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금액을 꼼꼼하게 챙긴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공판에서 각종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원에서 봉투가 오니 받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국정원이) 노란색 서류봉투로 주다가 액수가 커지면서 가방에 넣어서 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올렸으나 그대로 내려왔고 '(청와대) 특활비에 준해 관리하라'고 해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금고에 넣고 직접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비서관은 또 "대통령의 지시로 쇼핑백에 넣어 매달 1억원에서 1억 2000만원씩 전달했다"며 "금고 보관은 2억원을 넘지 않았다. 대통령이 잔고를 물어보면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한 이유도 법정에서 드러났다.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검찰조사 당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원활한 업무협조를 위해 줬다"고 밝혔다.
검찰이 더 자세히 묻자, 그는 "대통령이 국정원 업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잘 건의해 달라, 그리고 보안정보국에서 안 좋은 말을 들으면 본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전 실장이 "한번 사표를 내고 그만두려 했는데 대통령 반려로 다시 기조실장에 복귀했다"고 진술한 게 검찰은 뇌물을 상납한 동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안‧이 전 비서관에게 50만원에서 300만원 상당의 국정원 특활비를 지급한 이유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운 액수를 주기는 조심스러워 그 정도 액수가 적당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국정원 특활비가 최순실씨를 통해 사용된 정황도 나타났다.
2013년 말부터 2014년 초까지 최씨와 함께 박 전 대통령 전용의상실을 운영한 고영태씨는 검찰에서 "현금 다발에 매듭이 없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돈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더블루K 사무실 보증금 1억원 중 최씨로부터 50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아 납부했다"며 "모두 새 돈이었고 일련번호도 나란히 이어졌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장성주 기자] joo50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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