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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pril 18, 2016

'호남 개새끼론'은 틀렸다 [取중眞담] 야권 내 균형 만든 호남이 원하는 건 '강한 대선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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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대 총선이 끝나자 '호남 개새끼론'이 등장했다.

일부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지지자들이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표심을 몰아준 호남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호남에서 더민주가 승리했다면 정국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으리란 논리다. 과연 그럴까.

국민의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몇 가지 이슈를 선점했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통과, 국정교과서 철회,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추진 등이 그것이다. 총선 바로 다음 날부터 이 같은 방침을 내세운 국민의당은 누구보다 빨랐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때문에 호남표가 얼마나 소중한 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본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국민의당이 선점한 이슈만 놓고 보면, 호남 시민 대다수가 반길 내용이다.

만약 더민주가 호남 의석까지 독식했다면? 나는 지금 국민의당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더민주에게 호남표는 국민의당 만큼 소중하지 않았다. 더민주에게 호남표는 '먹고 들어가는' 상수였다.

반면 국민의당에게 호남표는 목숨줄이었고, 특히 이러한 전폭적인 지지는 예상을 뛰어넘는 변수였다. 물론 이번 총선 결과, 국민의당은 '호남 자민련'이 되지 않았다. 정당투표를 보면 국민의당은 전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럼에도 현재 국민의당의 거점이 호남임은 부정할 수 없다.

아무튼 국민의당이 이렇게 이슈를 선점해 나가는데, 더민주라고 가만히 있을까? 그렇진 못할 거다. 이제 더민주에게 호남표는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됐다. 더민주가 호남표 소중한 걸 '피부로' 느끼게 된 거다. 이제 더민주도 세월호, 국정교과서 등의 이슈에 달려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필연이든, 우연이든 호남 표심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국정교과서가 철회되는 것은 호남을 '개새끼'라고 칭하는 그 누군가도 원하는 결과 아닌가.

'국민의당 몰표' 호남, 총선 후 첫 여론조사는?

이번 총선 때, 호남은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줬다. 국민의당은 아주 큰 당근을 얻었고, 더민주는 아주 센 채찍을 얻어맞았다. 그렇다면 호남이 '친'국민의당이 된 걸까? 오늘(18일) 나온 리얼미터 여론조사, 그러니까 총선 이후 첫 정례조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호남 지지율을 보면 더민주는 대폭 상승(9.3%포인트)해 33.9%를 기록했고, 국민의당은 큰 변화 없이 44.4%를 유지했다(전국 지지율 : 더민주 30.4%, 국민의당 23.9%). 양 당은 호남에서 오차범위(±8.9%포인트) 내 지지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호남에서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대선 지지율 또한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7.6%포인트 급등해 23.5%를 기록, 소폭 하락(1.7%포인트)해 26.7%를 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지지율에 바짝 따라붙었다(전국 지지율, 문재인 : 24.7%, 안철수 : 18.9%). 총선 결과, 다소 운신의 폭이 좁아진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좋은 명분이 생긴 셈이다.

굉장히 독특한 현상이다. 며칠 전, 국민의당에 몰표를 줬던 호남 민심이 총선 직후 여론조사를 통해 더민주에 힘을 실어 균형을 이룬 모양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우리가 잘못하면 언제든 호남 민심이 돌아설 수 있겠구나'라는 채찍처럼, 더민주 입장에선 '우리가 완전히 호남 민심을 잃은 건 아니구나'라는 당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총선 결과와 정반대다. 이래도 호남이 '문재인을 죽인 개새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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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해 주민의 기념촬영 요구에 응하고 있다. [독자 윤근우씨 제공]
ⓒ 연합뉴스

대선은 여야 일대일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개새끼'가 된 호남 시민들은 아마 내년 대선 때 '호남 개새끼론'을 주창한 그 누군가와 같은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이다. 호남 시민들 입장에선,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때문에 호남은 조금이라도 덜 슬프기 위해, '내가 찍은 놈이 꼭 당선되길' 겁나게 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대선에 나설 선수가 누구보다 강해지길 바라는 것이다.

대선을 코 앞에 둔 상황이라면 뭉치는 게 강해지는 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견제와 균형 속에서 개인 훈련도 하고, 피 튀기며 스파링도 해봐야 실력이 는다. 호남은 총선 표심으로 야권 전체의 균형을 맞췄고, 이후 첫 여론조사로 호남에서의 균형을 맞췄다. 더민주도 국민의당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국민의당도 호남 표심을 믿고 마냥 뻐길 수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양 당 모두 호남 없이 대선을 치를 순 없다.

단순히 탄탄대로를 걷는다고 해서 힘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총선을 전후로 문 전 대표와 안 공동대표는 더 강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총선 직후의 대선 구도도 '문·안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관련기사 : 총선 한 방에 바뀌었다, 대선 양강구도로 재편). 대선을 앞두고 어떤 조화를 이룰 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어쨌든 야권 총량의 힘이 강해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총선 직후인 14~15일 유·무선전화면접 및 ARS 조사를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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