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27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김정효 기자 hypod@hani.co.kr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13년 전 그의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2004년 10월27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헌재가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특별법에 관습헌법 논리를 들이대며 위헌 결정을 내린 뒤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 이유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결론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승복 의사를 밝혔지만 26일 국무회의에서는 불만도 드러냈다. “국회의 헌법상 권능이 손상됐고 정치지도자와 정치권 전체가 신뢰에 타격을 받았다. 앞으로 국회의 입법권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정질서의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다음날 예정돼 있었던 한나라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노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더 강경한 방향으로 수정됐다고 한다. 박근혜 대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으로 규정하며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해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5월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을 때 공정한 재판이라고 칭송하신 것은 무엇이냐. 이제 와서 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무엇이냐”고도 했다.
다음은 박근혜 당시 대표 연설 동영상
먼저 정부 여당은 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더 이상의 논쟁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입니다.
누구보다도 헌법을 존중해야 할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으로 국회의 헌법상 권능이 손상되었다. 앞으로 국회의 입법권이 헌재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정 질서의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신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께 묻겠습니다.
국회의 헌법상 권능을 그토록 존중한다면 지난 3월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 직을 수행하고 계신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5월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을 때 공정한 재판이라고 칭송하신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제 와서 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해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결정 뒤에도 서울 삼성동 집 개보수를 이유로 청와대 사저에 기거하고 있다. 그가 청와대를 떠날 때 13년 전 연설 내용처럼 헌재의 파면 결정에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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