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 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추가조사 발표
당시 대법관 등 행정처 고위법관 '손때' 드러나
법원 안팎서 "형사책임까지 물을 수 있어"
당시 대법관 등 행정처 고위법관 '손때' 드러나
법원 안팎서 "형사책임까지 물을 수 있어"
[한겨레]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뒷조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양 전 원장을 포함한 법원 고위관계자들은 책임 추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법원 안팎에선 대응방안 실행 여부에 대한 추가조사와 형사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첫 사찰 요구는 당시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이던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서 나왔다. 2015년 7월 박 전 대법관이 연구회 회장이던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연구회 내 소모임(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서 사법제도, 법관 인사 등을 논의한다고 하니 잘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또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은 공동학술대회 저지 방안 문건을 작성해 보고하도록 했다. 이민걸 당시 기획조정실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이 이런 내용을 보고받았고, 실장 회의 및 처장 주례회의에도 보고됐다. 그해 말 이 전 상임위원의 연구회 회장 선거 재출마도 ‘인사모 창구 역할’을 원한 실장·처장 회의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고위 법관들이 특정 연구회 견제와 탄압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모양새다.
특히 대법원 및 행정처를 총괄 지휘한 양 전 원장의 책임론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행정처의 사찰행위 대부분이 양 전 원장의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설치 등에 대한 법원 내부 비판에 대응하는 구도라는 점에서, 뒷조사 역시 양 전 원장의 묵인 아래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상고심 재판에 직접 참여한 양 전 원장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 재판에 참여한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들도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인사조처를 넘어 형사책임까지 주문하고 있다. 연구회 탄압을 보고받고 묵인한 행정처 실·처장, 지난해 진상조사 때 문건을 축소보고한 이 전 상임위원 등 고위 법관들은 징계 및 인사조처를 피할 수 없을 거란 분석이 우세하다. 한 판사는 “행정처 고위 법관이 심의관들로 하여금 일선 법원의 판사회의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문건을 작성하게 한 것은 직무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것”이라며 “문건 작성만으로도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고, 업무방해나 직권남용 위반 소지도 있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법원 안팎에서 고발이 잇따르면 강제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양 전 원장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돼 있다.
다만 법원 일각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또다른 판사는 “강제수사에 거부감을 느끼는 판사들 사이엔 2월 정기인사를 기점으로 정리하자는 시각도 있다. 다만 재판 개입까지 드러난 이상 이번 사태가 사법부 내부 일만은 아니게 된 것은 명백하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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