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3·15의거기념관에 박정희·박근혜 치적물을 전시하도록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이 드러났다. 국가보훈처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시민단체는 보훈처장이 창원시민에게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훈처는 7일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 전시물 교체과정에서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일방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으며, '직권남용'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민주묘지 기념관 설립 취지와 들어맞지 않는 전시물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앞으로 기념관 설립 취지에 맞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3·15기념관에는 2015년 3월부터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기념물이 설치돼 있었다. '독재 저항'을 상징하는 3·15민주묘지에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과 영상이 게시되자 관람객으로부터 항의가 이어졌다. 기념관은 3·15의거희생자유족회 등 항의에 2016년 11월 17일 사진을 철거했다가 이튿날 다시 설치했다. 김영만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은 그해 12월 3·15 기념관에 걸려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에 계란과 케첩을 뿌려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3월 10일 김영만(왼쪽)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국립3·15민주묘지 내 3·15기념관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보훈처는 지난 1월 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 부마항쟁기념사업회,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로부터 3·15기념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 박정희 정부 홍보패널 설치에 대한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공식 사과 등을 요구받아 조사를 진행했다.
보훈처는 "당시 박승춘 처장이 민주묘지 기념관에 전직 대통령 및 군·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전시물을 삭제하고 민주화 이후의 우리나라 산업발전상을 홍보하는 내용의 전시물을 설치하라"고 지시했고 "그 지시에 따라 관련 단체와 협의 없이 교체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념관 전시물은 시설물설치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보훈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김영만 상임의장은 보훈처 진상조사 결과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장은 "보훈처가 유감을 표명했지만 '민주성지' 창원시민을 대상으로 사과가 없었던 점, 관련자 징계가 없었던 점, 직권남용이 분명한데도 고발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의장은 "2016년 문제를 제기했을 때 보훈처는 자문위를 거친 것이라고 공문을 보내왔고, 이는 명백한 거짓이었다"며 "부당한 지시인 것을 뻔히 알면서 적극적으로 이행한 관련 공무원 징계나 인사 조치는 없었다. 이는 똑같은 문제가 반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7년 5월까지 보훈처장을 맡았던 박 전 처장은 2011년 민주화 세력을 종북·좌파로 규정한 자료를 배포하고, 2012년 안보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 등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보훈처장 재임 전 국가정보원 자금으로 정치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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