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지난 3월 26일 대전현충원에 참배하러 온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안 후보의 방문을 위해 묘역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다는 논란과 관련, 지난 9일 국민의당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렸던 천안함 희생자 고 박석원 상사의 유가족들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VIP 안철수 의원이 곧 묘역을 방문할 예정이니 묘역을 비워 달라'고 했다"라고 반박했다.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들은 "'묘역을 비워 달라'는 요구를 공손하게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충원에 참배하러 온 유가족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라며 "(이번 사건으로) 안 후보가 국민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꼬집었다.
[페이스북 글] "VIP께서 오시니 묘역에서 나가 달라" 요구
이번 사건은 고 박석원 상사의 유가족 중 한 명인 황아무개씨가 <오마이뉴스> 사진부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사격 자세 취하는 안철수' 사진에 댓글을 달면서 밖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고 박석원 상사 작은어머니의 오빠로, 작은아버지인 박아무개씨와는 매제 사이다.
황씨는 이 댓글에서 "지난 3월 26일, 대전 현충원에서 매제의 가족을 비롯한 다른 유가족들이 참배중일 때 현충원 관계자들이 나타나서 VIP께서 오시니 유가족들에게 모두 묘역에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황당하고 화가 난 매제는 '유가족들이 우선이지 무슨 VIP타령이냐'며 항의하고 계속 묘역에 머물렀다"라며 "잠시 후에는 어떤 미상의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서는 재차 VIP께서 오시니 유가족들에게 묘역에서 나가 달라는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라고 전했다.
이어 황씨는 "그 과정에서 미상의 여성 관계자분들 두 명이 현재 대학생인 여자 조카를 밀치는 등 신체 접촉도 있었다"라며 "그런 우왕좌왕하는 소동이 있는 후에 VIP라고 나타난 분이 바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였고, (묘역에서 나가 달라고 요구한) 미상의 관계자분들은 국민의당 관계자들이었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황씨가 페이스북 댓글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처음에는 대전현충원 관계자들이 고 박석원 상사 유가족들에게 와서 "VIP가 오시니까 묘역에서 나가 달라"라고 요구했고, 유가족들이 그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묘역에 계속 머물러 있자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와서 다시 "VIP가 오시니까 묘역에서 나가 달라"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그 "VIP"는 안철후 후보였다는 것이다.
황씨는 대전현충원과 국민의당이 안 후보의 천안한 묘역 방문을 위해 유가족을 사실상 내쫓았다고 봤다. 황씨는 "천안함 희생자들의 묘역은 당신에게는 홍보의 장이 되겠지만 가족들에게는 생떼 같은 자식들이, 남편이, 오빠가, 조카가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묻혀 있는 서럽고도 아픈 장소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황씨의 조카인 박아무개씨는 3월 26일 오후 4시 37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안함 묘역에 보여주기식 참배하러 와놓고선 유족보고 VIP 온다고 나가 있으라니, 이딴 사람을 누가 뽑나, 어이가 없네"라는 글을 남겼다. 한 페이스북 친구가 "헐 개 웃기네, 장난하나"라는 댓글을 남기자 박씨는 "국민의당 의원 할머니 둘이 나 밀쳤어, 넘어질 뻔(했어)"라고 답글을 달았다.
[국민의당 반박] "가짜뉴스... 형사고발 등 모든 수단 동원"
황씨가 '문재인 캠프', '모두의 문재인', '유권소' 등의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고,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천안함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을 들어 안철수 후보자 지지자들은 "문재인 지지자들이 만든 가짜뉴스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황씨가 올린 페이스북 글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지난 9일 김철근(현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 안철수 국민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철수 후보측이 현충원 참배객을 내쫓았다는 뉴스는 '가짜뉴스'다"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현재 A씨(황씨를 가리킴-기자주)는 페이스북 댓글을 삭제하고, 계정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하지만 A씨의 댓글은 캡처 형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무차별 유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안철수 캠프는 형사고발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할 것이다"라며 "가짜뉴스를 팩트 확인 없이 인용보도하는 것도 선거보도 공정성에 위배되는 것이니 언론도 근거없는 가짜뉴스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라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에서 <오마이뉴스> 사진부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긴 사람을 "익명의 A씨"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황씨는 익명이 아닌 당시 '황◯◯'이라는 본명으로 댓글을 달았다.
[작은아버지 박◯◯] "현충원, 안철수쪽 모두 'VIP 오니까 묘역 비워 달라 요구"
국민의당이 "형사고발"을 운운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인 황씨와 박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관련 글까지 삭제하면서 사건은 '가짜뉴스'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황씨와 작은아버지인 박아무개씨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가짜뉴스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먼저 고 박석원 상사의 작은아버지 박아무개씨. 박씨는 "국민의당 의원 할머니 둘이 나 밀쳤어, 넘어질 뻔(했어)"라는 글을 남긴 박씨의 부친이자 황씨의 매제이다. 박씨는 지난 3월 26일 딸, 딸의 남자친구와 함께 대전현충원 천안함 희생자 묘역을 찾았다.
박씨는 "제복을 입은 현충원 직원이 먼저 'VIP 오시니까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라며 "거북하지 않게 얘기했지만 유가족들에게 비켜 달라고 얘기한 것 자체가 기분이 안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들이 뭔데 유가족에게 비켜 달라고 하나? 이것은 남의 상가집에 와서 유가족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는 것이나 같다"라고 꼬집었다.
"현충원 직원이 '묘역을 비켜 달라'고 했나? 아니면 '묘역을 나가 달라'고 했나?"라는 기자의 확인 질문에 황씨는 "'묘역을 비워 달라'고 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현충원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떼던데 대전쪽에서 온 기자들도 몇 명 있었고, 참배하러 온 다른 유가족들도 있었으니까 내가 얘기하지 않더라도 그 분들을 통해 나중에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씨는 "(현충원 직원이 가고) 이번에는 국민의당 관계자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VIP 안철수 의원이 오시니까 묘역을 비워 달라'고 했다"라며 "이들이 주위를 정리하고, 사람들도 정리하는 등 설레발을 쳤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사람들은 '묘역에서 나가 달라'고 얘기했나, 아니면 '묘역을 비워 달라'고 얘기했나?"라는 기자의 확인 질문에 "내가 듣기로는 'VIP가 오니까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라고 답변했다.
박씨는 "그 묘역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 나가고 없었다"라며 "(현충원이나 국민의당쪽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안 들었으면 유가족들이 그렇게 빠져 나가겠나? 유가족들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비우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아"
또한 박씨는 국민의당 의원으로 보이는 인사들이 자신의 딸을 밀쳤다는 논란과 관련해 "사촌형제들끼리 박석원 상사 묘비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딸이 다시 묘역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국민의당 소속) 여성 의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딸을 밀친 뒤에 한마디 말도 없이, 늦었다는 듯이 안 의원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세게 밀쳤든 살짝 밀쳤든 부딪치고 했으면 한마디 해야 하는데 그냥 쓱 지나가더라"라며 "딸이 밀침을 당하는 끝부분이 핸드폰에 찍혀 있다"라고 전했다.
박씨는 "공손하게 얘기했든 안 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자기 이미지를 위해 현충원에 와서 참배하는 유가족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현충원에 와서 사진을 찍는 것보다 유가족을 만나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위로하는 모습이 안 후보에게 좋은 것 아닌가?"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 후보가 국민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기적", "가식적" 등 자극적인 단어까지 사용하며 당시 상황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초 공개 황◯◯] "천안함 유가족 전화번호도 몰랐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을 처음 알렸던 황아무개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댓글을 삭제하고 계정을 폐쇄한 이유를 설명했다.
황씨는 "지난주 일요일(4월 9일) 새벽 4시, 5시쯤에 조카가 울면서 나에게 전화했다"라며 "내가 쓴 페이스북 글이 기사로 나오면서 자기 이름과 학교는 물론이고 남자 친구와 내 신상까지 털렸다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황씨는 "내가 쓴 페이스북이 팩트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악의없이 신상을 공개한 경우도 있었지만 나도 많이 놀랐다"라며 "조카가 울면서 얘기해왔고, 다른 페이스북 친구들도 신상이 털릴 것 같아 페이스북 글을 지울 수밖에 없었고, 페이스북 계정도 비활성화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황씨는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4월 9일) 국민의당에서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면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얘기했다, 거기서 완전히 뚜껑이 열렸다"라며 "나도 기분이 굉장히 나빴고, 매제도 격앙됐다, 조카도 말할 것 없었다"라고 전했다.
황씨는 "실명이 다 나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어느 천안함 희생자 가족인지를 다 알 수 있었고, 게다가 박석원 상사 아버지가 얼마 전까지 유족회 회장을 지냈지 않나?"라며 "전화번호를 확인해서 사실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확인하지 않고 후보에게 무조건 불리하니까 먼저 상대방을 매도해버렸다"라고 비판했다.
황씨는 "(내가 올린 글이 가짜뉴스라면) 국민의당이 형사고발하면 되지 않느냐?"라며 "그런데 안 하는 걸 보면 국민의당이 자신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현충원] "연락처 확보 못해"-"그날 근무한 직원 없었다"
김철근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페이스북에 그것을 게재한 분들을 추적했는데 계정이 폐쇄되어서 연락처를 확보할 수 없었다"라며 "저희가 직접 통화해본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유가족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해 제대로 된 사실확인에 나서지 못했다는 해명이다.
김 대변인은 "그날 오후 4시, 4시 반, 5시에 각각 안희정 후보, 안철수 후보, 문재인 후보가 현충원 묘역에 왔다"라며 "그때 영상을 보면 안 대표가 왔을 때는 사람들(유가족)이 다 주변에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대전현충원의 한 관계자도 "그날 안 후보가 갑자기 현충원에 왔다"라며 "사전에 미리 연락하고 오면 일부 직원들도 참배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겠지만 그날(3월 26일은 일요일)은 (관사에서 생활 중인) 현충원장님만 계시고 근무한 직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말이라면) 당직 근무자라도 있었던 것 아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당직 근무자는 있었지만 사무실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안 후보가 대전현충원을 방문한 날(3월 26일)은 천안함 희생자 7주기였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하지만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렸던 천안함 희생자 고 박석원 상사의 유가족들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VIP 안철수 의원이 곧 묘역을 방문할 예정이니 묘역을 비워 달라'고 했다"라고 반박했다.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들은 "'묘역을 비워 달라'는 요구를 공손하게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충원에 참배하러 온 유가족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라며 "(이번 사건으로) 안 후보가 국민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꼬집었다.
[페이스북 글] "VIP께서 오시니 묘역에서 나가 달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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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희생자 고 박석원 상사 유가족인 황아무개씨가 지난 9일 <오마이뉴스> 사진부 페이스북 계정에 남긴 글 ⓒ 페이스북 캡쳐
이번 사건은 고 박석원 상사의 유가족 중 한 명인 황아무개씨가 <오마이뉴스> 사진부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사격 자세 취하는 안철수' 사진에 댓글을 달면서 밖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고 박석원 상사 작은어머니의 오빠로, 작은아버지인 박아무개씨와는 매제 사이다.
황씨는 "황당하고 화가 난 매제는 '유가족들이 우선이지 무슨 VIP타령이냐'며 항의하고 계속 묘역에 머물렀다"라며 "잠시 후에는 어떤 미상의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서는 재차 VIP께서 오시니 유가족들에게 묘역에서 나가 달라는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라고 전했다.
이어 황씨는 "그 과정에서 미상의 여성 관계자분들 두 명이 현재 대학생인 여자 조카를 밀치는 등 신체 접촉도 있었다"라며 "그런 우왕좌왕하는 소동이 있는 후에 VIP라고 나타난 분이 바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였고, (묘역에서 나가 달라고 요구한) 미상의 관계자분들은 국민의당 관계자들이었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황씨가 페이스북 댓글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처음에는 대전현충원 관계자들이 고 박석원 상사 유가족들에게 와서 "VIP가 오시니까 묘역에서 나가 달라"라고 요구했고, 유가족들이 그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묘역에 계속 머물러 있자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와서 다시 "VIP가 오시니까 묘역에서 나가 달라"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그 "VIP"는 안철후 후보였다는 것이다.
황씨는 대전현충원과 국민의당이 안 후보의 천안한 묘역 방문을 위해 유가족을 사실상 내쫓았다고 봤다. 황씨는 "천안함 희생자들의 묘역은 당신에게는 홍보의 장이 되겠지만 가족들에게는 생떼 같은 자식들이, 남편이, 오빠가, 조카가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묻혀 있는 서럽고도 아픈 장소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황씨의 조카인 박아무개씨는 3월 26일 오후 4시 37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안함 묘역에 보여주기식 참배하러 와놓고선 유족보고 VIP 온다고 나가 있으라니, 이딴 사람을 누가 뽑나, 어이가 없네"라는 글을 남겼다. 한 페이스북 친구가 "헐 개 웃기네, 장난하나"라는 댓글을 남기자 박씨는 "국민의당 의원 할머니 둘이 나 밀쳤어, 넘어질 뻔(했어)"라고 답글을 달았다.
[국민의당 반박] "가짜뉴스... 형사고발 등 모든 수단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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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측은 지난 9일 대전 현충원에서 천안함 희생 장병 유가족을 내쫓았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따로 논평을 내고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지었다. 또 형사고발 등의 후속조치 가능성도 언급했다. ⓒ 안철수 대선후보 블로그 캡쳐
황씨가 '문재인 캠프', '모두의 문재인', '유권소' 등의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고,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천안함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을 들어 안철수 후보자 지지자들은 "문재인 지지자들이 만든 가짜뉴스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황씨가 올린 페이스북 글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지난 9일 김철근(현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 안철수 국민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철수 후보측이 현충원 참배객을 내쫓았다는 뉴스는 '가짜뉴스'다"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현재 A씨(황씨를 가리킴-기자주)는 페이스북 댓글을 삭제하고, 계정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하지만 A씨의 댓글은 캡처 형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무차별 유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안철수 캠프는 형사고발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할 것이다"라며 "가짜뉴스를 팩트 확인 없이 인용보도하는 것도 선거보도 공정성에 위배되는 것이니 언론도 근거없는 가짜뉴스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라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에서 <오마이뉴스> 사진부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긴 사람을 "익명의 A씨"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황씨는 익명이 아닌 당시 '황◯◯'이라는 본명으로 댓글을 달았다.
[작은아버지 박◯◯] "현충원, 안철수쪽 모두 'VIP 오니까 묘역 비워 달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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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당 지도부가 지난 3월 26일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고 한주호 준위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당이 "형사고발"을 운운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인 황씨와 박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관련 글까지 삭제하면서 사건은 '가짜뉴스'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황씨와 작은아버지인 박아무개씨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가짜뉴스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먼저 고 박석원 상사의 작은아버지 박아무개씨. 박씨는 "국민의당 의원 할머니 둘이 나 밀쳤어, 넘어질 뻔(했어)"라는 글을 남긴 박씨의 부친이자 황씨의 매제이다. 박씨는 지난 3월 26일 딸, 딸의 남자친구와 함께 대전현충원 천안함 희생자 묘역을 찾았다.
박씨는 "제복을 입은 현충원 직원이 먼저 'VIP 오시니까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라며 "거북하지 않게 얘기했지만 유가족들에게 비켜 달라고 얘기한 것 자체가 기분이 안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들이 뭔데 유가족에게 비켜 달라고 하나? 이것은 남의 상가집에 와서 유가족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는 것이나 같다"라고 꼬집었다.
"현충원 직원이 '묘역을 비켜 달라'고 했나? 아니면 '묘역을 나가 달라'고 했나?"라는 기자의 확인 질문에 황씨는 "'묘역을 비워 달라'고 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현충원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떼던데 대전쪽에서 온 기자들도 몇 명 있었고, 참배하러 온 다른 유가족들도 있었으니까 내가 얘기하지 않더라도 그 분들을 통해 나중에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씨는 "(현충원 직원이 가고) 이번에는 국민의당 관계자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VIP 안철수 의원이 오시니까 묘역을 비워 달라'고 했다"라며 "이들이 주위를 정리하고, 사람들도 정리하는 등 설레발을 쳤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사람들은 '묘역에서 나가 달라'고 얘기했나, 아니면 '묘역을 비워 달라'고 얘기했나?"라는 기자의 확인 질문에 "내가 듣기로는 'VIP가 오니까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라고 답변했다.
박씨는 "그 묘역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 나가고 없었다"라며 "(현충원이나 국민의당쪽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안 들었으면 유가족들이 그렇게 빠져 나가겠나? 유가족들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비우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아"
또한 박씨는 국민의당 의원으로 보이는 인사들이 자신의 딸을 밀쳤다는 논란과 관련해 "사촌형제들끼리 박석원 상사 묘비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딸이 다시 묘역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국민의당 소속) 여성 의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딸을 밀친 뒤에 한마디 말도 없이, 늦었다는 듯이 안 의원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세게 밀쳤든 살짝 밀쳤든 부딪치고 했으면 한마디 해야 하는데 그냥 쓱 지나가더라"라며 "딸이 밀침을 당하는 끝부분이 핸드폰에 찍혀 있다"라고 전했다.
박씨는 "공손하게 얘기했든 안 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자기 이미지를 위해 현충원에 와서 참배하는 유가족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현충원에 와서 사진을 찍는 것보다 유가족을 만나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위로하는 모습이 안 후보에게 좋은 것 아닌가?"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 후보가 국민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기적", "가식적" 등 자극적인 단어까지 사용하며 당시 상황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초 공개 황◯◯] "천안함 유가족 전화번호도 몰랐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을 처음 알렸던 황아무개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댓글을 삭제하고 계정을 폐쇄한 이유를 설명했다.
황씨는 "지난주 일요일(4월 9일) 새벽 4시, 5시쯤에 조카가 울면서 나에게 전화했다"라며 "내가 쓴 페이스북 글이 기사로 나오면서 자기 이름과 학교는 물론이고 남자 친구와 내 신상까지 털렸다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황씨는 "내가 쓴 페이스북이 팩트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악의없이 신상을 공개한 경우도 있었지만 나도 많이 놀랐다"라며 "조카가 울면서 얘기해왔고, 다른 페이스북 친구들도 신상이 털릴 것 같아 페이스북 글을 지울 수밖에 없었고, 페이스북 계정도 비활성화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황씨는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4월 9일) 국민의당에서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면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얘기했다, 거기서 완전히 뚜껑이 열렸다"라며 "나도 기분이 굉장히 나빴고, 매제도 격앙됐다, 조카도 말할 것 없었다"라고 전했다.
황씨는 "실명이 다 나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어느 천안함 희생자 가족인지를 다 알 수 있었고, 게다가 박석원 상사 아버지가 얼마 전까지 유족회 회장을 지냈지 않나?"라며 "전화번호를 확인해서 사실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확인하지 않고 후보에게 무조건 불리하니까 먼저 상대방을 매도해버렸다"라고 비판했다.
황씨는 "(내가 올린 글이 가짜뉴스라면) 국민의당이 형사고발하면 되지 않느냐?"라며 "그런데 안 하는 걸 보면 국민의당이 자신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현충원] "연락처 확보 못해"-"그날 근무한 직원 없었다"
김철근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페이스북에 그것을 게재한 분들을 추적했는데 계정이 폐쇄되어서 연락처를 확보할 수 없었다"라며 "저희가 직접 통화해본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유가족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해 제대로 된 사실확인에 나서지 못했다는 해명이다.
김 대변인은 "그날 오후 4시, 4시 반, 5시에 각각 안희정 후보, 안철수 후보, 문재인 후보가 현충원 묘역에 왔다"라며 "그때 영상을 보면 안 대표가 왔을 때는 사람들(유가족)이 다 주변에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대전현충원의 한 관계자도 "그날 안 후보가 갑자기 현충원에 왔다"라며 "사전에 미리 연락하고 오면 일부 직원들도 참배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겠지만 그날(3월 26일은 일요일)은 (관사에서 생활 중인) 현충원장님만 계시고 근무한 직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말이라면) 당직 근무자라도 있었던 것 아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당직 근무자는 있었지만 사무실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안 후보가 대전현충원을 방문한 날(3월 26일)은 천안함 희생자 7주기였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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