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성매매 영상 제보자와 류제웅 실장과의 통화 녹취 공개 제보 대가 거액 요구에 난감해하다 삼성 접촉에 도움줘… 내부에선 “YTN 신뢰도 추락시킨 류제웅 해고해야”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보도 전문 채널 YTN 보도국 간부가 일선 기자들 몰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관련 영상 제보 사실을 삼성 측에 알리고, 삼성 측으로부터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들에게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보도국 간부는 당시 사회부장으로 현재는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류제웅 실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류 실장은 현재 최남수 YTN 사장 체제의 핵심 인사로 꼽히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YTN 간부, 이건희 동영상 제보 삼성에 ‘토스’”라는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은 당시 YTN 간부와 제보자 사이에 이뤄진 통화 녹취 파일을 통해 확인됐다”며 “뉴스타파는 이건희 성매매 관련 추가 취재 과정에서 이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015년 8월27일 오후 10시경 제보자들은 ‘이건희 성매매 영상’을 보도하기 위해 YTN에 접촉을 해왔다. 이들은 당시 야근을 서던 YTN 취재 기자들에게 일부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YTN과 접촉한 제보자들은 뉴스타파가 2016년 7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영상을 보도하는 데 공익 제보한 제보자와는 다른 그룹이다.
제보자들은 제보 대가로 거액을 요구했다. 반면 YTN 기자들은 대가 없이 ‘공익 제보’를 해달라며 이들을 설득했다. YTN 기자들은 다음날 오전 당시 사회부장이었던 류 실장에게 제보 경위와 내용, 제보자 연락처 등을 보고했다.
류 실장은 제보 내용을 보고한 기자에게 “당분간 기밀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통상 언론사 사회부 취재가 ‘캡’으로 불리는 시경 출입 기자를 거쳐 이뤄지는데, 시경캡에게조차 제보 사실을 숨기라고 한 것이다.
실제 당시 YTN 시경 출입 기자는 류 실장이 자신에게 이 제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뉴스타파에 말했다.
류 실장은 이후 제보자에게 따로 전화를 걸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YTN 사회부장과 제보자 사이 통화 내용을 보면 류 실장은 처음엔 제보자에게 동영상 파일을 대가 없이 공익 제보하라고 설득했다. 제보자가 이를 거절하자 류 실장은 제보자에게 삼성에 가보라고 제안했다.
류 실장은 제보자에게 “저는 기자로서 이런 게 나타났으면 기사를 써야되는 게 의무고 어떤 식으로든 취재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확보를 해야되는데 돈을 주고 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힌 뒤 “선생님(제보자)은 그냥 돈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바로 가신다 그러니까... 제가 ‘최소한 삼성 가보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씀을 드렸던 거고 그런데 선생님이 또 못 찾아가지고 자세하게 알려달라 그러니까... 제가 요로에 해봤더니 (삼성 연락처를) 내일 아침에 준다니까”라고 말했다.
류 실장은 또 “우리 입장에선 선생님이 삼성을 가지 않고 우리한테 자료를 주길 원하는데 지금 상황은 삼성을 가야 되는 상황이잖아요”라며 “제가 그거 때문에 후배들하고 저하고 다른 입장이라는 거죠. 원래는 다 같이 취재를 해야된다 생각해서 제가 전화를 드려서 넘겨달라 했는데 못주시겠다고 하니까... 그러면 선생님이 저한테 부탁을 한 거잖아요. 최소한 가르쳐 줄 수 없느냐, 거기(삼성 전화번호)를. 제가 고민하다가 ‘그 정도까지 해주자’라고 했고. 그 부분은 우리 후배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류 실장은 제보자에게 “방송에 나가는 순간 이건 꽝”이라며 “(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 감방을 가야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배 기자들 몰래 제보자와 삼성을 연결시키는 데 진땀을 뺐던 것이다.
YTN 일선 기자들은 류 실장과 제보자와의 뒷이야기를 모른 채 영상을 입수하는 데 동분서주했다. 제보자는 류 실장과의 통화에서 “취재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실제 제보자는 YTN 취재 기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YTN 기자들과 제보자의 면담 약속도 파기됐다.
그러나 제보자는 류 실장과는 통화를 주고받았다. 류 실장은 제보자에게 “제가 어제 삼성 쪽으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고 그래 가지고 그런 정황을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제보자가 삼성의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하자 류 실장은 “그 사람들이 사기칠 사람들 아니다”, “경찰을 동원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경찰 동원하면 공개가 되잖아요. 공개가 되면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라고도 조언을 했다.
뉴스타파는 “제보자들끼리의 통화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결국 이 제보자는 YTN 사회부장 소개로 삼성과 접촉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YTN 사회부장의 소개로 삼성과 접촉한 제보자들이 실제 삼성에서 돈을 받아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뉴스타파는 당시 이건희 회장 동영상에 대한 대응 업무를 총괄했던 이인용 삼성전자 고문에게 이 제3의 인물에게 실제로 돈을 줬는지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류 실장은 뉴스타파에 “(이인용 전 삼성전자 사장 연락처를) 받아서 (제보자에게) 전해준 것 같기도 하고. 왜냐면 (제보자가) 삼성 이인용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경제부에서 번호를 받아서 줬을 것 같다”고 시인했지만 나중에는 “내가 번호를 갖고 (제보자와) 왔다갔다한 것 같진 않다. 왜냐면 내가 삼성을 직접 접촉하진 않았으니까”라고 말을 바꾸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5일 성명을 통해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됐다”며 “류제웅 기획조정실장이 사회부장 시절 저질렀던 일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중대 제보를 삼성에 ‘토스’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어 “‘국내 최대 재벌 회장의 성매매와 이에 대한 동영상 협박 사실’을 알게 된 YTN 사회부장이 후배 기자들의 취재를 속이고 방해하면서 제보자들이 삼성으로부터 돈을 뜯어낼 수 있도록, 또 삼성은 돈을 주고 성매매 동영상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거간꾼’ 노릇을 한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는 언론 윤리 강령 위반을 넘어 중대 제보의 취재와 보도를 막은 해사 행위이자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알권리 파괴 행위”라며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본을 짓밟고 YTN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류 실장은 즉각 해고돼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류제웅 실장은 즉각 스스로 회사를 떠나라”며 “YTN 노조는 이번 류 실장의 삼성 제보 농단과 관련된 자료와 증언을 샅샅이 수집해 조만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5일 오후 류 실장에게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그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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