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특별인출권 편입 확정
편입 비율 10.92%… 엔화보다 높아
동남아 중심 경제블럭 확대 예상
“AIIB 엄청난 시너지” 전망도
환율조작 의혹 등 신뢰도 떨어져
‘달러화와 대등 지위’회의적 시각
중국 위안화(런민비ㆍRMB)가 일본 엔화를 제치고 3대 기축통화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1위안(약 180원)부터 100위안까지 하나같이 마오쩌둥(毛澤東)의 얼굴이 그려진 붉은 색 위안화가 미 달러화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기축 통화’가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를 ‘공평하게’ 재편하겠다는 중국 금융의 굴기가 본격화하면서 양대 강대국(G2)간 힘겨루기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집행이사회를 열고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준비자산으로 ‘종이 황금’으로도 불리는 SDR는 그 동안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4종의 화폐로 구성돼 있었다. 개발도상국 및 신흥경제국의 화폐가 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되긴 처음이다. 특히 위안화의 편입 비율은 10.92%로 정해졌다. 이는 달러화(41.73%)와 유로화(30.93%)보다는 낮은 것이지만 엔화(8.33%)와 파운드화(8.09%)보다는 높은 것이다. 위안화를 세계 3대 기축 통화로 인정한 셈이다.
중국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강(易鋼)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국제 사회가 중국 경제 발전과 개혁·개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앞으로 금융 개혁과 대외 개방을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 경제 거버넌스 개선 등을 위해 적극 공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국 매체들은 위안화 비중이 엔화보다 더 높은 점을 부각시키며 찍으며 환호했다.
중국국제금융유한공사(CICC)는 “중국 경제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통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일어섰듯 위안화의 SDR 편입을 계기로 중국 금융의 굴기와 위안화의 국제화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 기관들이 위안화 자산 비중확대에 나서면서 위안화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AXA인베스트먼트는 전 세계 정부가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 자산의 비중을 매년 1%씩 늘릴 경우 앞으로 5년간 6,000억달러 상당의 위안화 수요가 생길 것으로 점쳤다. 그 동안 달러화와 엔화를 준비 자산이나 결제 수단이나 사용해 온 아시아 국가들이 엔화를 버리고 위안화로 갈아탈 가능성도 없잖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은 날개를 달게 됐다.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고 동남아-서남아-중동-아프리카까지 연결되는 ‘실크로드 경제블록’이 구축되면 이 곳에선 위안화가 제1통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중화 경제권이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위안화 경제권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특히 올해 중국 주도로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위안화 SDR 편입과 결합되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며 달러의 패권에 저항할 경제블록의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57개국이 창립회원국 참여한 AIIB는 연말 베이징(北京)에서 정식 출범 예정이다. 여기에 올 7월 상하이(上海)에서 자본금 1,000억달러의 브릭스(BRICS) 신개발은행이 출범했고, 내년에는 400억달러 규모의 실크로드기금도 윤곽을 드러낸다. 경제분야에서도 G2의 위상을 굳건히 하려는 중국의 행보는 이처럼 거침없다.
그러나 위안화가 국제화의 중요한 진전을 이뤘지만 과연 달러화와 대등한 지위까지 오를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지난해 전 세계 외화 자산 중 위안화 자산의 비중은 1.1%, 전체 무역 결제 중 위안화 결제는 1.0%에 불과했다. 중국은 아직 선진화한 금융 시스템이나 자유로운 외환시장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환율 조작 의혹도 커 신뢰도 면에선 갈 길이 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 주요금융기관이 단기간 내 위안화 보유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최근 경제의 침체 때문에 중국정부가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시각을 의식해 이강 인민은행 부행장은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을 부인하며 “완전 자유변동환율제 이행을 목표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부행장은 하지만 “현재 관리변동환율제에서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하는 데는 과도기가 필요하며 그 과정은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위안화가 달러에 맞설 기축통화로서의 신뢰를 구축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 화폐를 향한 위안화의 도전이 시작됐다는 데 이의를 달 이는 없다. 기축 통화 자리는 2차 대전을 기점으로 파운드화에서 달러화로 바뀌었다. 이후 엔화와 유로화가 달러화 지위를 넘봤지만 고배를 마셨다. 위안화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반격에 나섰지만 생각만큼 속도는 나지 않고 있다. 중국의 힘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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