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4일 서울에서 개최된 민중총궐기 이후 여론은 '과잉진압 대 불법시위'라는 구도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19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등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서 폭력상황이 발생한 책임에 대해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이라는 의견이 40.7%, '불법·폭력시위'라는 응답이 38.2%로 나타났으며, 양비론은 15% 정도에 불과했다.
총궐기 당시 물대포를 맞은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자 새누리당은 책임을 시위대에 전가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경찰이 시민에 총 쏴도 정당', '농민중태, 물대포 아닌 시위대 때문'이라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집회의 불법, 폭력성을 부각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당사자인 경찰은 사과 한마디 없이 민주노총 위원장을 검거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과연 당시 집회가 이전에 비해 폭력적이었을까. 실제 의경 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13만 명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사라지고, 폭력시위 프레임만 부각되는 게 답답해 한숨만 쉬었다.
그 때 페이스북에서 의경 출신임을 밝힌 지하철 노동조합원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스멀스멀 솟아올랐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 그에게 어렵게 연락을 시도했다. 근무교대시간이 잘 맞지 않아 늦은 저녁에, 근무지 근처에서 그를 만났다.
"의경 출신이 봐도 정부의 원천봉쇄가 폭력의 발단"
-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교통공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박승석입니다. 나이는 39살이고요. 입사한 지는 5년 쯤 됐어요. 한 번씩 마음이 동하면 집회 같은 데 나가기도 하는 평범한 노조원입니다."
- 단도직입적으로 여쭤 볼게요. 지난 1차 민중총궐기에 대해 과잉진압이다, 불법시위다 말들이 많잖아요. 의경 출신 눈에는 이런 상황이 어떻게 보이나요? 시선이 남다를 것 같아요.
"제대한 지 오래되긴 했지만 여전히 그때 기억은 생생합니다. 이번에 일부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한 원인을 잘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만큼 살기 힘든 사람들의 절박한 마음이 정부에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정권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10만 명 이상이 모인다고 소문이 나니까 정권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아예 듣지 않겠다는 식으로 광화문을 원천봉쇄해 버렸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여기에 있다고 봐요. 만약 차벽으로 원천봉쇄하지 않았다면, 시위대는 밧줄이나 사다리 같은 것을 준비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영상에서 나오는 그런 장면들은 연출되지 않았을 겁니다.
예전에 최루탄이 없어지니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사라졌던 것과 같은 이치예요. 그 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시위대 폭력성이 문제 되는 경우가 확 줄었죠. 또 하나 원인이 있습니다. 정부가 보수단체들의 광화문 집회는 허용하면서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의 집회는 불허한 게 시위대를 자극한 것 같아요.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적용이 정권 입맛대로 고무줄이니 사람들이 흥분하는 것은 당연한 거죠. 못난 건 참아도 차별은 못 참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 결국 정권의 실정과 자의적 기준들, 과잉대응 때문에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고 보시는 거네요. 김영삼 정권 때 의경 생활을 하셨다던데 그 때는 좀 어땠나요?
"당시는 제가 수능에 실패하고 도피처를 찾을 때였어요. 군대나 다녀오자 마음먹었는데, 제일 빨리 갈 수 있는 곳이 의경이었어요. 김영삼 정권 중반에 들어가서 김대중 정권 초에 나왔죠. 저는 그때 잘 몰랐어요. 의경 가면 경찰들과 함께 방범이나 돌고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데모 막으러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이때는 정말 시위가 많았거든요.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몇 장면이 있습니다. 1996년에 김영삼 대통령 대선 자금 때문에 대학생들이 모여서 데모를 했어요. 연세대에서. 거기서 거의 한 달 정도 갇혀 고립됐죠. 그리고 1997년에는 한양대에서 또 한바탕 했고. 그 때는 정말 시위도 진압도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시위를 막으러 나가면 자연스럽게 시위대가 주장하는 걸 듣고 서 있게 되는데 그들이 하는 발언과 구호들이 정말 공감될 때가 참 많았어요. 농민이나 노조 시위에서 안타까운 사연들을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도 있었죠. 옆에 전우들을 보니 나처럼 훌쩍거리는 친구들도 꽤 있더라고요. 몸은 비록 여기에 있지만, 나도 거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명령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요. (시위대가) 빨갱이라고 교육은 받았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싹트기도 했어요."
- 아, 그 때는 '시위대는 빨갱이'라는 교육을 받았나 보군요?
"예, 처음에 가니 교육을 많이 하더라고요. 이적단체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단체고, 시위대는 북한에서 지령을 받아 하는 자들이라고. 그 당시 언론도 대부분 보수적이고 저도 어린 나이라 잘 모르니깐 처음엔 그 말을 당연히 믿었죠. 그리고 진압할 때마다 이들은 '적'을 이롭게 하는 '적'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자신의 폭력 진압을 합리화 시키는 거죠.
이번에 물대포에 백남기씨가 쓰러졌는데도 경찰이 계속 물대포를 쐈잖아요? 그를 구조하러간 사람도 쏘고, 또 다른 장소에서는 사람이 실려 가는 응급차 안으로까지 쐈다고 하던데 이것은 실수가 절대 아닐 겁니다. 정확히 조준해서 쏜 거라고 봐요. 왜 그랬느냐? 시위대에 대한 적개심 때문이죠. 진압부대는 시위대를 '국민'이 아니라 '적'으로 봤을 겁니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을 거예요. 최근 시위대를 향해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정신교육을 강화했을 텐데, 그 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불통정권 만나서 지탄받아, 불쌍한 후배들"
- 어린 나이에 적개심을 부추기는 교육을 통해 국민을 적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발상이 너무 충격적이네요. 현재도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집니다. 지금도 집회 나가면 의경들을 마주하게 될 텐데 보면 좀 어떤가요?
"후배니깐 참 안쓰럽죠. 다들 농민, 노동자의 자식들인데 불통 정권을 만나서 불의한 공권력으로 지탄받는 신세니, 기구하다는 생각도 들고. 근데 의경들이 참 불쌍한 게 진압작전을 하다가 밀리면 추가로 훈련을 받아야 해요. 무슨 얼차려 같은. 의경들은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방범근무도 서는데 '훈련'을 안 하면 그나마 좀 쉴 수 있는데, '훈련'을 하게 되면 잠을 거의 못자고 또 투입돼야 하거든요. 그래서 버스에 기대 잠도 자고 그랬어요.
잠은 계속 오고, 훈련도 계속 하니, 비몽사몽간에 또 시위대에 밀리고, 그럼 중대 분위기 또 안 좋아지고, 진압 가서는 뒤에서 고참들이 하이바 때리면서 정신 차려라 욕하고. 악순환이었죠. 그러니깐 일단 안 밀리려고 살벌하게 발악을 하게 되는데, 이게 과잉진압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다 사고가 터지기도 하는 거죠."
- 이야기를 듣다보니 과잉진압으로 귀결되는 이유가 좀 명확해지는 거 같습니다. 참 씁쓸한데 말이죠.
"시위와 진압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싸움으로 빠져듭니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짙어지는 거 같은데, 사실 그런 논란보다는 왜 13만 명이나 되는 노동자, 농민, 빈민들이 정권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화가 나는 것은 그 이유가 주류 언론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안보법 법제화를 반대하는 시위에 10만 명이나 모였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걸 봤는데, 이번에 우리나라에서는 13만 명이 모였어요. 근데 MBC나 KBS는 당일 백남기 농민 소식을 주요하게 보도하지 않았더라고요.
이건 의경 출신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 화가 났어요. 그러면서 일부 시위대들의 폭력성만 부각하고 있으니 참 안타깝죠. 시위대든 의경이든 많이 모여서 서로 충돌하다 보면 과열되고 상호폭력이 일어나게 되어 있어요. 정말 전체 집회 기조와 상관없이 별거 아닌 일이 번져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렇다고 일부의 충돌을 두고 집회 전체가 폭력집회였다고 말하긴 어려운 일이잖아요? 의경 출신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치 하나 났다고 백발 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쓴 걸 우연히 봤는데 공감이 갔어요."
-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가 예정돼 있는데요, 이에 관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저는 많은 시민들이 민중총궐기에서 주장하는 바에 대해 공감하실 거라 믿어요. 쉬운 해고 못하게 하자, 비정규직 줄여나가자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은 1% 특권층을 빼고는 없을 거니까요.
그렇다 보니 2차 총궐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과도하게 나서고 있고 계속 이슈화가 되는 거겠죠. 정부는 탄압만 하려고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경청하고 수렴해야 합니다. 백남기 농민과 가족에게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약속도 해야죠. 좀 상식적이고 당당한 정부를 원합니다. 언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이 사람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 많이 할애하면 좋겠고, 경찰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적용해야 하겠죠. 근데 이야기하다보니 지금 정권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네요."
-혹시 이번 2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하실 건지요?
"근무시간을 조정해서라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불법시위 엄단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던데, 국민의 목소리가 불법이 되면 국민을 품은 정권 자체가 불법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총궐기 당시 물대포를 맞은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자 새누리당은 책임을 시위대에 전가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경찰이 시민에 총 쏴도 정당', '농민중태, 물대포 아닌 시위대 때문'이라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집회의 불법, 폭력성을 부각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당사자인 경찰은 사과 한마디 없이 민주노총 위원장을 검거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과연 당시 집회가 이전에 비해 폭력적이었을까. 실제 의경 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13만 명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사라지고, 폭력시위 프레임만 부각되는 게 답답해 한숨만 쉬었다.
그 때 페이스북에서 의경 출신임을 밝힌 지하철 노동조합원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스멀스멀 솟아올랐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 그에게 어렵게 연락을 시도했다. 근무교대시간이 잘 맞지 않아 늦은 저녁에, 근무지 근처에서 그를 만났다.
"의경 출신이 봐도 정부의 원천봉쇄가 폭력의 발단"
▲ 의경 출신 지하철노조원 박승석씨. | |
ⓒ 김지희 |
-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교통공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박승석입니다. 나이는 39살이고요. 입사한 지는 5년 쯤 됐어요. 한 번씩 마음이 동하면 집회 같은 데 나가기도 하는 평범한 노조원입니다."
- 단도직입적으로 여쭤 볼게요. 지난 1차 민중총궐기에 대해 과잉진압이다, 불법시위다 말들이 많잖아요. 의경 출신 눈에는 이런 상황이 어떻게 보이나요? 시선이 남다를 것 같아요.
"제대한 지 오래되긴 했지만 여전히 그때 기억은 생생합니다. 이번에 일부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한 원인을 잘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만큼 살기 힘든 사람들의 절박한 마음이 정부에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정권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10만 명 이상이 모인다고 소문이 나니까 정권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아예 듣지 않겠다는 식으로 광화문을 원천봉쇄해 버렸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여기에 있다고 봐요. 만약 차벽으로 원천봉쇄하지 않았다면, 시위대는 밧줄이나 사다리 같은 것을 준비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영상에서 나오는 그런 장면들은 연출되지 않았을 겁니다.
예전에 최루탄이 없어지니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사라졌던 것과 같은 이치예요. 그 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시위대 폭력성이 문제 되는 경우가 확 줄었죠. 또 하나 원인이 있습니다. 정부가 보수단체들의 광화문 집회는 허용하면서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의 집회는 불허한 게 시위대를 자극한 것 같아요.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적용이 정권 입맛대로 고무줄이니 사람들이 흥분하는 것은 당연한 거죠. 못난 건 참아도 차별은 못 참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 결국 정권의 실정과 자의적 기준들, 과잉대응 때문에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고 보시는 거네요. 김영삼 정권 때 의경 생활을 하셨다던데 그 때는 좀 어땠나요?
"당시는 제가 수능에 실패하고 도피처를 찾을 때였어요. 군대나 다녀오자 마음먹었는데, 제일 빨리 갈 수 있는 곳이 의경이었어요. 김영삼 정권 중반에 들어가서 김대중 정권 초에 나왔죠. 저는 그때 잘 몰랐어요. 의경 가면 경찰들과 함께 방범이나 돌고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데모 막으러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이때는 정말 시위가 많았거든요.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몇 장면이 있습니다. 1996년에 김영삼 대통령 대선 자금 때문에 대학생들이 모여서 데모를 했어요. 연세대에서. 거기서 거의 한 달 정도 갇혀 고립됐죠. 그리고 1997년에는 한양대에서 또 한바탕 했고. 그 때는 정말 시위도 진압도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시위를 막으러 나가면 자연스럽게 시위대가 주장하는 걸 듣고 서 있게 되는데 그들이 하는 발언과 구호들이 정말 공감될 때가 참 많았어요. 농민이나 노조 시위에서 안타까운 사연들을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도 있었죠. 옆에 전우들을 보니 나처럼 훌쩍거리는 친구들도 꽤 있더라고요. 몸은 비록 여기에 있지만, 나도 거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명령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요. (시위대가) 빨갱이라고 교육은 받았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싹트기도 했어요."
- 아, 그 때는 '시위대는 빨갱이'라는 교육을 받았나 보군요?
"예, 처음에 가니 교육을 많이 하더라고요. 이적단체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단체고, 시위대는 북한에서 지령을 받아 하는 자들이라고. 그 당시 언론도 대부분 보수적이고 저도 어린 나이라 잘 모르니깐 처음엔 그 말을 당연히 믿었죠. 그리고 진압할 때마다 이들은 '적'을 이롭게 하는 '적'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자신의 폭력 진압을 합리화 시키는 거죠.
이번에 물대포에 백남기씨가 쓰러졌는데도 경찰이 계속 물대포를 쐈잖아요? 그를 구조하러간 사람도 쏘고, 또 다른 장소에서는 사람이 실려 가는 응급차 안으로까지 쐈다고 하던데 이것은 실수가 절대 아닐 겁니다. 정확히 조준해서 쏜 거라고 봐요. 왜 그랬느냐? 시위대에 대한 적개심 때문이죠. 진압부대는 시위대를 '국민'이 아니라 '적'으로 봤을 겁니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을 거예요. 최근 시위대를 향해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정신교육을 강화했을 텐데, 그 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불통정권 만나서 지탄받아, 불쌍한 후배들"
▲ 청와대 가는길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11월 14일 오후 청와대로 향하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주위에 경찰들이 겹겹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있다. | |
ⓒ 권우성 |
- 어린 나이에 적개심을 부추기는 교육을 통해 국민을 적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발상이 너무 충격적이네요. 현재도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집니다. 지금도 집회 나가면 의경들을 마주하게 될 텐데 보면 좀 어떤가요?
"후배니깐 참 안쓰럽죠. 다들 농민, 노동자의 자식들인데 불통 정권을 만나서 불의한 공권력으로 지탄받는 신세니, 기구하다는 생각도 들고. 근데 의경들이 참 불쌍한 게 진압작전을 하다가 밀리면 추가로 훈련을 받아야 해요. 무슨 얼차려 같은. 의경들은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방범근무도 서는데 '훈련'을 안 하면 그나마 좀 쉴 수 있는데, '훈련'을 하게 되면 잠을 거의 못자고 또 투입돼야 하거든요. 그래서 버스에 기대 잠도 자고 그랬어요.
잠은 계속 오고, 훈련도 계속 하니, 비몽사몽간에 또 시위대에 밀리고, 그럼 중대 분위기 또 안 좋아지고, 진압 가서는 뒤에서 고참들이 하이바 때리면서 정신 차려라 욕하고. 악순환이었죠. 그러니깐 일단 안 밀리려고 살벌하게 발악을 하게 되는데, 이게 과잉진압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다 사고가 터지기도 하는 거죠."
- 이야기를 듣다보니 과잉진압으로 귀결되는 이유가 좀 명확해지는 거 같습니다. 참 씁쓸한데 말이죠.
"시위와 진압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싸움으로 빠져듭니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짙어지는 거 같은데, 사실 그런 논란보다는 왜 13만 명이나 되는 노동자, 농민, 빈민들이 정권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화가 나는 것은 그 이유가 주류 언론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안보법 법제화를 반대하는 시위에 10만 명이나 모였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걸 봤는데, 이번에 우리나라에서는 13만 명이 모였어요. 근데 MBC나 KBS는 당일 백남기 농민 소식을 주요하게 보도하지 않았더라고요.
이건 의경 출신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 화가 났어요. 그러면서 일부 시위대들의 폭력성만 부각하고 있으니 참 안타깝죠. 시위대든 의경이든 많이 모여서 서로 충돌하다 보면 과열되고 상호폭력이 일어나게 되어 있어요. 정말 전체 집회 기조와 상관없이 별거 아닌 일이 번져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렇다고 일부의 충돌을 두고 집회 전체가 폭력집회였다고 말하긴 어려운 일이잖아요? 의경 출신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치 하나 났다고 백발 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쓴 걸 우연히 봤는데 공감이 갔어요."
-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가 예정돼 있는데요, 이에 관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저는 많은 시민들이 민중총궐기에서 주장하는 바에 대해 공감하실 거라 믿어요. 쉬운 해고 못하게 하자, 비정규직 줄여나가자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은 1% 특권층을 빼고는 없을 거니까요.
그렇다 보니 2차 총궐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과도하게 나서고 있고 계속 이슈화가 되는 거겠죠. 정부는 탄압만 하려고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경청하고 수렴해야 합니다. 백남기 농민과 가족에게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약속도 해야죠. 좀 상식적이고 당당한 정부를 원합니다. 언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이 사람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 많이 할애하면 좋겠고, 경찰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적용해야 하겠죠. 근데 이야기하다보니 지금 정권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네요."
-혹시 이번 2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하실 건지요?
"근무시간을 조정해서라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불법시위 엄단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던데, 국민의 목소리가 불법이 되면 국민을 품은 정권 자체가 불법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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