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주의 구호 “JEDEM DAS SEINE” 파업 인력 조롱… 미디어오늘 취재에 “곧바로 스팸등록했다” 문자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세월호 유족을 폄하하고 지역 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박상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사내 게시판에 ‘나치주의’를 연상시키는 문구를 게시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 부국장은 지난 28일 사내 게시판에 “JEDEM DAS SEINE”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문구는 나치가 2차 세계대전 중에 사용한 구호로 ‘각자 자기 방식대로’ 혹은 ‘자업자득’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문구는 독일 부헨발트 나치 강제수용소 입구에 붙어있던 것으로 지난 2015년 이 구호를 ‘타투’로 몸에 새긴 독일 정치인은 증오 조장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나치주의를 조장하는 인종 차별 구호다.
박 부국장은 이 글에서 MB 정부 초기의 광우병 파동을 언급하며 “미국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나서 죽는다는 괴담이 횡행했다”며 “당시 괴담유포에 앞장선 연예인이 최근엔 자신이 경영하는 레스토랑에 미국산 소고기 메뉴를 내놨다가 네티즌들의 거센 질타를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밝혔다.
박 부국장은 “미국산 소고기에 공포를 가졌던 당시와는 대조적으로 강남에 쉑쉑버거가 도입되자 사먹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며 “소고기와 관련된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동시에 헛웃음만 남는 기억들인데 최근에 또 거론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부국장은 MBC 카메라 기자들이 자신들을 4등급으로 분류했던 ‘MBC판 블랙리스트’에 반발하며 “우리는 등급을 나누는 소고기가 아니”라고 항의한 것과 MBC 기자협회가 “소고기 사줬는데 노조 가입해? 사회부 다시는 못 들어와”라는 제목의 특보를 통해 보도본부 간부 폭언을 폭로한 것도 비꼬았다.
박 부국장은 사내 게시글에서 “왜 하필이면 소고기일까? 이를테면 ‘양꼬치 사줬는데 노조 가입해?’라든지 ‘복지리 사줬는데 노조 가입해?’ ‘삼겹살 사줬는데 노조 가입해?’는 어색한가”라며 “소고기란 키워드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고 밝혔다.
MBC 사내에서는 박 부국장이 2008년 MB정부의 무분별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비판한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조롱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이보다 수위가 높은 박 부국장의 혐오 발언은 다음과 같다.
“이제 또 회사가 시끄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파업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을 하게 되는 상황, 독일 부헨발트(Buchenwald) 수용소에 붙어있다는 유명한 문구 ‘Jedem das seine’가 생각납니다. 투쟁이든 일이든 각자 운명처럼 맡겨진 몫을 하면 되겠지요. Jedem das seine!“
MBC의 한 PD는 “저 단어(‘Jedem das seine’) 의미를 알면 절대 사용할 수 없다”며 “MBC 보직 간부가 노골적으로 헤이트 스피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국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 죽음을 세월호 유족 책임으로 돌리는 리포트를 보도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과거 일베에 올라온 글을 MBC 사내 게시판에 올리고 이 사이트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를 뉴스 원고에 넣으려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친박집회에 참석해 이념 편향성을 보여준 바 있다.
MBC 기자협회가 지난 28일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박 부국장은 2014년 6월 서울 이태원 회식 자리에서 한 카메라기자에게 고향을 물었고 ‘순천’이라는 답을 듣자 “홍어였네”라고 발언했다.
MBC의 한 기자는 MBC 기자협회에 “박 부국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나와 부모님 고향을 물었고 서울이라고 답했더니 ‘너는 홍어 아니구나’라고 말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홍어’는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등에서 전라도 지역을 폄하할 때 쓰는 단어다.
그밖에도 박 부국장은 “영화판이 빨갛게 물들었다” “한국 영화는 다 없어져야 한다” “한국 같은 나라에 왜 영화가 필요한가” “한국 현대문학도 모두 쓰레기” “조선은 아주 미개한 나라였다” “‘일제강점기’는 좌파가 만들어 낸 표현이기 때문에 쓰면 안 된다” 등 편향 발언을 일삼았다.
게시글을 작성하게 된 배경과 각종 혐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30일 박 부국장에게 연락했지만 기자가 소속을 밝히자마자 끊었다. 박 부국장은 이후 기자에게 “(미디어오늘 기자 전화를) 안 받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스팸 등록 했어요. 수고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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