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모 총경, 대법 형 확정으로 옷 벗어
"집회대응 어려워질 것" vs "공권력집행 신중해야"
"집회대응 어려워질 것" vs "공권력집행 신중해야"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집회·시위 진압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경찰 현장 지휘관이 법원의 유죄 판결로 옷을 벗게 되면서 경찰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앞으로 폭력·과격행위 등 긴박한 집회상황에 대응하기 어렵게 됐다는 고민과 함께 공권력 집행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이 확정된 총경 류모씨(51)가 지난 9일자로 당연퇴직했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퇴직해야 한다.
경기지방청 전투경찰대 중대장(당시 경감)이었던 류씨는 2009년 6월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점거농성하던 노조조합원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권 변호사는 당시 경찰에게 노조원의 체포사유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고, 전경 대원들의 방패를 잡아 흔들며 항의했다. 결국 노조원에 대한 접견을 요구하며 경찰차량으로 다가서다가 체포됐다.
류씨는 이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체포 혐의로 기소됐고,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인신구속에 신중해야 할 경찰관이 위법 절차에 항의하는 변호사의 접견 요구를 묵살하고 체포해 변호인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 역시 권 변호사의 행위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정당한 권리행사일 뿐 공무집행방해로 볼 수 없다"고 지난 9일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의 공무집행, 특히 집회 대응의 위법 행위가 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아 옷을 벋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내부에선 이번 판결로 긴박한 시위현장에서 현장 지휘관들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관 A씨는 "집회가 폭력사태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엄정하게 법적 절차와 형식을 준수하기 힘들 때가 있다"며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가 어려워질 것이다. 류씨에 대한 개인적인 안타까움도 크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의 집회대응이 과거와 달라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보듯 평화로운 시위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2009년 사건으로 1·2심을 거치는 동안 시위 진압방식이 상당히 바뀌었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준수해 엄격히 현장을 대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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