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the) 친절한 기자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정치검사’로 승승장구
정연주 전 KBS사장·MBC ‘PD수첩’ 무리하게 기소
MB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은 부실수사
국회의원 땐 ‘박근혜-최순실 국정조사’ 반대
청문회 나온 김기춘에게 ‘90도 인사’로도 유명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오른쪽).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0년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앞장 서 덮은 인물로 지목되면서 그의 이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검사’로 이름을 알렸고,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경북 영주·예천·문경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 자유한국당에 입성했다. (▶관련 기사: 안태근 성추행 사건 ‘왜 들쑤시냐’ 호통친 인물은 최교일 의원) <한겨레> 기사를 통해 최교일 의원의 이력을 정리했다.
■PD 수첩 제작진 무리하게 기소…결국 무죄
최교일 의원이 검사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이른바 ‘TKK’(대구경북·고려대) 라인의 핵심이기도 했다. 최 의원은 2008∼2009년, 정연주 전 KBS 사장과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이후 사정라인을 총동원하던 때이고, 최 의원이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재직하고 있을 때다. 그는 두 사건의 수사 실무를 지휘했다.
이날 발표 과정에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한 누리꾼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동영상 등을 “충격적 의혹이 제기됐다”며 소개했다. 이 누리꾼은 ‘북괴의 공작행위’라는 게시판에 피디수첩이 아레사 빈슨 어머니의 말과 의사 인터뷰 내용을 왜곡해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을 인간 광우병(vCJD)으로 바꿔놓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인데다, 한 누리꾼의 의혹제기 수준을 ‘충격적 의혹’이라고 언급한 것 자체가 검찰의 궁박한 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PD수첩 사건은 검찰의 패배로 끝났다. 2011년 9월 대법원은 “정책 결정에 관여한 공직자 개인의 명예훼손이라는 형태로 언론인을 처벌할 때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전 사장에 대한 기소도 마찬가지다. 2008년 8월 정연주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면서 최 의원은 “정씨의 혐의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후 그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4년 뒤인 2012년 1월, 정 전 사장의 무죄가 확정됐다. 최 의원은 침묵했다. 그는 이미 검사장에서 전체 검사의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뒤였다.
12일 정연주(66) 전 <한국방송>(KBS) 사장의 무죄가 확정됐다. 2008년 8월 한국방송에서 해임된 지 3년 반 만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그를 쫓아내는 데 앞장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무리하게 검찰권을 행사한 당시의 수사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나온다. (중략) 당시 수사 라인은 임채진 검찰총장과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현 서울중앙지검장), 박은석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현 대구지검 2차장), 이기옥 담당 검사(현 대검 범죄정보 연구관)였다. 정 전 사장은 이들을 거론하며 “적어도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이다. 저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략) 그러나 당시의 수사라인은 침묵을 지켰다. 최교일 지검장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김석재 서울중앙지검 총무부장이 전했다.
■MB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대통령이 부담스러워 기소 안해”
MB와 최 의원의 ‘끈끈한 관계’는 이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 때다. 검찰의 부실수사가 드러나 검찰 내부에서도 “감찰해야 할 사안”이라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사건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최교일 의원은 “대통령이 부담스러워 내곡동 기소 안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검찰이 관련자들을 제대로 조사조차 안했다는 부실수사 논란이 일자 특검이 출범했지만, 그는 “더 수사할 게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최교일(50) 서울중앙지검장은 8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내곡동 부지 788평 중 140평이 사저이고 648평이 경호동인데, 미래 개발이익을 감안해 경호동 부지 부담분을 높이고 사저 부담분을 낮췄다”고 말했다. 최 지검장은 “788평 가운데 사저와 경호동에 걸쳐있는 땅을 땅주인이 25억원에 달라고 했고 미래 개발이익을 감안해 사저 쪽 땅값을 낮추고 경호동 쪽 땅값을 올린 것”이라며 “이런 자세한 부분을 김인종 경호처장도 잘 몰랐고, (경호처가 사저 건립을 추진하면서 특채한) 김○○씨가 다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최 지검장은 이어 “형식적으로 보면 (김씨의 행위를) 배임으로 볼 수도 있다”며 “김씨를 기소하게 되면 배임에 따른 이익의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된다. 이걸 그렇게 하기가…”라고 말했다. 최 지검장은 ‘대통령 일가를 배임의 귀속자로 규정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기소를 안 한 걸로 보면 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이 배임죄를 적용하면 이 대통령 일가한테도 형사적 책임이 번질 수 있는 것을 우려해 실무자인 김씨도 기소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의 관련자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던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0월8일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이 특검 할 사안인가. 이미 팩트(사실관계)가 다 나와 있다. 더 수사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검찰이 자신있다며 내놓았던 사건의 얼개는 무참하게 부서져버렸다. 부실수사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검찰 내부에서도 “감찰을 해야 할 사안”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태원 SK 회장 ‘봐주기 구형’ 논란도
최 의원이 비단 정치권에만 관대했던 건 아니다. 그는 6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최태원 SK 회장 ‘봐주기 구형’ 논란에도 휘말렸다. 당시 수사팀의 의견은 ‘징역 7년’이었음에도 한상대 검찰총장이 ‘구형량 4년’을 요구하자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의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25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교일(50) 서울중앙지검장은 최 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앞둔 지난주 초 한 총장에게 수사팀의 구형 의견을 보고했다. 수사팀 의견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300억원 이상 횡령·배임 범죄 양형기준의 기본 형량(5~8년)의 중간인 징역 7년이었다. 대검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한 총장은 ‘구형량을 4년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했고, 한 총장의 발언에 최 지검장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최 회장에 대한 ‘봐주기 구형’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평검사들이 반발했다. 전국 검찰청에서 평검사회의가 시작됐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과 책임소재를 놓고 ‘떠넘기기’ 공방을 벌였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에스케이 수사팀이 낸 ‘징역 7년 구형’ 의견을 묵살한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 최종 결정권을 누가 행사했든 한 총장과 최 지검장이 ‘4년 구형’ 의견에 대해 ‘교감’한 점은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다만 구형량을 징역 4년으로 깎은 주체가 어느 쪽인지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모양새다. ‘4년 구형’이 떳떳했다면 누군가는 그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정당성에 대한 언급은 회피한 채 책임을 떠넘기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 사건을 책임지는 서울중앙지검장이나, ‘명분’이 아닌 ‘책임’ 문제로 다투는 상황이 실망스럽다. 수사검사들의 방패막이가 돼야 할 ‘큰집’(대검찰청을 일컫는 말)과 ‘작은집’(서울중앙지검을 일컫는 말) 주인이 저런 모습을 보이면 검사들이 누구를 믿고 수사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같은 해 12월 9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검찰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정치검사들을 그대로 두고 검찰 개혁을 얘기하는 건 무의미하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노환균 법무연수원장 등 검찰 수뇌부는 전면 퇴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력 앞에서 철저히 고개를 숙였던 덕일까. MB정권 시절, 검찰 내 ‘고려대 라인’으로 단단히 묶여있던 그의 ‘승승장구’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엔 온갖 중요한 사건이 몰려든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과 소신이 있어야 하지만, 최교일 지검장에겐 그게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고려대 2년 선배인 한상대 총장 앞에서 최 지검장은 한없이 작아졌다. 한 총장은 자신과 생각이 맞지 않으면 서슴없이 막말을 하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최 지검장은 매주 화요일 한 총장에게 주례보고를 하러 갔지만, 이 자리에서 수사 현장의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순치돼서 돌아온다”는 얘기가 많았다. 한 총장은 ‘만만한’ 최 지검장을 통로로 민간인 사찰 재수사나 내곡동 사건 수사를 맘대로 지휘했다. 한 총장 사퇴의 계기가 됐던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 ‘봐주기 구형’도 한 총장의 독선과 최 지검장의 무소신이 어우러진 ‘참사’였다. 검찰 관계자는 “한 총장은 자신이 직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는 이유로, 사실상 지검장 역할까지 다 하려고 했다. 최 지검장은 한 총장이 없는 상황에서는 지검장 일을 아주 잘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1년 11월 열린 국정감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답변하는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건희 삼성 회장, 서청원 의원 사면 적극 옹호
<한겨레>가 입수한 ‘2010년 8·15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그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재직할 때 이건희 삼성 회장과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 노건평씨 등의 사면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흔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8·15 특별사면에 대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에서 서청원(사진) 새누리당 의원과 노건평씨 등의 사면에 일부 위원들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정부 쪽 위원들 중심으로 ‘원안’ 통과를 밀어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21일 입수한 ‘2010년 8·15 사면심사위 회의록’을 보면, 이귀남 위원장(당시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황희철 차관이 회의를 주재했다. 또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과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정부 쪽 위원으로 참석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공천헌금’을 받아 처벌된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의 특별감형,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으로 알선수재죄가 확정된 노건평씨의 형집행면제였다. (중략) 하지만 최교일 검찰국장은 “우리나라 선거 문화는 대체로 공명선거가 잘 정착되어 있는 편”, “선거사범 규제나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혹하다는 측면도 있다”며 정치인 사면을 옹호했다.
죄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일을 해야 할 검사들도 되레 이 회장의 사면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최교일 검찰국장은 “여러 안을 놓고 고민했다. 정치인이나 경제인, 교육계 인사를 모두 포함시키는 안, 정치·경제인들만 하는 안, 그 속에서 범위를 넓히거나 좁히는 안을 놓고 두어 달 동안 검토하고 고민했다. 세계 외교관계라든지 스포츠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한 사람에 대해서만 안건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 확보하고 수사 안해
2012년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이 명백한 내용을 담은 문건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는 증거가 뒤늦게 나오기도 했다. 당시 수사라인의 책임자 역시 최교일 의원이었다.
검찰이 2012년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이 명백한 내용을 담은 문건을 확보하고도,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시 검찰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이 문건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까지 확보했던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중략)
문제는 2012년 6월 말 특검에서 관련 기록 전부를 전달받은 검찰이 이 문건을 확인하고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검 출범 전 디도스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았고, 그해 8월 김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당시 검찰은 빼돌린 문서와 관련해 김 전 행정관에게 ‘국정원, 경찰청에서 보고된 내용을 정무수석이 검토한 뒤 이를 대통령에게도 보고하는지’ 등을 물었고, 김 전 행정관은 “정무수석이 보고가 필요한 내용이다 싶으면 보고를 하는 것이고, 아니다 싶으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고 한다. 검찰이 이런 내용을 물었다는 건, 단순히 문건 유출 자체만 살펴봤던 게 아니라 이 문건에 담긴 내용의 심각성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검찰 조사는 더 나아가지 않았다. 이 문건에는 국정원이 선거 전후 당시 정권을 위해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 많다. 국정원이 직접 여론조사에 나서 이명박 정부의 불만 요인을 분석하고 대안까지 제시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런데도 검찰은 국정원 수사는커녕 이듬해인 2013년 2월 김 전 행정관을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으로 약식기소하는 데 그쳤다. 김 전 행정관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수사라인은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현 자유한국당 의원), 전현준 3차장, 김석재 첨수2부장이었다.
■선임계 안 내고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 몰래 변호 의혹도
검찰을 떠난 뒤에도 그는 종종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사외인사’로,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을 몰래 변호한 주역으로서다. 결국 그는 변협으로부터 ‘과태료 2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한국전력공사가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여당 정치인 출신을 위주로 한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의 기관장뿐 아니라 비상임이사로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한전은 조 전 의원(명지대 교양학부 교수)과 이강희 전 의원(인천시 원로 자문위원회 위원),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최교일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중략)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과거 시민단체로부터 ‘정치검사’로 지목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2012년 서울중앙지검장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를 서면조사만 하는 등 부실수사 끝에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같은 해 10월 출입기자단을 만난 점심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 일가를 의식해 관련자를 기소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검찰의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최교일(53)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여러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드러나 대한변호사협회(변협·회장 하창우)에 징계 신청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선임계 미제출 사건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사건이 포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략) 변호사법은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선임계나 위임장을 제출해야만 변론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검찰 고위직 출신들의 고액 ‘전화 변론’ 등을 통한 전관예우나 탈세 시비를 막기 위해서다. 최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은 7건 가운데 3건은 수임료가 모두 합쳐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들은 위임장이나 선임계 제출 전에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경유신고를 해야 하지만, 최 변호사는 문제된 사건들에 대해 이것도 하지 않아 세금 탈루 의혹까지 받고 있다.
최 변호사는 공직 퇴직일로부터 2년간 수임 내역을 법조윤리협의회에 보고해야 하는 대상인데 제출된 수임 내역과 선임계 자료가 일치하지 않아 선임계 미제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섭렵한 검찰 내 ‘티케이케이(TKK·대구경북-고려대) 라인’의 대표 주자였다. 2013년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에서 물러나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당시 신고된 재산만 해도 검사들 중 가장 많은 119억원에 달했다. 그는 7월에 고향인 경북 영주에 변호사사무소를 개설하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아 최 의원의 자리가 비어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그의 활약은 국회의원 당선 뒤에도 계속된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렸을 때다. 대기업 회장들에게 그는 뜬금없이 저출산 대책을 물었다. 경찰 출신 이만희 의원, 고용노동부 공무원 출신 이완영 의원과 함께 ‘청문회 반대세력 3인방’으로 꼽혔다. 그는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될 때도 “아무 증거 없이, 탄핵이 이뤄지고 탄핵심판 절차가 헌재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헌재 심판에 문제를 제기했다.
검사 출신인 최교일 의원은 6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게 “우리나라에 가장 큰 사회적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라고 질의했다. 허 회장이 답변을 머뭇대자 최 의원은 “제가 말씀드리겠다. 저출산 문제 청년 실업 문제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기업에서 고민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허 회장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 기업들이 많이 기부금을 많이 내고 또 일자리 창출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제가 국회의원이 되고 기재위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게 저출산 문제”라며 “1972년도에 102만명 출산하던 출생자 수가 금년에 40만명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러면 우리나라가 존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저출산 문제, 고용 늘리는 문제에 힘쓰겠느냐”라고 질의했고, 정 회장은 “관심은 있다. 딸 셋이 아들도 있고 형제들도 있으니까 그런 객관적인 면에서 생각은 할 수 있겠죠”라고 답했다. -[청문회] 최교일, 재벌 회장들에게 ‘뜬금’ 저출산 대책 질의 (2016.12.6)
■김기춘에게 ‘90도 인사’ 최교일 : 저도 파란색입니다만
K스포츠 재단은 ‘청문회 준비 문건’에서 “도와줄 만한 새누리당 의원 3명”이라며 이만희·이완영·최교일 의원 이름을 파랗게 색칠했다. 이만희·이완영 2명이 ‘위증교사범’ 의혹에 휩싸인 청문회에서 최교일은 뭘 하고 있었나? 날카로운 질문으로 화제가 된 것이 아니라, 6일 2차 청문회 때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90도 인사’를 해서 이름을 날렸다. 김기춘은 악수하며 “고생이 많다”고 격려했다.
최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였던 2008년 “성추행범과 관련해 구속 기준이나 양형 기준도 없던 것을 기존보다 조금 강화해 서울중앙지검 차원의 기준을 만들게 됐다”며 “법원의 판결을 받아 본 뒤 수사 원칙을 정교하게 다듬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성추행범 ‘3진 아웃’…구속수사)
불과 2년 뒤, 그는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탐문하던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를 불러 “왜 들쑤시냐”고 호통을 쳤다. 지난 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 뒤 “사건 내용을 알지도 못했고 무마하거나 덮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임 검사의 추가 증언으로 ‘거짓 해명’ 논란을 키웠다. 이후 그는 기자들과의 접촉을 끊었다.
‘권력’ 앞에서만 조아리던 정치 검사 출신 국회의원의 적나라한 민낯은 그렇게 초라하게 재확인됐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30204.html#csidxf023fb5ad15959180e7482daa3a81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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