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은 4·13 총선 과정에서 오만과 독선, 희박한 윤리의식 때문에 자주 비판을 받은 사실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민주가 원내 제1당이 된 ‘기적’이 온전히 자신의 공이라고 착각한 탓인지, 그는 ‘더불어’ 나가야 할 ‘민주당’을 자기 혼자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듯한 언행을 거듭하고 있다.
만약 그가 주도한 더민주 비대위가 논문 표절을 두 번이나 한 박경미를 비례대표 1번에 배정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김종인이 ‘셀프 공천’으로 2번을 차지한 것을 깨끗이 취소하고 백의종군했다면, 호남에서 그렇게 치욕적인 참패를 당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런데 그는 수도권의 압승과 부산·경남의 약진, 대구의 교두보 확보가 마치 그 혼자서 세운 공인 것처럼, 도대체 겸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화자찬을 계속하고 있다.
김종인은 자신의 이런 행태가 당의 이미지에 치명적 손실을 끼친다는 점은 도외시한 채 오히려 더민주 전체에 대해 근거 없는 ‘경고’를 보냈다. 그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선자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더민주가 종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 유권자들이 냉혹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종전의 모습’은 갈등과 분열을 일삼던 일부 ‘탈당자들’의 해당행위를 가리키는가, 아니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자신이 그런 문제들을 해결했으니 앞으로는 ‘믿고 따르라’는 훈시일까?
▲ 4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당선자 대회에 참석한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금 더민주 안에서는 차기 당 대표로 김종인을 ‘합의 추대’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김종인의 최근 발언은 갈팡질팡이다.
그는 지난 15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원 이름도 모르고, 조직이나 계파와 관계없는 사람이 무슨 대표 경선을 나가느냐?”
김종인이 당 대표가 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그 말을 해석한 이들도 있었겠지만, 며칠 뒤에 나온 그의 발언은 전혀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당내에서 그를 대표로 ‘합의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반대하는 데 대해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나는 내 길을 갈 테니 쓸데없는 말을 말아야 한다.”
김종인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다. 기자가 “문재인 전 대표가 삼고초려 할 때 비례대표 2번으로 모시고 싶다고 했고,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 달라고 했다는데”라고 묻자 “뭐 그건 실제로 나하고 그렇게 얘기했다”고 대답한 것이다.
문재인과 김종인이 그런 ‘밀약’을 했다면 그것은 당헌과 당규를 철저히 무시한 짓이다. 도대체 당 대표인 문재인이 개인적으로 후임자를 ‘모시면서’ 그런 약속을 할 권한을 누구한테서 위임받았다는 말인가? 당 최고의결기구의 합의가 아니라면 그런 약속을 할 수는 없다. 김종인을 임시방편으로 당 대표로 영입했다면 마땅히 다음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통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 김종인이 정식으로 당 대표 직을 맡고 싶다면 출마를 해서 당선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의 ‘김종인 합의추대론’에 대한 반대가 마치 부당한 것처럼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종인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2016년의 이 시기는 1970년대에 박정희가 ‘종신 총통’처럼 군림하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무너뜨린 민주질서를 제1야당인 더민주가 회복하려면 그 당 안에서 먼저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만 76세인 김종인이 고령이라서 당 대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는 ‘노인’이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은 인물이 당을 독재적으로 이끌려고 한다면 ‘노추’와 ‘과욕’이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김종인이 당 대표 직을 계속 수행할 뜻을 굳혔다면 오는 7월의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고, 만약 패배하면 비례대표 국회의원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당원들이 그 자리마저 사퇴하라고는 하지 않을 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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