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DAS) 설립 자금 4억2000만원을 댔다는 핵심 증언이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등기이사로 오른 적도 없고 주식도 없지만 설립 이후 지금까지 관여해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DAS) 설립 자금 4억2000만원을 댔다는 핵심 증언이 <시사IN> 취재로 확인됐다. 1987년 대부기공(다스의 전신) 설립 실무를 맡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한테 4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 자금을 댔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현대건설 근무 시절부터 함께 일한 측근이다. 서류상으로 이 전 대통령은 대부기공 설립부터 지금까지 다스와 무관하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등기이사로 오른 적도 없고 주식을 한 주도 가진 적이 없다.
검찰의 다스 수사가 9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만 남았다. 다스의 전·현직 관계자가 이 전 대통령에게 다스 관련 보고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서울시장·대통령 당선자이던 때 각각 국회 의원회관, 서울시장 집무실, 안가, 논현동 사저 등에서 다스 관련 보고를 했다며 그 시기와 장소까지 특정해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창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다스 경영에 개입했다는 의미다.
검찰의 다스 수사는 두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먼저 BBK 사건으로 구속 중이던 김경준씨가 다스로 140억원을 보내는 데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혐의다(<시사IN> 제519호 ‘다스의 140억, MB가 빼왔다?’ 기사 참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가 수사를 맡고 있다.
다른 한쪽은 다스 법인 자산 120억원을 누군가 횡령했고, 2008년 정호영 특검이 이를 눈감았다는 혐의다. 이는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를 맡았다. 검찰은 1월11일 경주에 있는 다스 본사와 공장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협력업체 금강과 아이엠(IM) 등도 압수수색했다. 수사 과정에서 다스의 탈세 혐의도 추가될 전망이다.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은 연원이 깊다. 다스 의혹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는 ‘이명박’이라는 키워드를 넣어야 설명이 가능하다. 현재도 소유 지분 관계(아래쪽 인포그래픽 참조)를 보면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은 다스 회장(현재 다스 지분율 47.26%)은 이 전 대통령의 형이고, 권○○씨(현재 다스 지분율 23.6%)는 이 전 대통령의 재산 관리인이라 불린 처남 김재정씨의 부인이다. 김창대씨(현재 다스 지분율 4.2%)는 이 전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후원회장이었다. 청계재단(현재 다스 지분율 5.03%)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살 집만 남긴 채’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대선 공약에 따라 설립됐다.
다스 알짜 자회사들 이시형씨가 대표 맡아
다스의 1대 주주였던 김재정씨가 2010년 숨지면서 최대 주주가 바뀌었다. 김씨의 유족이 상속세를 비상장인 다스 주식으로 내 지분이 줄면서 최대 주주 자리를 내놓았다. 김재정씨 사망 뒤에 다스와 청와대는 대책 문서를 주고받았다. 다스가 김재정씨의 상속세를 검토해 이명박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렸고, 이명박 청와대는 상속세 처리와 관련한 서류를 다스로 보냈다. 이명박 청와대에서 사기업의 세금 문제를 보고하고, 정리하기 위해 노력한 정황이다. 다스의 한 핵심 관계자는 “돈이나 부동산으로 상속세를 내면 자금 출처가 나올까 봐 주식으로 세금을 내라고 청와대의 오더가 떨어졌다”라고 말했다(<시사IN> 제523호 ‘다스는 누구 것?’ 기사 참조). 당시 김재정씨의 아내 권○○씨는 현금이나 부동산으로 상속세를 낼 경우 다스의 최대 주주 지위를 지킬 수 있었다. 권씨에게 불리한 다스 주식 납부 방식이 당사자를 뺀 채 논의됐고 실행까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주주로 들어왔다(현재 다스 지분율 19.91%). 국세청이 다스 주식을 물납받아 기재부에 넘겼다.
김재정씨 사망 뒤 새롭게 최대 주주가 된 이상은 회장이 ‘바지 회장’ 노릇을 했다는 증언과 서류도 검찰이 확보했다. 김성우 전 사장의 결재를 받고 다스의 돈을 만졌으며 금액은 월 500만원으로 한정되는 등 실권이 없었다는 내용이다. 이상은 회장의 18년 된 운전기사 김종백씨는 관련 서류 등을 검찰에 냈다. 김씨는 <시사IN>과 만나 “아침 7시 반에 임원진 회의가 있는데 이상은 회장은 들렀다 바로 나갔다. 실권이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에게 승계되고 있다는 진술과 정황도 확보했다. 이시형씨는 2010년 다스에 입사해 현재 전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보면, 그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내부회계관리자로 이름을 올렸다. 등기이사도 주주도 아니다. 그런데도 다스의 알짜 기업인 여러 자회사의 대표를 이시형씨가 속속 맡고 있다. 다스는 2010년대부터 중국 자동차 시트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다스의 중국 자회사 4곳(대세(베이징)기차부건, 문등대세기차배건, 강소대세기차배건, 절강대세만가기차좌의) 대표가 모두 이시형씨다.
이시형씨는 국내에도 다스 협력업체를 차렸다. 다스 본사가 있는 경북 경주에 에스엠(SM)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에스엠은 2015년 자본금 1억원을 들여 자동차 부품업을 시작했다. 등기부등본상 대표는 김진 전 다스 총괄부사장이지만, 지분은 이시형씨가 더 많다. 이시형씨가 75%, 김진 전 부사장은 25%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김진 전 부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매제다.
에스엠은 설립 바로 다음 해에 다스의 다른 협력업체인 다온을 인수했다. 자본금 1억원짜리 회사인 에스엠이 자산 규모 400억원인 다온을 인수하는 ‘비정상적인 거래’였던 탓에 실소유주의 승계 프로젝트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또 다른 다스 협력사인 디엠아이(DMI)도 이시형씨가 인수했다.
다스의 한 2차 협력사 대표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다스의 1차 협력사가 갑자기 지나치게 납품가를 후려치며 갑질을 해 2차 협력사가 어려워지게 만든다. 여기에 다스 경영진까지 개입한다. 협력사를 망하게 만들어서 헐값에 인수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이시형씨가 다스 관련 회사를 장악하는 모습은 재벌 총수가 기업을 승계할 때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여서 생기는 일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거의 모든 의혹과 연결되어 있다. BBK 투자 자금도,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도 다스와 연관되어 있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밝혀지면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다른 비리 의혹도 자연스레 풀리는 구조다.
주진우ㆍ김은지 기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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