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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rch 8, 2018

사이버사 블랙리스트 1333개 추가 발견

[한겨레21] 포털·트위터의 정부 비판 아이디 집중 관리하는 ‘레드펜’ 작전
국방부 당초 발표보다 2배 이상 규모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월28일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개입 의혹 수사 축소를 지시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가 수집한 ‘블랙펜(레드펜) 작전’과 관련된 온라인 블랙리스트 규모가 애초 국방부 발표보다 2배 이상 많은 2294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버사가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들의 아이디를 집중 관리하며 댓글 등으로 대응해온 레드펜 작전은,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엔 ‘독재·유신·친일’ 등을 언급한 아이디까지 작전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도 뒤늦게 파악됐다.
“총 5천 개에 육박할 것”
‘국방부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국방부 티에프)는 2월14일 사이버사가 인터넷에서 종북·반정부·반군 세력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인터넷을 분석해 수집한 블랙펜과 레드펜 민간인 블랙리스트 수가 2012년 한 해 동안 961개였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와 자체 취재로 이 리스트가 2011년 1333개 더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두 수치를 합치면 지금까지 확인된 블랙리스트 규모는 2294개에 이른다. 또 레드펜 작전의 대상이 되는 기준이 포털의 주요 기사를 중심으로 △댓글 300건 이상 △비난 의견 50% 이상 등이었다. 국방부 티에프가 공개하지 않았던 블랙리스트가 무더기로 드러나면서 이들이 이번 사건을 일부러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사이버사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2010년과 2013년에도 블랙리스트가 추가됐을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전체 블랙리스트 규모는 5천 개에 육박한다. 블랙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한 국군기무사령부의 아이디까지 합하면 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티에프는 2011년 말께 기무사가 청와대의 요청으로 민간 포털 사이트나 트위터 등에서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아이디(일명 극렬 아이디) 1천여 개를 수집해 현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한겨레21> 취재로 확인된 것은 블랙리스트 규모만이 아니다. 사이버사 내 팀장급이 작성한 레드펜 보고서는 월평균 3.3건, 팀원이 작성한 보고서는 각각 5건, 7.8건인 사실도 파악됐다. 레드펜 작전이 시행된 시기는 2011년부터 2013년 10월까지였기에, 전체 기간에 작성된 보고서는 수백 건일 것으로 추정된다. 레드펜 식별·분석 결과는 수시·주간·월간 등 정기적으로, 유관기관 협조 결과나 통수권자와 국방·장관 등과 관련된 내용은 수시로 청와대 등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올라간 보고서 최소 수백 건
사이버사는 2013년 2월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뒤엔 블랙리스트를 정권 맞춤형으로 확대·세분화했다. 국방부 티에프의 지난 발표에 따르면, 사이버사는 게시글의 성격에 따라 블랙펜·레드펜 아이디를 B1(북한을 찬양하는 아이디), B2(대통령과 국가 정책을 비난하는 아이디, B3(군을 비난하는 아이디)로 분류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출범을 앞둔 2013년에 접어들며, B2의 범주에 △독재 △유신 △친일 △대선 개표 결과 부정을 포함했다. 2013년 초 국정원 댓글 사건 등으로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독재 행적이 부각되며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적극 대응하려는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군 사이버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5월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유사한 상황에 대응해 (레드펜 작전을) 준비했다”는 사이버사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군과 경찰의 공조도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한겨레21>의 이번 취재로 경찰이 2012년 사이버사에서 악성 계정 634개를 통보받아 2012년 한 해에만 수사 11건, 내사 16건을 진행한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지금까지 “자료를 받았을 뿐 구체적인 업무 공조를 한 사실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국방부는 경찰이 받았다는 ‘자료’는 블랙리스트를 포함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온라인상의 불법 정치 개입을 주도하는 블랙펜(레드펜) 작전과 관련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이버사는 또 2012년 식별된 계정을 경찰에 제공하면서 자료가 ‘임의 누락’되는 사례가 적발되자 ‘수시결재’를 ‘일일결재’로 바꿔 정례화했다. 국방부 티에프는 사이버사가 2013년 경찰청 등을 포함한 유관기관 협조 체계 강화를 위해 정기적인 유관기관 협조회의를 열었던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 중이다.
은밀하게 이뤄진 군·경 공조가 잇따라 드러나지만, 경찰은 지금까지 업무협조 관련 문건이 경찰청 서버에 남아 있지 않고 문서접수대장에도 없었다며 블랙펜(레드펜) 조사에 손을 놓고 있다. 국방부 티에프 수사 상황을 잘 아는 사정기관 관계자는 “공조 업무 형태나 내용은 2010~2013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걸친 경찰청 사이버보안수사대 관계자들 조사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경찰의 수사 의지가 없음을 꼬집는 말이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는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과거 사이버사·기무사 등 댓글 사건 진상 조사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중이라거나 압수수색을 이유로 자료 공개에 미온적이거나, 의도든 실수든 축소 결과를 발표한 것은 실망스럽다. 국방 개혁의 시작은 신뢰라는 점을 명심하고 과거 잘못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댓글 사건 결과 축소 말아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2013년 국방부가 사이버사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할 때, 축소·은폐를 지시한 혐의로 2월28일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또 사이버사 수사 축소 의혹과 관련해 2013년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에서 백낙종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장(구속)을 만나 법률 협의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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