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변호사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법조계에서 고 이사장이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검찰 조사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징계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방문진 국정감사에서 고 이사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변호사법 수임제한’ 규정에 대한 국회 입법조사처의 검토 결과를 공개했다.

입법조사처는 변호사법 제31조(수임제한) 제3항에서 수임제한 사유로 규정한 ‘공무원·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의 범위에 대해 “공무원 등으로 재직 시에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으로서 수임이 금지되는 사건의 구체적인 범위는 ‘그 기초가 된 분쟁의 실체가 동일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고 이사장이 수임한 사건이 과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과 기초적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변호사법에 저촉될 수 있다.
  
지난 10월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입법조사처는 “변호사법 수임제한사유 규정의 취지는 공적 임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정보 또는 형성된 관계를 그 후에라도 사적 이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변호사 직무의 공정성을 담보해 사건 관계자를 비롯한 일반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직무상 취급하게 된 경우’에 대해서도 “해당 사건에 관해 조정위원이 단독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경우까지 널리 포섭하는 개념”이라며 “현실적으로 취급했을 것만이 아닌 추상적으로 해당 직무를 취급할 수 있는 지위에 있게 된 경우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고 이사장이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교육부 산하 사분위 위원으로 있으면서 학내 분쟁 중인 사립대의 임시이사 선임 등 직무상 취급한 사건 관련 복수의 소송을 사분위 임기 이후 수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고영주, 김포대 이어 대구대도 변호사법 위반 의혹)

고 이사장은 “내가 재임 중에 취급한 사건이 아니어서 변호사법 수임제한 규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고 이사장이 수임한 사건의 ‘기초가 된 분쟁’은 그가 사분위 위원으로 있을 때 다뤘던 사건과 동일하다는 법조계의 해석도 있다.

특히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3일 고 이사장을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하면서 고 이사장이 변호사로서 수임했던 김포대학 관련 사건과 사분위 위원으로서 다뤘던 사안이 동일한 사건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변회는 “판례는 수임하고자 하는 사건과 공직 당시의 직무가 ‘그 기초가 된 분쟁의 실체가 동일한지의 여부’ 또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고 이사장이 선임했던 임원선임처분취소 사건의 상고심은 그가 사분위 위원으로서 취급했던 김포대의 사학분쟁 사안과 분쟁의 당사자, 목적, 내용이 같아 변호사법 제31조의 동일한 사건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아직 서울변회 조사위 결과보고서가 나오진 않았지만, 만약 조사 결과 고 이사장에 대한 징계 신청 의견이 나올 경우 서울변회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 대한변호사회에 징계 신청 후 최종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서울변회 조사위는 고 이사장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청한 상황이다.

고 이사장이 수임한 김포대 이사선임처분취소 행정소송의 경우 고 이사장이 사분위 위원으로서 김포대 안건을 다룰 당시 정이사였던 전아무개씨가 지난 2013년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1·2심은 고 이사장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았고, 고 이사장은 지난해 5월부터 대법원 사건 변론에 합류했다.

아울러 고 이사장은 사분위원으로 재직하던 기간 중에 대구대의 정상화 추진계획도 논의한 바 있다. 사분위 회의 결과에 따르면 학교법인 영광학원(대구대)에 정이사 6명과 임시이사 1명을 선임하기로 한 제65차 회의(2011년 7월14일) 이전에도 수차례에 걸쳐 사분위는 대구대의 정상화 추진계획안을 논의했다.

지난 1994년 학내 분규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구대는 종전이사 측과 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가 분쟁을 이어오다 17년 만인 2011년 7월 정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종전 재단 추천이사와 학내 구성원 추천 이사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케이씨엘 소속 함귀용 변호사(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등 종전이사 측 정이사 3명은 지난해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된 후 교육부를 상대로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 측 대리인은 케이씨엘 소속의 변호사이며 고영주 이사장도 2심부터 소송에 가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