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맹점, 사학법 바꿔야”
학부모로부터 46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도 무죄판결을 받아 논란이 된 사립초등학교 교사가 정직기간이 끝나 지난달 복귀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촌지근절을 위해 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이 스승의날 기념식까지 없애는 등 분투하고 있지만 인사권을 쥐고 교육청 파면 요구에도 꿈쩍 않는 사학재단의 힘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 계성초등학교 교사 신모씨는 지난 4월21일부터 정상 출근하고 있다. 신씨는 2014년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던 학급의 학부모 2명으로부터 6개월 동안 230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현금 200만원, 30만원 상당의 공진단을 받았다. 금품을 받은 사실이 법정에서도 인정됐지만, 지난해 12월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신씨의 신분 때문이었다.
공립학교 교사가 촌지를 받은 경우 공무원에게 적용하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할 수 있지만, 사립학교 교사에겐 배임수재 혐의밖에 적용할 수 없다. 배임수재는 범죄성립 요건이 보다 까다롭다. 금품과 함께 받은 청탁이 ‘부정한 청탁’이라는 점을 충족해야 한다.
법원은 ‘공부를 못하거나 숙제를 안 하더라도 망신주지 말아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부정한 청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이란 사회상규에 어긋나거나 위법하게 또는 부당한 방법이라도 써서 일을 처리해달라고 요구하는 정도를 뜻하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을 잘 보살펴달라는 것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판결과 상관없이 재단에 해당 교사를 파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재단은 신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고 신씨는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 측은 정직을 받은 것으로 이미 승진 가능성은 막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2년 학부모로부터 160만원을 받은 공립학교 교사 박모씨는 뇌물죄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직을 잃었다.
고유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비리 문제에서 사립교원과 공립교원을 다르게 처분한다는 것이 학부모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수·진보 성향의 교원단체들도 모두 공·사립에 관계없이 촌지에 관한 한 같은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사립학교 교원도 국공립과 같은 교원이니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김영란법과 교육청 기준, 교원 윤리강령의 차이가 크면 학교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만큼 이를 어느 정도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사립학교의 경우 인사권이 재단에 있어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이 그 학교에서 버젓이 근무하는 사례가 많다. 법의 맹점을 없애기 위해선 사립학교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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