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월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을 만나 오찬 간담회를 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이 나왔고, 박근혜 대통령은 특유의 화법(?)으로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답변 내용 중에는 사실관계가 다른 얘기가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검증해봤습니다.
‘친박을 만든 적도 관여한 적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은 제가 친박을 만든 적은 없거든요. (일동 웃음)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친박이라는 말 자체가 특히 선거 때 자기의 선거 마케팅으로 자신들이 그냥 그렇게 만들어갖고 친박이라고 그랬다가 탈박이라고 그랬다가 짤박이라고 그랬다가 별별 이야기를 다 만들어내면서 한 거예요. 제가 거기에 관여하지도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대 총선에서 ‘친반국민대통합’이나 ‘친반평화통일당’ 등 친 반기문을 내세운 정당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친박’이라고 특정 정치인을 내걸고 대규모 후보자가 선거에 나선 사례는 2008년 ‘친박연대’가 처음입니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은 ‘미래한국당’에 입당한 후 당명을 ‘친박연대’로 바꾸었습니다. 박근혜라는 정치인에 충성을 다하는 정당임을 공식적으로 내세웠습니다. 박근혜 의원도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지를 보냈습니다. 친박연대를 위해 한나라당 후보 지원 유세는 하지 않는 ‘지원유세 보이콧’까지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은 친박연대 후보자를 향해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고, 복당 불허 방침이었던 한나라당 지도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그녀가 친박을 만든 적도 없고 관여한 적도 없다고 말하는 자체가 너무 뻔뻔합니다.
‘유승민이 박근혜 사진 마케팅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예를 들면 지난 19대 국회 때 전혀 협조를 안 해 주고 계속 반대 목소리만 낸 사람도 대통령 사진을 마케팅을 하면서 다녔어요. 그래도 제가 그걸 뭐 하라 마라 그런 이야기도 안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반대 목소리만 낸 사람은 유승민 후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유승민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선거에 활용했을까요?
유승민 후보의 선거 공보물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었습니다. 유승민 후보의 선거 사무실 외관 현수막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없었습니다. 유승민 후보와 연관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은 사무실에 있었던 액자 사진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사무실에 걸어 놓은 모습을 비판하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 사진을 걸어 놓은 것인데 무슨 문제냐는 얘기입니다. 이 논리라면 유승민 후보 사무실의 박근혜 대통령 액자는 전혀 문제가 아니고 마케팅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유승민 후보가 사무실에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걸어 놓은 것은 맞지만, 대통령 사진으로 마케팅하면서 다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친박이 아니면서 사진 마케팅을 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박 대통령이 알려줬으면 좋겠네요.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북한에 의한 통일 될 수밖에’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이 됐을 때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올바른 통일이 되어야지,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오히려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라며 국정교과서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박정희는 국정교과서를 통해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려고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 국정교과서는 5.16쿠데타와 10월 유신을 찬양하는 홍보지에 불과했습니다.
5.16쿠데타에 나온 혁명공약 6조를 보면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한다.>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1979년 국사 교과서를 보면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을 조속히 성취하고 새로운 민주 공화국의 굳건한 토대를 이룩하기 위하여, 우리는 몸과 마음을 바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로 바뀌었습니다.
박정희가 22종의 국사 교과서를 없애고, 국정교과서를 만든 목적은 장기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역사적 사례가 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북한에 의한 통일 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되지 않는 논리를 갖다 붙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교과서를 내세우는 논리를 보면 ‘우리는 국가의 안전과 겨레의 생존을 지키기 위하여 총력안보체제를 확립해야 할 국가적 요청에 교육의 전 기능을 집중시킨다.’는 박정희 유신 시대의 국정교과서 목적과 유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가 발전과 경제성장에 헌신한 아버지의 위업을 잇겠다’고 말해왔습니다.
국정교과서가 필요한 이유는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독재와 자기만의 왕국을 지키기 위한 역사 왜곡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세월호 인건비 50억, 박근혜 해외순방 비용 800억’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해서 “인건비도 거기에서 한 50억 정도 썼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와중인데 이것을 연장하느냐 하는 그런 문제가 나와서 그 부분은 또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이기도 하고”라며 세금을 운운하기도 했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 취재진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취임 1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착용한 옷을 조사해보니 122벌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입었던 의상비만 해도 최소 수천만 원은 넘을 듯합니다. 뭐 이 정도 돈이야 할 수 있겠지만, 독일 메르켈 총리처럼 근검하게 살고 있는 지도자에 비하면 과한 지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별로 없다면서 ‘외국에 나가서 수주하는 일을 돕고 정상외교나 이런 것을 통해서’라며 해외순방의 정당성을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필요합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횟수는 30회입니다.(2016년 1월 기준, 집권 3년차) 5년 임기 동안 김대중 대통령이 23회, 노무현 대통령 27회, 이명박 49회와 비교하면 임기 내 해외순방 횟수는 최고 기록이 될 듯합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MB가 49차례 해외순방을 다니면서 든 비용이 최소 ‘1,200억’이 넘었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1월 기준으로 30차례가 넘었으니 최소 7~800억을 지출했다고 봐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들어간 비용이 120억이라며 세금 운운하는 대통령에게 해외순방 비용을 절약해 309명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해줄 계획은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의 말에 오류가 있으면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지적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국정에 반영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입니다. 대통령의 오류투성이 말을 ‘소통과 변화’로 포장하는 언론이 있는 한, 그녀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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