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조준희 YTN 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 전 사장은 금융인 출신이라서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최순실 라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던 사람이었다. 언론계에서는 언론개혁의 신호탄으로 봤다.
그리고 KBS와 MBC 노조에서 사장과 이사진의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KBS는 양대 노조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장 퇴진 방법을 듣고자 성재호 언론노조 KBS 본부(이하 KBS 새노조) 위원장을 지난 7일 KBS 새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성재호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 이영광 기자
- 최근 KBS가 신뢰도나 영향력에서 종편인 JTBC에 밀리는 것으로 나옵니다. 공영방송 노동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것 같은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과거에도 MBC, SBS와 비교하는 부분도 있었고 최근 들어와서는 종편인 JTBC와 공영방송이 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와요. 사실 그렇죠. 그러나 이것에 대해 우리가 위기감이니 경각심 문제의 수준이 아니고 공영 방송이 워낙 무너지다 보니 자괴감이 드는 거죠.
일단 저희 뉴스를 보기가 쉽지 않아요. 제가 잘 아는 동료들이 국민에게 전한다는 뉴스를 보면 ‘저 친구들이 저것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훨씬 잘할 수 있는 데 왜 저렇게 밖에 못할까’라는 안타까움이 앞서기 때문에 뉴스를 보기 힘듭니다. 그런 것들은 시청자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죠. 내부에 있는 사람조차도 우리 뉴스가 보기 어려운데 어떻겠어요? 저희는 공영방송 언론 노동자로서 해야 할 분명한 역할이 분명히 있습니다. 정권이 아닌 주인인 국민을 바라보면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는 그걸 공익이라고 얘기하죠.
공익을 위해서 공영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가장 균형감 있는 뉴스와 보도 그 다음 공익적이고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수많은 방송 평가지수, 지표에서 나오고 있어요. 이른바 방통위가 외부에서 실시하는 KI 지수라든지 이른바 시청자 평가지수죠. 다른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오고 있죠.”
“언론장악방지법, 1년 되도록 심사조차 안해…국회 직무유기, 민주주의 훼손”
- MBC는 거의 비제작부서로 발령 난 반면 KBS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그럴까요?
“MBC 현재 상황을 뭐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단순히 일할 만한 사람들이 MBC는 다 비제작부서로 발령 났고 KBS는 제작부서에 그대로 있는 게 문제의 본질은 아닙니다. MBC도 여전히 수많은 조합원이 제작부서에서 일하고 계세요. KBS도 마찬가지죠. 그건 정도의 차이지 MBC와 KBS를 이런 방식의 대비로 바라본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조합원들을 모두 제작 부서로 복귀시키면 다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다만, 저희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분명히 많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잘 못 느끼실 수 있겠지만 지난 9년간 나름 꾸준히 많은 내부적인 저항과 싸움을 해오고 있죠. 얼마 전에도 저희가 부당한 취재와 제작에 대한 지시를 거부한 것이 정당함을 사법부에서 인정받았단 말이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경우 과거에는 이른바 데스크라는 윗 선배가 야단치거나 윽박지르고 끝났어요.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은 이럴 경우 징계나 인사조치 등 실체적인 보복과 불이익이 다반사로 벌어진 거예요. 이번에도 그랬잖아요. 판결문에도 나왔다시피 정당한 사유로 부당한 취재 지시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 징계까지 갔단 말이죠. 그런 상황 속에서 싸우는 거예요.
일반적인 회사에서 직장 상사가 ‘~일을 하십시오’라고 지시를 했을 때 못한다고 하기 쉽지 않아요. 언론인이고 방송사니까 그렇게 하는 게 맞죠. 그런 부분이 많았죠. 지역으로 전출당하고, 대전으로, 강원으로 쫓겨나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저희가 싸우는 건 분명한데 여전히 현실을 바꿔내기엔 부족하죠. 좀 더 조직화된 힘으로 싸워야 해요.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저희가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에서 유일하게 공정방송 투쟁의 결과로 사장을 쫓아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안 바뀌었습니다. 왜 안 바뀔까요? 내부 구성원의 노력이나 싸움이 부족한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보다 KBS를 주무르는 더 큰 힘과 배경, 바로 정권과 이를 가능케 하는 잘못된 공영방송 지배 구조가 있기 때문이죠. 이것을 바꿔놓지 않으면 언제든지 문제는 재발하죠.”
- 그래서 이른바 언론장악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죠.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작금의 공영방송 문제는 단순히 내부 구성원들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내부 구성원 스스로 온전히 다 바꿀 순 없고 국민이 모두 나서서 함께 해주셔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부분입니다.
정치 권력에 있어서 언론사를 소유하고 좌지우지하려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늘 언론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유혹에 놓여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더 시스템과 법률, 규정으로서 방송의 독립과 제작의 자율성 보장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이른바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 세력들이 너무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왜냐, 그들 자신이 스스로 매우 비정상임을 알 거예요. 그래서 그들이 죽고자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근데 이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해요.
▲ 2016년 1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석에 언론장악방지법 법안심사를 촉구하는 피켓이 붙어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물론 방송법 개정을 비롯한 언론장악 방지법의 통과가 이명박근혜 시대의 부역자나 대리인들을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는 첫걸음이 되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단순히 지배 구조 체제의 개선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는 이른바 제작과 취재를 하는 기자와 PD들 등 언론 실무자들이 본인의 정당한 신념, 도덕적 신념, 양심에 따라서 하는 것, 이건 그냥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양심과 건전한 신념에 반하지 하고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권리와 환경을 만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마치 기자와 PD 멋대로 만든다는 우려가 있는데 결국 실무자는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 아이템에 있어서 책임자들과 타협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라는 게 있잖아요. 그 선을 넘어서까지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야 하고 편파방송에 가담하는 일이 없도록 막아주는 일을 하는 거죠. 그래서 국회에서 논의가 당장 시작돼야 해요.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 아닌가요? 계류된 법안을 심사하라고 있는데 지난해 7월에 발의된 법이 1년이 다 돼가도록 심사조차 안 하는 건 명백한 직무유기고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 행위입니다. 적어도 심사는 해보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논의를 통해 수정 보완해서 입법도록 하면 됩니다. 그런데 심사와 논의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건 방송의 자유, 언론의 독립 특히 공영방송이 제대로 된 목소리로 오직 국민만을 위해 일하는 걸 일부 정치집단이 두려워하여 끊임없는 방해와 훼방을 놓아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 정권 교체가 되었어도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는 것 같은데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영방송사 이사들의 수를 여·야 비슷하게 만들고 중요 사안은 특별 다수제로 여야 추천 이사들이 협의와 논의를 통해서 안건을 처리하도록 하자는 건 얼마나 이상적인 안 입니까. 그런데 곧 야당이 될 자유한국당이 왜 이 법안을 거부했을까요?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자신들이 임명한, 박근혜 정권이 내려보낸 언론장악의 대리인들이 쫓겨나는 게 너무 두려운 거예요. 정권이 바뀌었어도 그들만 바라보고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전형적인 자기네 사사로운 이익과 진영논리에 휩싸여서 미래 발전적인 관점에서 언론과 공영방송이 나아가야 함에도 계속 발목을 잡는 거죠. 하지만 이런 상황도 불과 몇 개월 늦어도 내년이면 끝납니다. 저는 자유한국당이 아직도 꿈속에서 헤매고 아직도 자기들을 여당으로 생각하고 방송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그들이 반대하는 강한 이유는 이른바 방송사나 언론사가 기자와 PD들이 자율적으로 양심과 신념에 따라서 보도, 제작, 방송하는 것이 두려운 겁니다. 일반적인 국민의 상식적인 생각과 판단이 공영방송사에 기자나 PD들을 통해 고스란히 반영되어 우리 정치와 사회를 비판할 수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런 비판과 문제 제기가 일상화되는 언론구조가 저자들은 힘든 거예요. 왜냐면 본인들이 계속 비판의 대상에 올라갈 것을 알거든요.”
- MBC에서 해직된 이용마 기자는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야 사장을 뽑을 수 있다. 야당이나 여당 어느 한쪽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사장을 뽑을 수 없다”면서 “그걸 고리 삼아 또 다른 거래가 이뤄질 우려도 있고 여야 양쪽 지지를 받는 사람이 사장이 된다면 그는 아마 중립을 가장한 기회주의자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것을 저희도 들어요.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만 볼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른바 여야 추천이사들이 가능하면 합의를 통해 사장을 선임하는 게 이상적이고 맞다고 봅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최선이라 말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시기에 있어서 차선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방송 개혁을 시급히 실시해야 하는 데 이른바 개혁적 성향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는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선임 과정에서 좀 더 민주적인 절차, 가령 사장 추천 위원회라는 것을 통해 보완해 나간다면 나아질 것이고 이런 구조 속에서 뽑힌 사장이야말로 더욱더 힘을 가지고 방송 개혁을 위해 더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영‧이인호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퇴진 관철…시간‧시기만 남은 문제”
- 지난달 19일 조준희 YTN 사장이 사퇴해 언론개혁의 신호탄이란 의견이 있었어요. 조 사장의 사퇴 어떻게 보셨어요?
“조금은 놀랐어요. 이렇게 빨리 사퇴할지는 몰랐거든요. 애초부터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다고 생각해요. 비전문가였고 YTN의 해묵은 숙제들을 제대로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었죠. 하지만 나가기 전에 보도국장 임명 동의제를 노사가 합의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해줄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럽기도 합니다. 우린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이 이제 바뀌었으니 나가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대는 게 아닙니다. 본인들에게 퇴진 압력이 왜 들어오는지, 그리고 과연 누구로부터 퇴진 요구가 오는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해 달라는 거예요. 과거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 요구는 청와대를 차지한 정권에서 나온 거잖아요. 여기에 KBS 내의 한 자리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부화뇌동하며 퇴진이 강제적이고 불법적으로 이뤄졌죠. 그러나 지금의 퇴진 요구는 질적으로 다른 겁니다. 우리 공영방송 내부 구성원 전체가 한목소리로 KBS와 우리 사회, 국민을 위해서 나가달라는 거예요. 또 절대다수의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론 조사 결과가 이를 말합니다. 그런 질적인 차이가 과거 정연주 사장 때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부분들을 YTN 조 사장은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KBS나 MBC같이 공영방송 사장들은 못 들은체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건 국민적, 역사적 요구입니다.”
▲ 조준희 전 YTN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 지난 9년 언론 장악 출발 중 하나는 정연주 KBS 사장의 강제 해임이었잖아요. 그때의 상처가 아직도 구성원에게는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그렇죠. 지난 9년 정권의 방송장악을 돌이켜 볼 때 KBS 구성원들에게 있어서 정 사장의 강제 해임은 정연주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측면보다는 KBS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독립성의 문제를 정권이 경찰이라는 공권력, 이른바 군홧발을 동원해서 사원들의 반대요구를 짓밟고,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게 아주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진행됐죠.
당시 화면을 유튜브에서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 직원들이 정말 처절하게 싸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였거든요. 공영방송사에 경찰들이 아무런 허락 없이 마구잡이로 들어와 사장을 끌어내는 일처럼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게 어디 있나요? 이건 제3세계 민주주의가 아직 정립되지 않은 나라에서도 이런일은 쉽게 일어나기 어려워요.
보통 이명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을 얘기하고 언론장악의 시작과 출발점을 얘기할 때 일반적으로 YTN 사태를 그 출발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근데 당시 이명박 정권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건 KBS였어요. 시기적으로 돌이켜보면 KBS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작업이 들어옵니다. 먼저 KBS 이사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나게 하고 이어서 과거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신태섭 이사를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 방통위가 해임합니다. 그게 2008년 상반기부터 8월까지 이어진 일입니다. 결국, 8월 8일 군홧발로 경찰이 사원들을 끌어내면서 이사회는 정 사장 해임을 강제로 통과시켰죠. 정권에게 가장 시급했던 건 KBS를 자기네 손아귀에 넣는 것이었어요. 매우 노골적이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방법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끔찍한 데 그들은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진행을 시켰단 말이죠.
그 이후 YTN에서 해직 사태가 벌어졌죠. 그 다음 MBC 사태가 진행됐는데 전 정연주 사장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공영방송사 사장의 임기보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지키려는데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어야 할 정권이 무력을 통해 강제적인 퇴진을 시키고 낙하산 사장으로 교체한 거죠. 이로써 KBS는 정권의 손아귀로 들어가 버린 거예요.
정 사장 시절 KBS는 가장 정권에 비판적이었어요. 참여정부 때도 그랬지만 MB 정권이 처음 조각을 할 때 저희가 무려 30꼭지가 넘는 검증 보도를 쏟아냅니다.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였던 최시중 씨가 탈영한 기록까지 찾아내 보도합니다. 전례가 없어요. MBC와 SBS는 비교적 조용히 있을 때예요. 저희는 방송으로 얘기했어요. 왜냐면 참여정부 내내 그렇게 해왔거든요. 이명박 정부라서 달라진 게 아니라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방식과 수단, 기준을 가지고 했는데 너무 하자들이 많았던 거죠. 그래서 2008년 8월이 그렇게 잔인했는지 모르겠어요. 2008년 8월은 정연주 사장이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KBS 전체가 지난 9년의 치욕, 억압, 방송 장악의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기 시작한 거죠.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퇴진을 위해 어떻게 투쟁할 생각이신가요?
“전 직원을 상대로 사장 퇴진과 이사진 퇴진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는 KBS 내부 구성원들이 이젠 더 이상 이렇게 KBS가 가선 안 되고 그동안 KBS를 대표해 온 사장과 이사회가 더 이상 KBS를 대표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떠나달라는 이 같은 전 직원의 목소리와 요구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아주 정중하지만, 매우 강력하게 전달할 거예요.
만일 그 사람들이 공영방송의 미래와 시청자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움직일 겁니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강력한 싸움을 전 국민과 함께 벌여 나갈 겁니다. 이번엔 지난 9년 동안 보지 못한 가장 강한 방식으로 싸울 거고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퇴진을 관철해 낼 겁니다. 이건 시간과 시기만이 남은 문제입니다.”
▲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좌)와 이인호 이사장 <사진제공=뉴시스>
- 극우 사이트인 일간 베스트(이하 일베) 회원 출신 기자가 비제작부서에 있다가 지난 3월 말 취재해서 리포트를 해서 논란이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일베 활동한 게 드러나면 평생 주홍글씨처럼 쫓아다니겠죠. 그러나 이 사람이 반성과 회개를 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저희는 이 친구가 KBS에 들어올 때 명백히 반대했고 그 친구의 잘못도 있지만, 회사가 이런 사람들을 왜 뽑아야 하는지 뽑는 의도가 뭔지에 대한 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 친구가 KBS에 들어온 지 3년이 다 돼가요. 지금 상황에서 그냥 자를 수 있는 방법은 쉽지 않아요. 어쨌든 KBS내에서 제대로 품고 가야 해요. 이건 앞으로 남은 과제죠. 다만 아직도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 없다는 거죠. 당사자는 물론 KBS도 해명은 있어야 해요. 물론 사과나 해명을 한다고 국민이 무조건 용인하는 건 아닐 겁니다. 지켜본다는 얘기죠.
핵심이 뭐냐면 이 사람을 채용해서 일을 시키는 행위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나 조사, 검증 없이 가는 상황에 문제가 있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재교육이 필요하든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 친구가 KBS의 정상적 일원으로 탈바꿈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져요.
근데 지금은 어려워요. 본인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해요. 본인이 깨닫지 못하면 몇 년 안에 불행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어요. 일베처럼 반민주적이고 반인륜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사과 없이는 KBS 구성원이 될 수 없어요. 이 친구가 티는 내지 않지만, 본인의 기본적인 성향이나 가치관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내부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에게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그럴 기회를 줬는데 못하면 책임을 물어야죠.”
- 지난 2일 대법원은 지난해 영화 <인천상륙작전> 홍보를 거부해 징계를 받은 기자 두 명의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했는데.
“이 부분은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언론 역사상 매우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이른바 부당하고 강압적인 취재 지시를 거부한 것을 징계하는 것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거죠. 즉 언론사라면 취재 지시의 정당성을 갖춰야 해요. 그리고 정당성을 갖춘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양심과 신념에 반한다면 그것에 반해서 제작을 강요할 수 없고, 거부하는 행위 또한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해준 매우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의 독자분들께서 많은 부분에 있어서 KBS 공영방송의 현 모습에 많이 실망하고 화가 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국민이 저희 내부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나 선거제도도 우리가 함께 우리 힘으로 만들어 나가잖아요. 공영방송도 우리가 스스로 수신료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고 국회의원 청문회를 거쳐 KBS 사장이 임명되죠.
그런데 공영방송이 뭘 잘못하면 ‘쟤네는 그렇지 JTBC 보면 되지’로 가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국민이 직접 통제하고 간섭하고 요구하고 개입할 수 있는 공영 미디어는 사라지거나 영향력이 없어져 유명무실해질 겁니다. 그럼 나중에 행여 지금 믿는 종편이 변하거나 민영언론이 이상하게 변했을 땐 어떤 수로 우리 언론 지형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공영방송 KBS는 당연히 국민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곳이며 그럴 권한이 국민과 시청자에게 있거든요. 부족하고 화나지만, 함께 올바른 공영방송을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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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발뉴스닷컴]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34
그리고 KBS와 MBC 노조에서 사장과 이사진의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KBS는 양대 노조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장 퇴진 방법을 듣고자 성재호 언론노조 KBS 본부(이하 KBS 새노조) 위원장을 지난 7일 KBS 새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성재호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 이영광 기자
- 최근 KBS가 신뢰도나 영향력에서 종편인 JTBC에 밀리는 것으로 나옵니다. 공영방송 노동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것 같은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과거에도 MBC, SBS와 비교하는 부분도 있었고 최근 들어와서는 종편인 JTBC와 공영방송이 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와요. 사실 그렇죠. 그러나 이것에 대해 우리가 위기감이니 경각심 문제의 수준이 아니고 공영 방송이 워낙 무너지다 보니 자괴감이 드는 거죠.
일단 저희 뉴스를 보기가 쉽지 않아요. 제가 잘 아는 동료들이 국민에게 전한다는 뉴스를 보면 ‘저 친구들이 저것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훨씬 잘할 수 있는 데 왜 저렇게 밖에 못할까’라는 안타까움이 앞서기 때문에 뉴스를 보기 힘듭니다. 그런 것들은 시청자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죠. 내부에 있는 사람조차도 우리 뉴스가 보기 어려운데 어떻겠어요? 저희는 공영방송 언론 노동자로서 해야 할 분명한 역할이 분명히 있습니다. 정권이 아닌 주인인 국민을 바라보면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는 그걸 공익이라고 얘기하죠.
공익을 위해서 공영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가장 균형감 있는 뉴스와 보도 그 다음 공익적이고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수많은 방송 평가지수, 지표에서 나오고 있어요. 이른바 방통위가 외부에서 실시하는 KI 지수라든지 이른바 시청자 평가지수죠. 다른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오고 있죠.”
“언론장악방지법, 1년 되도록 심사조차 안해…국회 직무유기, 민주주의 훼손”
- MBC는 거의 비제작부서로 발령 난 반면 KBS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그럴까요?
“MBC 현재 상황을 뭐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단순히 일할 만한 사람들이 MBC는 다 비제작부서로 발령 났고 KBS는 제작부서에 그대로 있는 게 문제의 본질은 아닙니다. MBC도 여전히 수많은 조합원이 제작부서에서 일하고 계세요. KBS도 마찬가지죠. 그건 정도의 차이지 MBC와 KBS를 이런 방식의 대비로 바라본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조합원들을 모두 제작 부서로 복귀시키면 다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다만, 저희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분명히 많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잘 못 느끼실 수 있겠지만 지난 9년간 나름 꾸준히 많은 내부적인 저항과 싸움을 해오고 있죠. 얼마 전에도 저희가 부당한 취재와 제작에 대한 지시를 거부한 것이 정당함을 사법부에서 인정받았단 말이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경우 과거에는 이른바 데스크라는 윗 선배가 야단치거나 윽박지르고 끝났어요.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은 이럴 경우 징계나 인사조치 등 실체적인 보복과 불이익이 다반사로 벌어진 거예요. 이번에도 그랬잖아요. 판결문에도 나왔다시피 정당한 사유로 부당한 취재 지시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 징계까지 갔단 말이죠. 그런 상황 속에서 싸우는 거예요.
일반적인 회사에서 직장 상사가 ‘~일을 하십시오’라고 지시를 했을 때 못한다고 하기 쉽지 않아요. 언론인이고 방송사니까 그렇게 하는 게 맞죠. 그런 부분이 많았죠. 지역으로 전출당하고, 대전으로, 강원으로 쫓겨나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저희가 싸우는 건 분명한데 여전히 현실을 바꿔내기엔 부족하죠. 좀 더 조직화된 힘으로 싸워야 해요.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저희가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에서 유일하게 공정방송 투쟁의 결과로 사장을 쫓아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안 바뀌었습니다. 왜 안 바뀔까요? 내부 구성원의 노력이나 싸움이 부족한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보다 KBS를 주무르는 더 큰 힘과 배경, 바로 정권과 이를 가능케 하는 잘못된 공영방송 지배 구조가 있기 때문이죠. 이것을 바꿔놓지 않으면 언제든지 문제는 재발하죠.”
- 그래서 이른바 언론장악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죠.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작금의 공영방송 문제는 단순히 내부 구성원들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내부 구성원 스스로 온전히 다 바꿀 순 없고 국민이 모두 나서서 함께 해주셔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부분입니다.
정치 권력에 있어서 언론사를 소유하고 좌지우지하려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늘 언론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유혹에 놓여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더 시스템과 법률, 규정으로서 방송의 독립과 제작의 자율성 보장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이른바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 세력들이 너무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왜냐, 그들 자신이 스스로 매우 비정상임을 알 거예요. 그래서 그들이 죽고자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근데 이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해요.
▲ 2016년 1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석에 언론장악방지법 법안심사를 촉구하는 피켓이 붙어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물론 방송법 개정을 비롯한 언론장악 방지법의 통과가 이명박근혜 시대의 부역자나 대리인들을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는 첫걸음이 되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단순히 지배 구조 체제의 개선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는 이른바 제작과 취재를 하는 기자와 PD들 등 언론 실무자들이 본인의 정당한 신념, 도덕적 신념, 양심에 따라서 하는 것, 이건 그냥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양심과 건전한 신념에 반하지 하고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권리와 환경을 만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마치 기자와 PD 멋대로 만든다는 우려가 있는데 결국 실무자는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 아이템에 있어서 책임자들과 타협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라는 게 있잖아요. 그 선을 넘어서까지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야 하고 편파방송에 가담하는 일이 없도록 막아주는 일을 하는 거죠. 그래서 국회에서 논의가 당장 시작돼야 해요.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 아닌가요? 계류된 법안을 심사하라고 있는데 지난해 7월에 발의된 법이 1년이 다 돼가도록 심사조차 안 하는 건 명백한 직무유기고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 행위입니다. 적어도 심사는 해보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논의를 통해 수정 보완해서 입법도록 하면 됩니다. 그런데 심사와 논의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건 방송의 자유, 언론의 독립 특히 공영방송이 제대로 된 목소리로 오직 국민만을 위해 일하는 걸 일부 정치집단이 두려워하여 끊임없는 방해와 훼방을 놓아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 정권 교체가 되었어도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는 것 같은데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영방송사 이사들의 수를 여·야 비슷하게 만들고 중요 사안은 특별 다수제로 여야 추천 이사들이 협의와 논의를 통해서 안건을 처리하도록 하자는 건 얼마나 이상적인 안 입니까. 그런데 곧 야당이 될 자유한국당이 왜 이 법안을 거부했을까요?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자신들이 임명한, 박근혜 정권이 내려보낸 언론장악의 대리인들이 쫓겨나는 게 너무 두려운 거예요. 정권이 바뀌었어도 그들만 바라보고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전형적인 자기네 사사로운 이익과 진영논리에 휩싸여서 미래 발전적인 관점에서 언론과 공영방송이 나아가야 함에도 계속 발목을 잡는 거죠. 하지만 이런 상황도 불과 몇 개월 늦어도 내년이면 끝납니다. 저는 자유한국당이 아직도 꿈속에서 헤매고 아직도 자기들을 여당으로 생각하고 방송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그들이 반대하는 강한 이유는 이른바 방송사나 언론사가 기자와 PD들이 자율적으로 양심과 신념에 따라서 보도, 제작, 방송하는 것이 두려운 겁니다. 일반적인 국민의 상식적인 생각과 판단이 공영방송사에 기자나 PD들을 통해 고스란히 반영되어 우리 정치와 사회를 비판할 수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런 비판과 문제 제기가 일상화되는 언론구조가 저자들은 힘든 거예요. 왜냐면 본인들이 계속 비판의 대상에 올라갈 것을 알거든요.”
- MBC에서 해직된 이용마 기자는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야 사장을 뽑을 수 있다. 야당이나 여당 어느 한쪽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사장을 뽑을 수 없다”면서 “그걸 고리 삼아 또 다른 거래가 이뤄질 우려도 있고 여야 양쪽 지지를 받는 사람이 사장이 된다면 그는 아마 중립을 가장한 기회주의자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것을 저희도 들어요.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만 볼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른바 여야 추천이사들이 가능하면 합의를 통해 사장을 선임하는 게 이상적이고 맞다고 봅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최선이라 말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시기에 있어서 차선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방송 개혁을 시급히 실시해야 하는 데 이른바 개혁적 성향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는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선임 과정에서 좀 더 민주적인 절차, 가령 사장 추천 위원회라는 것을 통해 보완해 나간다면 나아질 것이고 이런 구조 속에서 뽑힌 사장이야말로 더욱더 힘을 가지고 방송 개혁을 위해 더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영‧이인호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퇴진 관철…시간‧시기만 남은 문제”
- 지난달 19일 조준희 YTN 사장이 사퇴해 언론개혁의 신호탄이란 의견이 있었어요. 조 사장의 사퇴 어떻게 보셨어요?
“조금은 놀랐어요. 이렇게 빨리 사퇴할지는 몰랐거든요. 애초부터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다고 생각해요. 비전문가였고 YTN의 해묵은 숙제들을 제대로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었죠. 하지만 나가기 전에 보도국장 임명 동의제를 노사가 합의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해줄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럽기도 합니다. 우린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이 이제 바뀌었으니 나가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대는 게 아닙니다. 본인들에게 퇴진 압력이 왜 들어오는지, 그리고 과연 누구로부터 퇴진 요구가 오는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해 달라는 거예요. 과거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 요구는 청와대를 차지한 정권에서 나온 거잖아요. 여기에 KBS 내의 한 자리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부화뇌동하며 퇴진이 강제적이고 불법적으로 이뤄졌죠. 그러나 지금의 퇴진 요구는 질적으로 다른 겁니다. 우리 공영방송 내부 구성원 전체가 한목소리로 KBS와 우리 사회, 국민을 위해서 나가달라는 거예요. 또 절대다수의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론 조사 결과가 이를 말합니다. 그런 질적인 차이가 과거 정연주 사장 때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부분들을 YTN 조 사장은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KBS나 MBC같이 공영방송 사장들은 못 들은체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건 국민적, 역사적 요구입니다.”
▲ 조준희 전 YTN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 지난 9년 언론 장악 출발 중 하나는 정연주 KBS 사장의 강제 해임이었잖아요. 그때의 상처가 아직도 구성원에게는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그렇죠. 지난 9년 정권의 방송장악을 돌이켜 볼 때 KBS 구성원들에게 있어서 정 사장의 강제 해임은 정연주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측면보다는 KBS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독립성의 문제를 정권이 경찰이라는 공권력, 이른바 군홧발을 동원해서 사원들의 반대요구를 짓밟고,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게 아주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진행됐죠.
당시 화면을 유튜브에서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 직원들이 정말 처절하게 싸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였거든요. 공영방송사에 경찰들이 아무런 허락 없이 마구잡이로 들어와 사장을 끌어내는 일처럼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게 어디 있나요? 이건 제3세계 민주주의가 아직 정립되지 않은 나라에서도 이런일은 쉽게 일어나기 어려워요.
보통 이명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을 얘기하고 언론장악의 시작과 출발점을 얘기할 때 일반적으로 YTN 사태를 그 출발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근데 당시 이명박 정권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건 KBS였어요. 시기적으로 돌이켜보면 KBS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작업이 들어옵니다. 먼저 KBS 이사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나게 하고 이어서 과거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신태섭 이사를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 방통위가 해임합니다. 그게 2008년 상반기부터 8월까지 이어진 일입니다. 결국, 8월 8일 군홧발로 경찰이 사원들을 끌어내면서 이사회는 정 사장 해임을 강제로 통과시켰죠. 정권에게 가장 시급했던 건 KBS를 자기네 손아귀에 넣는 것이었어요. 매우 노골적이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방법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끔찍한 데 그들은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진행을 시켰단 말이죠.
그 이후 YTN에서 해직 사태가 벌어졌죠. 그 다음 MBC 사태가 진행됐는데 전 정연주 사장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공영방송사 사장의 임기보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지키려는데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어야 할 정권이 무력을 통해 강제적인 퇴진을 시키고 낙하산 사장으로 교체한 거죠. 이로써 KBS는 정권의 손아귀로 들어가 버린 거예요.
정 사장 시절 KBS는 가장 정권에 비판적이었어요. 참여정부 때도 그랬지만 MB 정권이 처음 조각을 할 때 저희가 무려 30꼭지가 넘는 검증 보도를 쏟아냅니다.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였던 최시중 씨가 탈영한 기록까지 찾아내 보도합니다. 전례가 없어요. MBC와 SBS는 비교적 조용히 있을 때예요. 저희는 방송으로 얘기했어요. 왜냐면 참여정부 내내 그렇게 해왔거든요. 이명박 정부라서 달라진 게 아니라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방식과 수단, 기준을 가지고 했는데 너무 하자들이 많았던 거죠. 그래서 2008년 8월이 그렇게 잔인했는지 모르겠어요. 2008년 8월은 정연주 사장이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KBS 전체가 지난 9년의 치욕, 억압, 방송 장악의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기 시작한 거죠.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퇴진을 위해 어떻게 투쟁할 생각이신가요?
“전 직원을 상대로 사장 퇴진과 이사진 퇴진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는 KBS 내부 구성원들이 이젠 더 이상 이렇게 KBS가 가선 안 되고 그동안 KBS를 대표해 온 사장과 이사회가 더 이상 KBS를 대표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떠나달라는 이 같은 전 직원의 목소리와 요구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아주 정중하지만, 매우 강력하게 전달할 거예요.
만일 그 사람들이 공영방송의 미래와 시청자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움직일 겁니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강력한 싸움을 전 국민과 함께 벌여 나갈 겁니다. 이번엔 지난 9년 동안 보지 못한 가장 강한 방식으로 싸울 거고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퇴진을 관철해 낼 겁니다. 이건 시간과 시기만이 남은 문제입니다.”
▲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좌)와 이인호 이사장 <사진제공=뉴시스>
- 극우 사이트인 일간 베스트(이하 일베) 회원 출신 기자가 비제작부서에 있다가 지난 3월 말 취재해서 리포트를 해서 논란이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일베 활동한 게 드러나면 평생 주홍글씨처럼 쫓아다니겠죠. 그러나 이 사람이 반성과 회개를 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저희는 이 친구가 KBS에 들어올 때 명백히 반대했고 그 친구의 잘못도 있지만, 회사가 이런 사람들을 왜 뽑아야 하는지 뽑는 의도가 뭔지에 대한 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 친구가 KBS에 들어온 지 3년이 다 돼가요. 지금 상황에서 그냥 자를 수 있는 방법은 쉽지 않아요. 어쨌든 KBS내에서 제대로 품고 가야 해요. 이건 앞으로 남은 과제죠. 다만 아직도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 없다는 거죠. 당사자는 물론 KBS도 해명은 있어야 해요. 물론 사과나 해명을 한다고 국민이 무조건 용인하는 건 아닐 겁니다. 지켜본다는 얘기죠.
핵심이 뭐냐면 이 사람을 채용해서 일을 시키는 행위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나 조사, 검증 없이 가는 상황에 문제가 있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재교육이 필요하든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 친구가 KBS의 정상적 일원으로 탈바꿈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져요.
근데 지금은 어려워요. 본인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해요. 본인이 깨닫지 못하면 몇 년 안에 불행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어요. 일베처럼 반민주적이고 반인륜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사과 없이는 KBS 구성원이 될 수 없어요. 이 친구가 티는 내지 않지만, 본인의 기본적인 성향이나 가치관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내부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에게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그럴 기회를 줬는데 못하면 책임을 물어야죠.”
- 지난 2일 대법원은 지난해 영화 <인천상륙작전> 홍보를 거부해 징계를 받은 기자 두 명의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했는데.
“이 부분은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언론 역사상 매우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이른바 부당하고 강압적인 취재 지시를 거부한 것을 징계하는 것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거죠. 즉 언론사라면 취재 지시의 정당성을 갖춰야 해요. 그리고 정당성을 갖춘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양심과 신념에 반한다면 그것에 반해서 제작을 강요할 수 없고, 거부하는 행위 또한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해준 매우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 마지막으로
“
그런데 공영방송이 뭘 잘못하면 ‘쟤네는 그렇지 JTBC 보면 되지’로 가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국민이 직접 통제하고 간섭하고 요구하고 개입할 수 있는 공영 미디어는 사라지거나 영향력이 없어져 유명무실해질 겁니다. 그럼 나중에 행여 지금 믿는 종편이 변하거나 민영언론이 이상하게 변했을 땐 어떤 수로 우리 언론 지형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공영방송 KBS는 당연히 국민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곳이며 그럴 권한이 국민과 시청자에게 있거든요. 부족하고 화나지만, 함께 올바른 공영방송을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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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발뉴스닷컴]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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