 관계를 의심하고 확인하려는 욕구가 얼마나 강하며 이와 관련된 업체들은 어마어마한 부가 수익을로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최근 서울 시내에 리모델링되는 모텔은 한 룸이 2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초현대식 설비가 갖춰져 있다. 사진제공 중앙전파관리소
이와 관련 김 의원 측 이태훈 비서관은 “보통 1회 조회요금이 120원인데 정액제를 감안해 100원으로 계산하더라도 연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위치추적 서비스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불륜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분쟁으로 인해 호황을 누리는 분야도 있다. 바로 유전자 감식 전문업체다. 이들 업체는 자료만 보내면 12시간 안에 결과를 알려주는 신속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가 명목이지만 이보다 불륜 증거 확인 서비스가 짭잘하다.
현재 유전자 검사기관은 허가가 아닌 신고만으로 가능하다. 인력과 시설만 갖추면 설립엔 문제가 없다. 작년 1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100여개 업체가 무더기로 보건복지부에 신고를 마쳤고 올해 4월 현재 신고 업체 수는 162개에 달한다. 그러나 법원에서 인정하는 유전자 감식 허가업체는 12개 정도에 불과하다.
유전자 검식 선두 업체 중 하나인 휴먼패스의 이승재 대표는 “우리와 같은 동종업체가 계속 증가 추세다. 작년에도 법원 인증기업이 8개 업체가 생겼고 향후 더 많은 업체가 창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불륜감식까지 가는 경우는 당사자가 끝까지 발뺌을 할 때이거나 결백함을 증명하고자 하는 경우이며 한번 검사하는 비용은 과거 300~400만원에 비해 많이 내린 건당 20~25만원 선이다”라고 밝혔다.
불륜 현장 샘플을 이용해서 DNA 검사를 하는 경우에도 과거에 비해 훨씬 간편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점점 정확도도 높아진다는 부연설명도 했다. 따라서 예전에는 머리카락이나 치모 또는 휴지에 묻은 분비물을 확보해야 가능했지만 최근엔 칫솔이나 담배꽁초를 가져와도 DNA 프로필 결과가 잘 나온다고 한다. 심지어 배우자의 팬티, 이불 또는 침대 시트, 승용차 내 휴지에 대한 유전자검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불륜 트렌드는 친자 확인검사의 풍속도도 바꿔놓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임신부가 애인을 동반하고 태아의 친자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검사실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들의 자식이면 지우고 남편의 아이가 맞으면 낳겠다는 의미다. 업계는 이미 태어난 자식에 대해서도 매년 2천여건의 친자 확인 검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친자 확인에 드는 비용은 불륜 현장 샘플 검사보다 평균 10만원 정도 더 비싼 편이다. 충격적인 부분은 배우자 부정을 의심한 친자 확인 검사의 경우 30~40%는 남편의 아이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는 점이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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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76511.html?_fr=sr1#csidx3e35f6aa925e17d815d0c8d06650c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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