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토요판] 특집
도올의 야권 정치인 직설
도올의 야권 정치인 직설
도올 김용옥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다 야권의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개인적 평가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를 두고는 <노자>에 나오는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라는 말부터 꺼냈다. “깊이 새겼으면 해. ‘공을 이뤘으면, 그 공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야. 내가 그 사람하고 일면식도 없지만, 그 양반이 공성이불거를 해야 한다는 거다. 거대한 공을 이뤄놓고 그 공 속에 틀어앉으면 그게 당을 죽이는 거야.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자리를 물러나라는 말이 아니다. 사심을 버리고 새로운 세력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김종인 대표를 향한 ‘주문’으로 이어졌다. “파인 플레이가 가능한 무대를 만들어라. 새로운 정치 세대가 뛰놀 수 있는 무대 말이야. 예를 들면 박원순 같은 사람. 중국 공산당의 승진 제도인 적우제(積優制)처럼 실적 있는 곳에 승진이 있게 해야지. 충남의 안희정, 인천의 송영길도 있고. 아 참, 김부겸과 김영춘이 돌아왔지. 다들 위대한 승리의 인물들이다.”
김종인에겐 ‘공성이불거’ 주문
“문재인, 타이밍 정확하게 몰라”
“손학규, 큰 꿈 가지지 않아야”
‘호남 승리’ 안철수엔 박한 평가
-김종인 대표가 마음을 비우고 연출하면 불사의 신이 된다?
“아무렴. 일개 영웅들의 싸움에서 벗어나 역사 속에 길이 남을 대정치가가 되는 거지.”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떤가?
“인간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순결한 사람이야. 근데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타이밍을 정확하게 몰라. 그 점이 애처롭지. 아무튼 이런 인물들이 사심 없이 공성이불거의 자세로 경선하게 해야 해. 오만을 버리고 아집을 버린 그런 자세가 정말 중요해요. 그리스 신화를 보면 제우스 같은 신은 영원불사이고, 반신반인의 영웅들은 결국 죽어요. 이게 신화 구도인데 현실도 똑같아. 영웅들이 오만의 덫을 피해 멋진 정치쇼를 하게 하는 거야. 그렇게 뽑힌 후보는 천하무적이 되는 거고.”
-말 나온 김에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해서 한마디 한다면?
“손학규는 자기는 은퇴라고 하지만 지금 토굴 속에 앉아 있는 것, 그것도 전라도 토굴에 앉아 있는 것은 그 자체가 정치 행위잖아? 그러니까 김종인이 선거 막판에 도와달라고 콜한 거고. 그런데 손학규가 이걸 안 받았어. 만약 손학규가 막판에 나섰다면, 이번 선거 승리의 공은 오로지 손학규에게 돌아갔을지도 몰라. 손학규 자신으로서는 당권은 물론이고 단숨에 대권후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어. 카이로스(그리스어로 때 또는 타이밍)를 또 놓친 거지. 손학규 그 사람은 계속 그래 왔어. 그는 누구보다 상식적이고 훌륭해. 대인이야. 그런데 결정적 순간에 가면 결정을 못 해요. 친구로서 말하는데 손학규 스토리는 슬퍼. ‘이츠 어 새드 스토리 애즈 어 프렌드’.”
-손학규에게 대권의 꿈은 신기루란 뜻?
“더 이상 큰 꿈은 가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 가지면 안 돼. 손학규는 대정치가로서 무엇인가 진실로 역사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보이지 않는 숨은 역할을 찾아야 한다. 전라도 토굴에 앉아서 국민의당에 붙어 장난치면 역사의 죄인이 되고, 자신도 불행해진다. 아집과 사욕으로 역사의 퇴물이 된 자가 얼마나 많은가. 자기가 대권후보로 나서는 건 아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당을 다 올바르게 견인할 수 있는 어떠한 이념적인 밑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그런 거대한 자이언트로서 자기 롤을 해야 한다.”
이번 총선 결과 총평에서 잘 드러났듯이, 도올은 야권 주자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유독 박한 평가를 내린 편이다. “호남인들이 여기서 현명한 판단을 못하면 5·18 정신은 완전히 퇴색하고 말 것이다. 호남은 너무 작은 지역주의, 소패권주의에 사로잡혀 있어. 자기개선을 할 능력을 상실한 채 단지 안철수를 업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전라도 사람이라면 난 노생큐다.”
이인우 <서울&> 콘텐츠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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